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편지

내 가게에서 만나는 이웃들에게 오월 이야기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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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제가 일요일 아침에 보내 드리는 이메일 편지를 잘 읽고 있다는 인사를 받곤합니다. 이럴 때면 미처 제 속 깊은 감사를 다 드러내지 못하고 그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수줍게 웃곤 합니다. 이 편지를 쓸 때마다 단 한사람에게 만이라도 일요일 아침에 좋은 기분을 갖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오늘은 평소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나 드립니다. 살며 누구에게나 아프고 어두운 기억들이 하나 둘 씩은 있을 것입니다. 제게도 아직 깊게 남아 있는 아픈 기억이 있답니다.

제가 이민을 오기 전 한국에서 살았던 1980년 5월의 기억입니다. 당시 한국은 18년 동안  오래 집권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된 후 정국이 매우 혼란했답니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이 죽자, 새로운 군부 쿠데타 세력인 전두환이 집권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살상한 사건이 일어 났답니다. 한반도 서남쪽에 있는 광주시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이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고 부르는 사건입니다. (The Gwangju Uprising을 클릭하시면 이 사건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저는 당시 학생이었고 광주가 아닌 서울에 살고 있었습니다. 저는 광주 민주화 운동과는 상관없는 학생 시위 사건으로 당시 군대가 장악한 조사기관에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했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제 아버지도 체포되었답니다.

국가 또는 체제의 폭력에 대한 쓰리고 아프고 어두운 기억입니다. 이후 저는 미국으로 이민을 왔기에 그 곳에서 살며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어 낸 제 친구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답니다.

제가 틈틈이 꺼내 읽고 하는 책 가운데 심리학자이자 인지 과학자인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는 책이 있답니다.

그는 여러가지 역사적 자료들을 제시하며 사람사는 세상은 폭력이 감소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 안에 공존하는 ‘천사’와 ‘악마’의 본성들 중 선한 본성이 악한 본성을 누르고 점차 덜 폭력적인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답니다.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르니 핑커의 주장에 찬반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그의 주장에 100% 동의하며 그렇게 사람들이 노력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있답니다.

<우리가 오늘날 이런 평화를 누리는 까닭은 옛 세대들이 당대의 폭력에 진저리치면서 그것을 줄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말입니다.

오늘은 조금은 엉뚱한 편지를 띄웁니다.

메모리얼 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을 생각해 보며…

당신의 세탁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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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time to time, I heard from customers that they were enjoyed reading my weekly letters which I had been sending on Sunday morning. Then, I just thanked them with a shy smile without disclosing my deep gratitude fully. When I write the letter, I always wish that it will have the reader, even if only one person, get good feelings on Sunday morning.

I’d like to tell you a story which may be somewhat different from the usual ones. We all may have a few dark and painful memories. I have a painful memory which remains deep in my mind.

It is a memory of May 1980 when I lived in Korea before I came to America. At that time, the political situation was in turmoil, after President Park, who had been in power for 18 years since seizing power in a military coup, was assassinated. Shortly after he died, a grave incident of killing and wounding many people happened in Gwangju, a city in the southwestern region of Korea. It was an incident which Chun Doo-hwan, a new leader in military power group, committed to seize power. It is now called “Gwangju Pro-democracy Movement” by Korean people. (If you click “The Gwangju Uprising,” you’ll find the information of the incident.)

At that time, I was a college student and was living in Seoul, not in Gwangju. I got arrested in a student demonstration, which was not related to the “Gwangju Pro-democracy Movement,” and had to suffer from brutal torture by the investigation agency which was under the control of the military power. Even my father was arrested, too.

It was a heartbreaking, painful and dark memory about the violence of the state or system. As I moved to America since then, in my mind there is still lingering a guilty feeling about those friends who stayed there and accomplished the democratization of Korea.

One of the books which I read from time to time is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Why Violence Has Declined” by Steven Pinker who is a cognitive psychologist, linguist, and popular science author.

Pinker argues that violence has decreased over multiple scales of time and magnitude with a large volume of historical evidence. In his view, human nature comprises inclinations toward violence and those that counteract them,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With the application of the other better angels of our nature over the former, the world is moving toward a less violent one.

As everyone has their own opinion, there may be disagreement about Pinker’s arguments. But, there is one thing that I agree with him 100% percent. In addition, I think that all of us should do as he said. He said:

“…we enjoy the peace we find today because people in past generations were appalled by the violence in their time and worked to reduce it, and so we should work to reduce the violence that remains in our time.”

Today, I’ve told you a rather unusual story.

Memorial Day is not far from today.

With the thoughts about those who sacrificed for a better world.

From your cleaners.

 

시인의 마음

느긋한 안식일 오후. 이 책 저 책 남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김남주에게 홀린다. 아마 어제 필라에서 있었던 광주 항쟁 38주년 행사장을 찾았던 탓일게다.

김남주의 시집 <나의 칼 나의 피>는 솔직히 내겐 좀 버겁다. 더더구나 이 나이의 내겐.

그러다 내가 크게 고개 끄덕이는 조선의 마음을 노래한 시 한 편.

<옛 마을을 지나며>

♦ 김남주

찬서리

나무 끝을 날으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 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2018년 5월 남북미에 얽힌 뉴스들 위에 겹친 김남주의 시 한편. 부끄러움으로.

황금률(黃金律)

올해는 봄을 건너뛰는가 봅니다. 한동안 아침 저녁으로 써늘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갑자기 여름이 되는듯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오월인데…. 그 맘으로 오늘 아침 제 가게 손님들께 오월찬가(?)를 띄웠더니, 손님 한분께서 이런 답을 보내왔습니다.

“You’ve expressed the same wisdom as is captured in Western culture as the ‘Golden Rule:   Do unto others as you would have them do unto you’.   If more of us followed the philosophy in these two expressions of being kind, respectful and helpful to everyone would eliminate much of the strife in human society.”

너나 할 것없이 사람들이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율만이라도 쫓아살 수만 있다면 세상은 틀림없이 밝아질 것입니다.  그것이 힘들다면 역지사지易地思之, 곧 남을 이해하는 정도만 지키고 살아도 사람사는 세상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 모두가 너무 먼 곳이 아닌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할 일입니다.

오월에 담긴 무수한 이야기들을 창가에서 우는 새소리로 전해듣는 아침에….(아래는 오늘 아침에 손님에게 띄웠던 편지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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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너 어디서 왔니?”  또는 “중국인이니? 일본인이니?”

며칠전에도 똑 같은 질문을 받았었답니다. 질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라면 “한국에서 온 미국인”이 맞을 것입니다만, ‘Korea 또는 Korean’으로 대답한답니다.

좀 다른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답니다. 한국과 중국 또는 일본과의 관계나 한국인과 중국인 또는 일본인의 차이과 관계 등을 묻는 경우랍니다. 참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랍니다. 그럴때 제가 할 수 있는 답은 “가깝고도 먼 나라들”이랍니다.

세 나라가 모두 지리적으로는 가깝고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역사적 경험과 문화, 언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은 한국을 지배한 적이 있었지만 한국은 두나라에게 지배를 받았을 뿐입니다. 이런 경험들로 세 나라가 서로 다른 점들이 많답니다.

세나라의 역사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세기에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을 때 한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 가운데 김구라는 이가 있습니다.

그 이가 이런 말을 했답니다.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 천국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 모든 것이 다 가까이에서 시작된다.>고 말입니다.

제게 국가니 역사니 하는 말들은 너무 큰 것들입니다. 오히려 김구의 이런 말들이 쉽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제 삶이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게 모두 제가 하기 나름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참 좋은 계절인 오월입니다.

가까이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므로 하루하루가 천국이 되는 나날이 되시길 빕니다.


One of the questions which is frequently asked of me is: “Where are you from?” or “Are you Chinese or Japanese?”

I was asked the same question the other day. Though the perfect answer may be “an American who came from Korea,” I usually answer the question with the word, “Korea” or “Korean.”

Sometimes I am asked slightly different questions. They are about the relations between China and Korea or between Japan and Korea and the differences between Chinese and Korean or between Japanese and Korean. They are not questions which I can answer so easily. The answer which I can give to those questions is that those countries are “close so close and yet far.”

That is because the historical experiences, cultures and languages are different from one another, even though the three countries are so close geographically and the appearances of those peoples are very similar.

Kim KuThough China and Japan had occupied Korea in the past, Korea has not occupied either of those countries. Because of the historical experiences including this, the three countries have lots of differences from one another.

I’m not trying to talk about the histories of three countries. In the last century, when Japan occupied Korea, there was Kim Ku, one of the Koreans who had lived fiercely and fought for the independence of Korea.

He said:

“The way to make hell is simple. It can be done by simply hating close people. The way to make heaven is also simple. It can be done by simply loving close people. All begin from things which are close.”

Countries and histories are too big for me to grasp. Instead, things and words, such as what Kim Ku said, reach out to my heart more deeply.

I think that he taught me a lesson: This everyday life of mine can be heaven, or hell, and that’s up to me.

It is May, a really good and pleasant season.

I wish that your everyday life will become heaven by loving all which are close.

화무십일홍(花無十一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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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열흘을 못 넘기는 법이라고 하지요.

이른바 화무십일홍(花無十一紅)입니다.

우린 종종 잊고 산답니다. 그 열흘을 위해 나머지 355일을 준비하는 꽃들의 노고를.

이즈음은 꽃도 아닌 것들이 꽃인양  365일을 월계(月桂)놀이로 지새우는 이들이 많은 세상이지만.

뜰에 꽃좋은 날

그래서 더욱 아린 오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