가을 밤

가을이 깊어 가는 화창한 토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숲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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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흠… 나무들이 내쉬는 숨이 이 숲을 채우고 있다는 말이렸다!’ 아내는 어디서나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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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시간 산책으로 한 주간 노동의 피로를 씻다. 날다 지친 잠자리 한 마리 내 등에 업혀 함께 걷다.

저녁 나절, 육영수가 지은 <혁명의 배반, 저항의 역사>를 훑어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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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에 대한 주류해석이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을 페미니스트 입장에서 재성찰하고….’ 책을 소개하는 저자의 말이다.

그리고 그가 에필로그에 남긴 소명과 소망.

‘일상생활정치에서 자발적으로 왕따 당하려는 용기와 독립심은 나의 특권이며 역사적 소명이다.’

‘공장 바깥에 있는 노동자, 학교 바깥에 있는 학생, 감옥 바깥에서 생산되는 품행방정 남녀들, 국가 바깥에 있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이들 모두에게 혁명은 실패나 성공으로 마감되는 권력다툼이 아니라 계속되어야 할 열정 그 자체이다.’

‘너와 나의 또 다른 시작은 일상적으로 가볍지만 정치적으로 진지한 저항의 박자에 실려 비누거품처럼 온 세상에 번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권력의 여의주를 움켜진 악마가 늙을수록 뻔뻔하고 노회해지는 것에 반비례해, 우리의 연대와 투쟁은 뱀처럼 매끄럽고 모꼬지처럼 흥겹고 늠름할 것이다.’

한국 여의도 광장을 비롯해 곳곳에서 실패와 성공을 넘어 열정 그 자체로 전혀 새로운 혁명의 역사를 쓰고 있는 대한민국의 시민들을 생각하며…

가을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