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폭우를 맞았다.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에서 양동이로 쉬지 않고 물을 쏟아 붓는 듯 하였다. 천둥 번개 또한 쉬지 않고 이어졌다. 엊그제부터 이어진 열대성 폭풍우를 몰고 온 허리케인 탓이란다.
동네 슈퍼마켓 주차장이 물에 잠겼다는 뉴스도 보았고, 도로 곳곳이 쓰러진 나무들로 길이 막혔던 며칠 간이었다. 내 이웃집들도 폭우와 바람에 쓰러 넘어진 나무들로 한바탕 소란들을 피운 한 주였다. 다행이라고 말하긴 미안하지만 내 집 뒤뜰 나무들은 잘 버티어 주어 체인 톱을 손에 들지 않고 처리할 만큼만 잔가지들을 떨구었다.
오늘 아침만 하여도 날은 잠시 맑았었다. 가게에 도착하니 평소와 다르게 이웃 가게 앞이 분주했다. 건강 기능식품 판매점인 GNC 소매점이 이른 아침부터 마지막 가게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내 옛 가게가 있었던 맞은 편 쪽에서는 공사장 굴삭기 소리가 요란한 아침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아침 준비를 하며 잠시 지난 시간들에 빠졌었다.
삼십 수년 전 내가 가게를 시작할 무렵엔 지금의 샤핑센터는 이 도시에서 가장 크고 분주했던 상가였다. 식료품과 하드웨어, 생활용품, 자동차 수리 및 부품을 판매하는 유명 체인점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음식점들과 이미용실, 각종 소매가게들이 꽉 들어찬 곳이었다.
그러다 큰 된서리를 맞은 때가 2008년이었다. 이른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알려진 금융위기를 겪던 시절이었다. 샤핑센터에 있던 가게들 절반 이상이 문들을 닫고 떠난 후 샤핑센터는 시간이 갈수록 폐허처럼 변해갔다. 인근에 새로운 시설의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샤핑센터는 나날이 황폐화되어 갔다.
그 사이 내 업종인 세탁업의 성쇠도 많은 부침을 겪었다. 한 때 우후죽순의 형태로 늘어나던 업소수는 거꾸로 폐업하는 숫자들이 늘어 이젠 손님들이 세탁소 찾기 힘들다는 말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 따져보니 내가 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세탁소 점주가 된 듯 하다. 특별한 재주나 능력이 없어 얻어 낸 산물이다.
아무튼 그렇게 오늘 아침에도 세탁소 문을 열었다.
올 봄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은 2008년에 겪었던 충격을 훨씬 웃도는 일인 듯하다. 아직 그 끝을 모르기에 더욱 그러하다.
샤핑센터 건물주는 센터의 절반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세우고 있다. 상가의 상점 수는 한참 때에 비하면 그야말로 1/10 수준도 채 안된다.
이재(理財)에 그리 밝지 못한 우리 부부는 이 나이에도 하루를 일하며 보낼 수 있는 작은 일터가 있다는 것에 그저 만족하며 감사한다.
누구나 살며 그러하듯 우리 내외도 크고 작은 폭풍우와 숱한 천둥과 번개를 마주하며 여기까지 왔다.
내일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고, 늘 그래왔듯 폭풍우란 지나가는 것이고…
아침과 저녁을 맞는 감사를 이어가는 그 날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