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대하여

좀체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어제는 습도가 높지 않아 그런대로 견딜만 했는데 오늘은 그냥 찜통이다. 그래도 해뜨는 시각은 하루에 1분씩 늦어지고 있고, 해지는 시각은 1분씩 빨라진다고하니 찬바람 건듯 불어올 날이 머지 않았다.

오늘, 손님이 보잔다고하여 카운터 앞으로 나가기를 몇차례 하였다. 그들에게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들은 이야기들이다.

“시가 너무 좋았다.”, “외로움이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걸 새롭게 느꼈다.”, “내가 외로웠던 때를 생각하며, 네가 말한 그 손님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다”…

솔직히 부담스러운 인사들이었다. 나는 그저 편지 한장을 띄웠을 뿐이고, 시 하나 소개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외로움에 대하여.

8-14

세탁소에 오시는 손님들을 보면 서로 다른 모습들을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주로 남편 또는 아버지가 가족들의 옷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아내 또는 엄마가 그 역할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렇게 혼자서 오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오실 때 마다 딸이나 아들과 함께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더러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손주 손녀를 앞세우고 들어 오시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 흔치는 않지만 늘 부부가 함께 제 가게를 찾으시는 분들도 있답니다. 그 중에는 아주 젊은 부부도 있고, 은퇴하신 노부부도 있습니다. 그렇게 늘 부부가 함께 오시다가 어느날부터인가 혼자 오시는 분이 계셔 “오늘은 왜 혼자냐?”라고 물으면 “혼자가 되었다”는 대답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면 그렇게 된 연유는 알수 없지만 참 마음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지난 주간에 그런 분이 계셨답니다. 솔직히 저는 그 분에 대해 아는바가 전혀 없답니다. 어떤 처지인지, 어떤 환경인지, 다만 그날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입니다. 그 손님이 옷을 맡기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제 머리 속에 떠오른 시가 하나 있답니다. 시 전체를 외우지는 못하고 제목만 생각났던 것이지요.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그 시를 찾아 읽었답니다. 그 시는 그 손님을 위한 시라기 보다는 제 자신을 위한 시처럼 여겨졌답니다. 저는 혼자가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날의 느낌이 지워지지 않아 오늘은 그 시를 하나 소개드립니다.

당신의 세탁소에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I see customers coming to the cleaners in various ways.

In some cases, usually husbands or fathers bring the family’s clothes. In some cases, on the contrary, mainly wives or mothers play the same role. Just like that, some customers come to the cleaners alone. Some others almost always come with their daughter or son. Sometimes, grandfathers or grandmothers come with their grandchildren.

Though it’s not so common, there are the cases that couples always come to the cleaners together. Among them, some are young and some are old and retired. While one of those couples had come to the cleaners always together, from one day only one of the couple began to come. As I noticed it and asked the person why she/he came alone, sometimes the response was that “I am left alone.” Then, even though I didn’t know what had happened to them, I felt so bad.

Last week, I saw one customer who was under this situation. Frankly, I don’t know much about her, in what situation she had been. I got to know only one fact, that she is alone now. While I was seeing her leaving the cleaners after she had dropped off her clothes, one poem came to my head. I did not memorize the whole poem, but did remember its title.

In the evening, when I came back home after work, I located and read the poem. I felt that the poem was for myself, instead of the customer, even though I’m not alone.

As I cannot erase the feelings of that day, I would like to introduce the poem to you.

From your cleaners.
 

We Are Human, as We Are Lonely
– Ho-seung Chung

Don’t cry.
As we are lonely, we are human.
To live a life is to endure loneliness.

Don’t wait in vain for a call which will not come.
Walk on the snowy path if it snows, and
Walk in the rain if it rains.

A black-chest snipe in the reeds is looking at you.
Sometimes even God sheds tears of loneliness.

It is because of loneliness why birds are sitting on the tree branch, and
It is because of loneliness why you are sitting on the waterside.

Even the shadow of a mountain comes down to a village once a day because it is lonely.
The sound of a bell spreads in the air because it is lon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