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그리고 즐거움

사흘 연휴, 아이들과 함께 산길을 걸으며 시간을 함께 하기로 계획한 것은 달포 전이다. 아이들은 흔쾌히 내 의견에 동조해 주었다. 운전하기에 피곤치 않을 적당한 거리 쯤에 놓여있는 곳들을 물색하다가 결정한 곳은 뉴욕 주 중심에 있는 Ithaca였다.  Cornell 대학교로 유명한 곳이지만, 곳곳에 이 땅의 원주민 부족 가운데 하나인 Cayuga 부족의 흔적이 살아있는 곳이라는 Wikipedia의 설명에 혹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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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내내 아내와 아들 내외 그리고 딸아이 모두 흡족해 내가 마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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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이 지금보다 조금 나은 조건의 직장으로 옮기련다는 계획과 며늘아이가 새 학기에 맡게 될 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는 지혜로운 인디언 아버지 흉내를 내보기도 했다.

딸아이와 어깨를 닿게 걸으며 아이의 직장 이야기와 설계 중인 결혼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세대의 차이, 생각의 차이를 확인해야 했다. 우리 내외의 건강과 은퇴 계획 등을 묻는 딸아이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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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여행 내내 아내는 우리 가족의 윤활유였다.DSC02743

함께 모여 먹고 마시는 즐거움 역시 멋진 쉼 이었다. 우리 내외와 아이들이 적당히 타협할 만한 생음악이 연주되는 여행지의 저녁상도 넉넉했다.

무엇보다 어제와 내일 그리고 오늘을 잇는 내 쉼이 참 좋았다.20170703_121911

어느 인디언이 ‘당신’인 내게 남긴 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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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일어나면 아침 햇빛에 감사하라.
당신이 가진 생명과 힘에 대해 당신이 먹는 음식, 생활의 즐거움에 대해 감사하라.
만일 당신이 감사해야 할 아무런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 잘못이다.

오호, 이 즐거움이라니!

2016년은 벌써 지난해가 되었다. 그래, 지난해 일이다. 이제 두 내외가 사는 삶에 거추장스러운 물건들은 좀 정리하고 살자는 생각으로 집안 정리를 했었다.

그 물건들 가운데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상자에 넣어 창고방에 밀어넣어둔 것들이 있었다.카세트 테이프, 비디오 테이프, LP 레코드판 등이다.

오래 전 기억들을 담아 둔 물건들이지만, 그것들을 재생해 주는 기기들이 집안엔 남아있지 않았으므로 쓸모가 없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버리자니 웬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탓이다.

그 중 LP 레코트판들은 오래 전 이민 짐 속에 있었던 물건들인데, 이민 이후 정작 전축이라고 부르던 물건을 사본 적이 없으니 그냥 잊혀진 것들이었다.  그것들 대부분은 60, 70년대 노래들 이거나  당시의 영화음악들인데, 곁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해서 차마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며칠 전, Amazon에 들어가 어떤 물건을 찾다가 눈에 뜨인 것이 Nostalgic Entertainment Center라는 축음기였다.

오호, 이런 물건이 있다니! LP 레코드 플레이어는 물론이거니와 카세트 테이프 재생과 CD플레이어, FM, AM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아내와 상의도 없이 주문을 했고, 오늘 나는 30년 넘게 짐속에 물건이었을 뿐인 LP 레코트판을 돌려 노래를 듣는다.

오호! 이 즐거움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