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침

가게문을 열고 부산하게 움직이다가 문득 눈에 들어 온 아침 하늘에 빠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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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이사 후 첫날 아침, 먼 길 이사 가는 새떼들이 내 생각을 오래 전 내 젊었던 시절로 데려갔다. 이민(移民)후 정말 멋 모르고 시작한 세탁소, 가게 이름을 지을 때였다. ‘나는 김씨고 당신은 이씨니 그냥 K&L로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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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한 세탁소가 내 평생의 업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새 장소로 이전해 첫 날을 맞았다.

솔직히 이제껏 내 맘과 내 뜻대로 이루어진 일이란 별로 없다. 나는 그게 나에 대한  신의 은총이라고 고백하곤 한다.

새 장소에서도 여전할 것이다.

높이 나는 새들도 있고, 낮게 팔랑이며 나는 새들도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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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4869김가인 나와 이가인 아내가 같은 생각으로 날고 있으므로.

2019년 3월 11일, 참 좋은 아침에

욕심에

새 달부터 새 장소에서 영업을 한다는 이전 안내문을 붙이자 “내가 뭘 도와줄까?’ 묻는 이들이 많다. 직장 일을 쉬더라도 이사 일을 돕겠다는 젊은이도 있고, 교회와 동네에 자원봉사자들을 모으겠다는 이도 있다. 더러는 이전 비용을 염려하며 전보다 더 많은 세탁물을 가져오는 것으로 돕겠다는 이들도 있다.

이즈음 이런 저런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주는 고마운 얼굴들 떠올리며 주일 편지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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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어느 날인가 네 다섯 살 쯤 되어 보이는 꼬마 아이가 제 아빠 손을 잡고 세탁소에 들어 섰답니다. 아이는 무언가에 아주 토라진 듯 입을 삐죽히 내밀고 있었습니다. 아이 아빠에게 허락을 받고 아이에게 막대사탕 하나를 쥐어 주었답니다. 아이의 얼굴은 이내 세상 다 가진 듯 환하게 바뀌었답니다. 그리곤 그 환한 얼굴로 컨베이어에 걸린 옷들이 돌아가는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그런 아이 모습을 바라보며 순간 넋이 나간 저도 잠시 아이가 되었었답니다. 딱 그 꼬마 아이 쯤 나이였을 때 제 아버지의 등에 업혀  잠 들었던 기억이 되살아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내내 제 생각엔 지난 시간들이 마구 스쳐 지나갔답니다. 잠에 빠진 어린 저를 업고 걸으셨던 아버지는 이제 아흔 중반 나이에 이르셨습니다.

유년이 지나 소년을 거쳐 청년이 되어가며 저는 꿈을 꾸었었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이었답니다. 아직 그런 꿈을 버리지 못했을 때에 아내를 만났습니다. 그 시절 아내의 꿈은 노래하고 춤을 추며 사는 것이었답니다.

그리곤 어찌어찌하여 우리 부부는 델라웨어 뉴왁에서 세탁소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딱 30년 전인 1990년 7월이었습니다. 제 성씨인 Kim과 아내의 성씨인 Lee의 첫 글자를 묶어 K&L Cleaners라고 간판을 걸었었답니다.

그 날 밤, 막대사탕 하나로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한 얼굴이었던 아이를 생각하며 저는 꿈을 꾸었답니다. 시 쓰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결코 대단한 일이 아니고, 그저 살아가면서 느끼고 고백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꿈을 꾸었답니다.

그것이 비록 큰 욕심일지언정 꿈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으로.

당신의 세탁소에서.

욕심에

얼굴 가득 찡그린 마음 담은 채
제 애비 손 잡고 내 가게 들어 선 꼬마 아이
막대사탕 하나 쥐어 주니
세상 다 가진 얼굴이다

그 모습에 홀려 꿈을 꾼다

먼 훗날 꼬마 아이
이 도시의 거리와 풍경들
가족과 이웃들
사진첩 넘기 듯 옛일 생각할 때
비록 얼핏 스쳐 지나가는 배경일지라도
사람 좋은 얼굴 세탁쟁이로 남을 수 있다면

때론 욕심이어도
꿈은 아름다울 수 있으므로.


One day last week, a child who looked to be four or five years old held his dad’s hand and walked into the cleaners. He pouted his lips, maybe because he was upset about something. With his dad’s permission, I slipped a lollipop into his hand. His face softened into a grin, as if it meant the world to him. Then, with a beaming smile, he looked at the clothes hanging on the moving conveyers with bewitched eyes.

While I was watching the boy, old memories led me to become a child for a moment. That was because he brought to me an old memory that I had fallen into sleep on my father’s back when I was about his age.

Throughout the afternoon that day, a flood of thoughts and memories of the past coursed through my mind. My father, who walked with me on his back, is in his mid-nineties now.

When I became a young man, after going through my infanthood and adolescent period, I had a dream. It was a dream of becoming a poet. Before I gave up the dream, I met my wife. At that time, she dreamed of living her life in singing and dancing.

Then, one thing led to another, and my wife and I began to run the cleaners in Newark, Delaware. It was in July 1990. I named it “K&L Cleaners” after the first letters of my last name “Kim” and my wife’s last name “Lee.”

That night, thinking about the boy who became happy with a lollipop, I dreamed about the thought that writing poems, singing and dancing are not big deals, but they are simply to feel and to express one’s life.

And the thought that dreams are beautiful, though they may be big greed.

From your cleaners.

My Greed

With a face filled with a frowning mind
A little boy who walked into my store holding dad’s hand,
When I slipped a lollipop into his hand,
Changed his face as if he owned the world.

I’m dreaming enchanted by the changes in his face

Some day in the distant future, when the little boy
Will think back, as if leafing through an old picture album, on the past times
Streets and scenery of this town, and
Families and neighbors,
Even as a part of the passing background,
I’d have been remembered as a friendly-looking cleaner.

Sometimes, though greedy,
Dreams can be beauti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