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뉴저지나 뉴욕시 쪽 나들이를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 이 다리를 만나면 ‘집에 다 왔다’하는 생각이 든다. Delaware Memorial Bridge이다.

필요와 의미 둘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북쪽에서 델라웨어주로 들어오는 길목에 반드시 필요한 다리였기에 세웠을 터인데 누군가를 기념한다는 뜻이 있단다.

이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쟁, 걸프 전쟁 그리고 한국전쟁의 희생자들이 바로 그 누군가들이다. 델라웨어주 쪽 다리 부근에 그들을 기리는 탑이 서있다.

내가 이 다리를 오고 가는 길에 오늘처럼 꽉 막힌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저 생각없이 빠르게 다리를 건너 뉴욕 쪽으로 페달을 밟거나, 내려오는 길엔 ‘옛날엔 75전이었는데 4불씩이나!!!’ 걷는 통행료에 혀차며 이내 잊고 마는 아주 짧은 시간에 건너는 다리이다.

오늘 그 다리 위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다리가 까닭없이 주차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벌써 20년? 그렇구나! 저쪽 전쟁 기념탑에서 주지사와 주 의원 몇몇, 한국전쟁 참전자들 그리고 십 수 명 한인들이 모여 한국전을 기렸던 일이 있었다. 그랬던 일이 있었다. 그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는 일이었다.

누굴 탓하랴. 돌아보면 아픈 구석이 어디 한둘일까?

Memorial!

3분이면 건넜을 다리에서 반시간을 보냈던 오늘. 내가 기억해야 마땅한 것들을 돌아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