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첫눈 내리다.

아기 주먹만한 함박눈이 펑펑

눈송이들이 내 시름들을 다독이며 덮다.

소리 없는 세상을 즐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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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무릇 믿음이란 제 마음가짐이다.

어제 첫 눈 치고는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때때로 자연은 사람의 생각과 계획한 일들을 바꾸어 놓고 한다. 누구에게라도 예외는 없다.

나이 탓인지 일년 전 일이나 오 십년 전 일이나 거의 같은 간격으로 다가오는 이즈음이라 그저 세월 빠르다는 소리로 퉁 치고 말지만, 참 빠르다. 세월이.

아들 내외가 결혼 일주년 기념이라고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더니, 장모 떠나신 지도 벌써 일년이란다. 그저 모두 엊그제 같은 일이건만.

어제는 집에서 처부모님께서 다니시던 교회 목사님을 모시고 조촐히 장모 일주기 추모 예배를 드리려 했었다. 그러나 첫 눈은 우리 부부의 계획을 바꾸어 놓았다.

델라웨어 한인 침례교회 이홍 목사님과 교우들은 첫 눈의 뜻을 넉넉히 받아주었다. 공동체의 그 넉넉함 덕에 오늘 주일예배와 함께 장모 일주기 추도예배를 침례교회에서 드렸다. 장모는 아마 내 집보다는 침례교회가 좋았던가 보다. 올 첫 눈은 장모의 뜻일 거라는 내 생각은 하여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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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께서 이즈음 입에 달고 사시는 말, ‘그저 고맙다.’를 나도 읊조린 하루다.

가족이 함께 해야 할 일에 제 일들 제치고 늘 함께 해 주는 아들, 며느리 딸아이에 대한 감사도 크다.

예배 후 찾은 장모 쉬시는 곳엔 구름 사이 햇살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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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을 찾았다. 몇 주 전에 이미 약속한 모임 이었지만 아이들은 몰랐다. ‘아직 정신 있을 때 남길 건 남기고, 줄건 주고 정리를 해야겠노라’는 부모님은 우리 형제들을 함께 보자고 하셨다. 그게 오늘인데 장모 덕에 우리 아이들도 함께 하였다.

여러 말씀 중에 내 귀에 남은 말은 아버지의 말씀이다. “우리 죽어도 절대 눈물 보이지 말아라. 우리 복되게 잘 살았다.”

그리고 내가 형제들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저건 내꺼야!’ 눈독들인 물건은 아버지의 공병우 타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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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무릇 삶이란 제 믿음 두드리는 타자기 소리 듣는 일이거늘.

이 생각 하나 모두 올 첫 눈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