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생각

“알 수 없는 김정은, 더 알 수 없는 트럼프” – 가게 손님 한 분이 내게 던진 말이다. 연일 이어지는 한반도 뉴스들을 보다가 가게 손님들에게 평화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편지를 보냈었다. 손님 하나가 제법 긴 답을 보내왔다. 내 나이 또래인데, 전력공급회사의 중견 간부로 있다가 최근에 은퇴한 이이다. 우리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 신중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의 경험과 생각을 이 곳에 오는 이들과 함께 한다. capture-20171008-085658

너의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만, 내 생각엔 만일 북한 지도자가 진로를 바꾸지 않는다면, 향후 몇 년 내에 한반도에서 (아마 다른 곳에서도) 죽음과 파멸의 시기가 올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것 같다. 만일 그(김정은)가 사람들의 거주지역 내에 핵폭탄을 폭발 시킨다면, 내가 어렸을 때 지녔었던 공포를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게 될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의 핵폭탄 대비 훈련을 여전히 기억한다. 기본적으로 그 훈련은 경보가 울리거나 버섯구름이 보이면,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물론, 일단 모두가 얼굴을 감싼 채 책상 밑에 들어가 있으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혹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핵폭탄이 실제로 폭발하면,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부 과학자들과 그 프로젝트를 관장하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영상물을 직접 본 군사지도자들만이 상황이 얼마나 참혹할지를 인식할 뿐이었다.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 가는 것으로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너의 희망에 한 마디 덧붙인다. — 나는 평양의 미치광이가 자신이 택하고 있는 진로가 자기 나라의 주요 하부구조 상당 부분과 자신의 국민 (자신의 강제노역자들) 다수를 불타버리게 만들 가능성이 아주 높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일본과 남한의 수많은 사람들 또한 고통과 손실을 겪게 되고, 생활양식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변하게 되거나, 혹은 잃게 될 것이다. 북반구의 사람들과 모든 생명체들이 식량공급 영향, 질병, 불필요한 고통 등의 측면에서 수십년 동안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이 북한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에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는 세계에서 위대한 명예와 중요성을 이룩한 사람이기 보다는 자신의 나라를 파멸시킨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내 조상의 대다수는 네델란드에서 왔으며, 나머지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거의 반반이었는데, 우리의 마지막 이민 가족은 1884년에 도착했다. 미국 거주 나의 가족은 열 한 세대에 걸쳐 살았거나 살고 있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 고국을 방문한 적이 없었고, 또한 그들 국가들이 이후 379년에 걸쳐 상당히 변했기 때문에, 우리가 떠나기 전 고국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세세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내가 알게 된 것은, 당신이나 나나 ‘어디에서 왔는지’는 정말로 중요하지 않으며, 거의 모든 인간들은 같은 것들을 – 음식, 평안, 안정, 선택한 분야에서의 성공, 우리 지역사회에서 승인, 그리고 자녀들이 번창할 수 있는 좋은 기회 – 원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겠지만, 세계 많은 나라에서는 그러한 모든 행복의 수단을 성취할 가능성이 이 나라에서 보다 훨씬 낮다. 3차 세계대전은 인류의 상당 부분뿐 아니라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들도 파멸시킬 수 있다. 대규모의 전쟁은 피해야 하겠지만, 그 못지 않게 두렵다. 세번째 전쟁에는 모두가 잃게 될 것이다.


 

I hope your wish comes true, but my sense is that it is becoming increasingly likely that there will be a period of death & destruction on the Korean peninsula (and possibly elsewhere) in the next few years if the leader of North Korea doesn’t change course.  If he detonates a nuclear device within range of human habitation, it will bring home the fears that I grew up within as a small child to very many people.  I still remember doing the atomic bomb preparation drills in elementary school, which essentially was crawling under our desks when the alarm sounded or a mushroom cloud was seen.  Of course, once we were all under our desks with our faces covered, nobody had an answer for what would happen next and how we would stay alive.  If a bomb actually went off, only government scientists in the Manhattan Project and military leaders who had overseen that program and viewed the films of Hiroshima and Nagasaki realized just how bad things might become.  Crawling under a desk wouldn’t have saved anybody.

So I would add another line to your hope — I hope that maniac in Pyongyang comes to realize that the path he is taking will most likely incinerate much of the critical infrastructure of his country and many of its people (his forced labor).  Many people in Japan and South Korea will also suffer pain and loss, changing or losing what they know of a way of life.  The people and all other living things in the northern hemisphere will be affected for decades in terms of food supply impacts, sickness, and unnecessary suffering.  IF that is of no importance to the person who is responsible for the future of North Korea, then he will be remembered as the man who destroyed his country rather than someone who achieved great honor and importance in the world.

A majority of my ancestors came from the Netherlands, and the rest are fairly evenly split between Ireland and Scotland, with the last our our immigrant family arriving in 1884.  Eleven generations have lived or are living here in my family of American residents, and we have lost any detailed knowledge of what our homelands were like before we left simply because we have never been back for extended visits and those countries have changed quite a bit in the subsequent 379 years.  But I have learned that it doesn’t really matter where you or I ‘come from’, nearly all of humanity want the same things:  a supply of food, comfort, stability, success at our chosen endeavors, acceptance in our community, and good opportunity for our children to thrive.  Koreans are no different than anyone else, but in many of the countries of the world the chance of achieving all those measures of happiness is much slimmer than in this country.  A third world war could ruin that for not only a large portion of humanity but also many other species on this planet.  That scale of war needs to be avoided, but I fear it may not be.  Everyone will lose in the third one.

물음과 답

내 가게 손님들에게서 한반도에 관련한 질문을 받을 때면 늘 곤혹스럽다. 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이따금 한반도 관련 뉴스들을 보여주며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지만 수많은 손님들 중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일 뿐이다. 대부분 무관심이다.

그런데 지난 주간엔 전쟁과 한반도에 대해 묻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넘쳐나는 뉴스들 탓일게다. 이런 상황은 솔직히 좀 난감하다. 무엇보다 내 앎의 한계 탓일 터이지만, 물음을 던지는 상대의 의중을 모르니 더욱 그러하다.

하여 쉬는 날 아침, 손님들에게 편지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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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간에 손님 몇 분들이 제게 이런 질문들을 하셨답니다. ‘북한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 ‘너 북한에 가본 적이 있느냐?’, ‘이러다 북한과 전쟁하지는 않겠냐?’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뭘 안다고 이런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제게 질문을 던지신 분들도 제게 무슨 정답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갈라져 서로 대결 구도를 이어온 지가 70년입니다. 그러니 남북이 한 나라였던 시절의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은 나이 많은 이들 뿐이랍니다. 당연히 저 같은 남한 출신들은 북한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답니다. 다만 북한이나 남북한 관계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일 테면 지난 주간 북한과 미국간의 첨예한 갈등 국면을 소개하면서 남한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듯한 행태를 소개한 LA Times 기사 같은 것입니다. 기사 제목이 “South Koreans are surprisingly blase about civil defense. Why?”입니다.

전쟁이 곧 일어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생활하는 남한사람들의 모습을 전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런 모습을 저는 이해할 수 있답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들 남한사람들과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남북이 갈라진 지 70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나면서부터 남한과 북한 사이에 곧 전쟁을 할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답니다. 해마다 적어도 한 두차례 씩은 전쟁이 곧 날 것 같다는 뉴스를 보며 살아온 것이지요.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었습니다. 이것을 아주 단순하게 말한다면 ‘전쟁이 곧 날 것 같다’라는 말을 남한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믿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런 태도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곧 전쟁이 일어 날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지만 평생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을 본 적이 없다면 그 태도를 이해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엄밀히 따지자면 그런 상황이나 태도는 슬픈 것이지요. 더구나 전쟁이란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슬픈 일이겠고요.

바라기는 세탁기에서 나온 옷들이 먼지와 때를 벗고 깨끗해 지듯, 이 여름을 지나며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 또는 그 어느 나라이건 전쟁이라는 말이 쓰이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세탁소에서


 

Last week, some customers asked me questions like these: “Why is North Korea acting like this?”; “Have you been to North Korea?”; and “At this rate, won’t war with North Korea break out?” But, how can I answer these questions, as I don’t have any expert knowledge? Surely, they should not expect to get the right answers from me.

South and North Korea were divided and have kept a mode of confrontation for about seventy years. So, only old people have an experience of the time of one unified Korea. Most of the people from South Korea like me don’t know much about North Korea. However, I have my opinion about the South Korean people’s thoughts about North Korea and the relations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

An example may be the LA Times article which introduced seemingly incomprehensible attitudes and behaviors of the South Koreans, while covering the acute tension between America and North Korea. Its title was “South Koreans are surprisingly blase about civil defense. Why?”.

It reported that people in South Korea are living and acting calmly as if everything is fine, under the situation in which a war may break out soon. I think that I can understand that. That’s because I myself have the same experience as those people in South Korea.

I told you that the division of Korea into South and North happened seventy years ago. Thus, most of the Korean people have been living with the story that a war may break out soon since they were born. They have heard this news at least twice every year. But, a war has never broken out since the Korean War. Put in simple terms, people in South Korea have come not to believe the story because of their experience. When they have heard that a war may break out soon, but it has never happened for their life time, isn’t it understandable, whether such an attitude is right or wrong?

However, I think that it is sad to have to think about such a situation and attitude. Moreover, a war is so sad and terrible enough I hate even just to think about.

Hopefully, I wish that the word “war” will not be used in this world, whether in South and North Korea, America, or any other countries during this summer and after, as the clothes from the cleaning machine will become clean without dust and dirt.

From your cleaners.

우리 사이에

주일 오후, 방 정리를 하다가 눈에 뜨인 오래 전에 쓰던 공책 하나. 내 나이 마흔 중반 어간의 기록들이다. 거의 스무 해 전에 끄적였던 낙서 가운데 하나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게 다가선다. 아마 뉴스 탓일게다.


우리 사이에

그가 ‘우리 사이에’라 했지만
안경 너머 번득이는 동자엔
사이 뿐
우리는 없다
 
사이
그 틈으로 이미 회오리 일고
그 틈으로 어느새 깊은 강물 흘러
닿을 수 없다
 
그는 거푸 ‘우리 사이에’라 했다
 
눈물 쏟아 차라리
그 사이에 흐르는 강물 넘쳐
넘쳐 흘러
우리 잠기면 그 날
우리 될까
우리 사이에

쉬운 답?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냉전놀이가 여전히 주된 놀음인 곳 한반도.

원인은 바로 분단(分斷)?

 

시민 또는 인민, 그도 아니면 국민 아니 백성이라 하더라도

억울한 아픔이나 부당한 박탈은 당하지 말아야 하거늘

 

모든게 분단 때문이라면

 

답이 너무 쉽다.

쉽다!

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