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無爲)에

화초나 푸성귀들을 위하여 들이는 내 공은 가히 크다만 잡초들 앞에서는 딱 한 주간만에 무위(無爲)가 되기 일쑤다.

하여 다시 화단과 텃밭 잡초와 씨름하고 있던 아침에 그녀가 방문하였다. 삼십 년 넘게 한 동네에 살다 보니 긴 말 나누지 않아도 그저 어릴 적 동무 같은 이다.

나는 ‘여보~ ‘하며 아내를 불렀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가 혼잣말로 한 소리였다. “아이고,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

그랬다. 오늘 그녀의 평범함과 나의 평범한 일상의 차이였다.

오랜만에 담소를 나누고 그녀가 떠난 후 다시 잡초들과 씨름을 하며 내내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말, ‘평범함에 대한 감사’였다. 그저 내 모습대로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음에 대한 감사였다.

그녀 역시 평범한 그의 일상을 즐기며 사는 듯하다.

나이 든다는 게 별게 아니고 믿음이라는 것도 별게 아니라는 건방이 하늘을 찌를 둣한 오늘, 그 역시 내 평범함 뿐일 터

아침엔 분명 보이지 않았던 고추, 오이, 호박 그리고 블루베리 열매들과 한 나절 만에 얼굴을 바꾼 꽃들도 그들에겐 평범한 일상일 터이니.

하루 잘 쉬었다.

비록 무위(無爲)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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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일요일 아침

맨하탄에서 일어난 폭발사고 소식에 가슴이 철컹 내려앉는다. 우선 사고 지역과 딸아이 거주지역과의 거리를 따져보고, 아이에게 연락해 본다. 딸아이는 사고조차 모르고 있었다. 가슴을 쓸어 내리며 찬찬히 뉴스들을 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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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마음을 다스릴 겸 이른아침 동네 한바퀴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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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체육공원 어귀 밤나무엔 밤들이 한가득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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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색으로 변해가는 풀밭에 핀 들꽃이 아침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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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공원 앞에 “Nip”이라고 불렸던 야구선수 James Henry Winters를 기리는 팻말이 서 있다. 오래전엔 야구도 흑인리그와 백인리그가 따로 있었단다. 흑인리그에서 명성을 떨치던 Nip은 은퇴후 결혼한 그의 아내  Sarah Smith 고향인 이 마을에서 정착해 평범한 일꾼이 되어 살다가 갔다고 한다.

사람사는 곳에 여전한 것은 흑백 갈등 뿐만이 아닐게다.

이 좋은 가을날 아침에 누군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아픔으로 가슴을 저미기도 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가 사는 곳에서 평범한 일꾼으로 살며 계절을 한껏 느끼며 누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