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과 별

해방과 구원은 성서 이야기의 두 핵심이다. 히브리족속의 탈애굽과 예수의 십자가는 두 핵심 이야기를 대변하는 사건들이다. 나머지 무수한 이야기들을 단지 두 핵심 이야기를 위한 치장으로 내칠 수는 없겠다만, 무게가 처짐에는 틀림없다.

예수 탄생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십자가와 부활에 닿지않는 예수 탄생 이야기는 큰 뜻이 없다.

<그 분은 그 옛날 호숫가에서 그분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찾아가셨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이름이 없는, 알지 못하는 분으로 찾아 오신다. 그분은 우리에게 “나를 따르라!”고 똑같이 말씀을 하시며, 우리 시대에 그분이 성취하셔야 할 과제를 우리에게 정해 주신다. 그리고 순종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현명한 사람이건 단순한 사람이건 간에, 그분의 제자로 살기 위해 거치게 될 수고와 갈등, 고난 속에 그분 자신을 계시하시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써,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 속에서 그분이 누구인지를 배우게 된다.> – 알버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역사적 예수의 탐구에서)의 말이다.

<예수가, 아마도 처음이자 유일하게, 성전의 화려함에 맞서서 그 합법적 브로커 기능을 브로커 없는 하나님의 나라(unbrokered kingdom of God)의 이름으로 상징적으로 파괴하였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 시대의 신학자 존 도미닉 크로산(John Dominic Crossan, 역사적 예수에서)이 만난 예수의 모습이다.

십자가와 부활이 전적으로 믿는 이들 개인 신앙고백에 닿아 있듯이, 예수 탄생의 뜻 역시 온 세상 각 사람들과 신이 그 어떤 브로커 없이도 만나는 지점 곧 오늘 여기에서 세워진다.

2018년 성탄 전날 아침에 빌어보는 기도이다. “곤고한 모든 이들의 가슴에 한 점 별빛으로 찾아오소서. 별빛에 크기와 상관없이 오신 당신으로 인해 오늘, 여기에서 누리는 삶의 뜻을 찾게 하소서.”

그 마음으로 가게 손님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12-24

이제 2017년도 딱 한 주간을 남겨 놓았습니다. 지나간 한 해 동안 있었던 여러 일들을 생각해봅니다. 사람 사는 일이 늘 그렇듯 꼭 즐겁고 기쁜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느 해처럼 때론 아프고 슬프고, 화나고 짜증나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해를 돌아볼수록 커지는 것은 감사입니다. 특별히 제 세탁소를 통해 만난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 감사의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전 날 아침에  제가 좋아하는 시 한편을 당신과 나누고 싶어 띄웁니다.

겨울 길을 간다

–       이해인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아는 이 하나 없다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간다.

화사한 봄도 아니고, 호사스런 여름도 아니고, 풍성한 가을도 아닌 텅 빈 겨울에 흰 눈 덮힌 오솔길을 걷는 시인은 올해 73살의 카톨릭 수녀입니다. 그녀는 아는 이 하나없이 별 빛조차 없는 어두운 겨울 숲길을 걷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바라보면 겨울 길을 걷고 있는 시인은 불쌍하고 안타깝게 보입니다. 그런데 시인은 저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놀라운 반전을 선포합니다.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그녀가 행복한 까닭은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녀가 가슴에 품은 별이란 종교적 고백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저 같은 보통사람들 누구에게라도 그 별 하나 묻을 가슴이 있는 한 ‘행복을 가져다 주는 고운 별’ 같은 사람 하나쯤을 있지 않을까요?

이제 한 주간 남은 2017년의 당신의 시간들이 고운 별들로 반짝이는 길이 되시길 빕니다.

당신의 세탁소에서


The year 2017 has just one week left now. I’m thinking back over various things that happened this year. As is of the case with life, not all of them were happy and pleasant. Just like other years, some of them were painful, sad, upsetting or irritating. However, as I’m looking back over the year, what becomes bigger is gratitude. Especially, I am grateful to you who I got to know through my cleaners.

With the gratitude in mind, I would like to share with you one of my favorite poems on this morning one day before Christmas.

Walking on a winter path

– Hae-in Lee

Along with spring and summer
Woods which was dazzled,
When they take off clothes slowly with autumn,
Desolate at sunset
The sounds of winter coming are whistling around.

When I open the window casually,
On the snow-covered footpath,
Darkness becomes deeper and no one who I know is there.
In the winter woods without stars
There is no one that I know.

Thirsty from a long journey
Happiness of poverty, a beautiful star
Burying in my heart,
I’m walking on a winter footpath in the woods.

Not in cheery spring, not in dazzling summer nor in abundant fall, but in desolate winter, the poet who is walking on the snow-covered footpath is a Catholic nun at the age of 73. She is walking on the dark winter footpath in the woods without stars.

If we look at her with the eyes of ordinary people, the poet may look pitiful and sad. But, she declares the reversal which is shocking to ordinary people like me. She says that she is a happy person.

The reason why she is happy is because she is walking <on a winter footpath in the woods/Burying in my heart/Happiness of poverty, a beautiful star>. The star which she buries in her heart may mean religious confession.

But, thinking it over deeply, to all the ordinary people like me, if we have a heart to bury that star in, I think that we must have at least one person who is like a beautiful star which brings happiness to us. Don’t you think so?

I wish that the last week of 2017 will be like a path sparkling with beautiful stars to you.

From your cleaners.

나를 위로하는 시 하나

2016년 새해 달력을 건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장을 넘깁니다. ‘왜 이렇게 빠를까’라는 생각을 하며 시집 몇권을 들었던 것은 엊저녁의 일입니다.

선사(禪師)들이 던진 도(道) 통한 시편들인 임종게(臨終偈)와 이 세상 아픔조차 놀이로 읊었던 천상 시인 천상병의 시편들 그리고 오늘 제 가게 손님 한 분이 “Oh Boy!  Gee Whiz!  Wow!  Golly!  Outta’ sight!  Brilliant!”라며 찬사를 보낸 수녀 이해인님의 시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제 가게 손님들에게 보냈던 편지입니다.

2월을 맞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조금만 더 예쁜 삶을 살기 바라면서…

1-31

내일이면 벌써  2월입니다.

일월 마지막 주일 아침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인과 시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미 이 편지를 통해 몇차례 그녀의 시를 소개해 드린 적이 있답니다.

시인의 이름은 이해인이고  1945년생인 그녀는 천주교 수녀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북으로 납치되었습니다.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수녀가 되기로 결심하였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수녀의 길로 들어선 그녀는 그 때부터 많은 시를 쓰기 시작했답니다.

그후 공부도 계속해서 영문학과 종교학을 전공하면서 동양과 서양의 생각들, 천주교와 다른 종교들의 생각들을 두루 익히며 시를 써왔답니다.

그러던 그녀가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은 것은 2008년이고, 오늘까지 병과 싸우며 계속 시를 쓰고 있답니다.

제가 그녀의 시를 좋아하는 것은 이런 그녀의 삶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시들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깨끗해지면서 새로운 힘이 솟기 때문입니다.

2016년 두번째 달력을 넘기면서 읽는 그녀의 시랍니다.

2016년 1월의 마지막 주일 아침에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어 소개해 드린답니다.

나를 위로하는 날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나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맞는 2월의 하루 하루가 멋진 시간들이 되시기 빌며…


Tomorrow, it will be February already.

For this last Sunday morning of January, I would like to introduce my favorite poet and a poem of hers. I have introduced some of her poems before through this weekly letter.

The poet’s name is Hae-in Lee. She was born in 1945 and she is a Catholic nun.

During the Korea War, her father was kidnapped and taken to North Korea. When she was a freshman in high school, she decided to become a nun. Since she followed her dream to become a nun after graduating from high school, she has been writing poems.

She also continued studying, and majored in English literature in college and the science of religion in graduate school. She kept writing poems while learning and studying Eastern and Western thoughts and Catholic and other religions.

Then, she was diagnosed with colorectal cancer in 2008. Since then, she has been fighting against the cancer, but she keeps writing poems even now.

The reason why I like her poems very much is not because of her life. It is because her poems always set my mind at ease, and I feel both calm and reinvigorated.

It is her poem which I’m reading while tearing off the first page of the 2016 calendar.

I would like to share it with you in this last Sunday morning of January, 2016.

A Day When I Comfort Myself

Occasionally, really occasionally/ I need to comfort myself.

Though not a big thing,/ As if the world had ended,/ When I taste death,

Though undiscovered by others yet,/ When my flaws and weaknesses/ Make me stay awake,

Because of shame/ Not to show my face to anyone,/ When I want to hide behind the door.

That’s OK. That’s OK./ Cheer up./ You can do better from now on.

Though a little embarrassed,/ While I’m comforting myself,/ Quietly/ There are times to stand in front of a mirror.

In which I become to myself/A little bit warmer and more generous/ A full mind,/ A broadly smiling mind.

Before giving to others,/ Which I give to myself first,/ It is a gift of comfort.

I wish that you’ll have a royal time every day in February which you’ll greet with a mind to comfort your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