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

경칩(驚蟄) 지난 삼월에 오신 춘설(春雪). 가게에서 손님으로 오시는 눈 구경하다 집에 돌아와 쌓인 눈 치우노라니 허리가 휜다. 이럴 때면 살림 차려 나간 아들놈이 그립다. 이웃집 눈사람 쳐다보다 웬지 설운 생각이… 춘설(春雪)에.

DSC00607A

DSC00614A

DSC00621A

DSC00622A

DSC00627A

춘설(春雪)

−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그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

춘설(春雪)

올 겨울은 눈없이 지나가나 했더니, 우수 경칩도 다가고 춘분이 코앞인데 온동네가 하얀 눈으로 덮였다. 눈속에 갇혀 하루를 쉰다. 부지런한 앞집 주인은 벌써 눈을 치우고 있다만, 나는 정지용의 춘설이나 읊고 있다.

3-14-17b

춘설(春雪)

–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그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3-14-17

3-14-17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