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음

느긋한 안식일 오후. 이 책 저 책 남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김남주에게 홀린다. 아마 어제 필라에서 있었던 광주 항쟁 38주년 행사장을 찾았던 탓일게다.

김남주의 시집 <나의 칼 나의 피>는 솔직히 내겐 좀 버겁다. 더더구나 이 나이의 내겐.

그러다 내가 크게 고개 끄덕이는 조선의 마음을 노래한 시 한 편.

<옛 마을을 지나며>

♦ 김남주

찬서리

나무 끝을 날으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 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2018년 5월 남북미에 얽힌 뉴스들 위에 겹친 김남주의 시 한편. 부끄러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