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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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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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주택가 상점들 가운데 이른 아침 가장 먼저 문을 연 곳은 미용실이었다. 도시는 치장이 필요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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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에서도 노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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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곳곳에서 여러 다른 모습의 홈리스들을 보았다. 잠시 제 자리를 비운 다른 노숙자의 짐을 터는 모습, 남녀 노숙인들이 서로 마주보며 스마트폰을 들고 전화놀이에 빠져 있는 모습, 신문 경제면을 샅샅히 훑고있는 모습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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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의 문제는 비단 캘리포니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해 전, 우리 동네에서 만났던 힘깨나 쓰던 한인 노숙자 사내는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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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가늠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아주 넉넉하다싶게 떠난 공항행이었지만 길위에서 꼼짝을 못하고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이 비단 우리 일행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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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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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가 청과상에서 닭한마리 값으로 사먹은 Saturn Peach(도넛 복숭아) 는 새롭고 신기하면서도 익숙한 맛이었다. 무릇 여행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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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과 초를 다투며 공항 렌트카 반환지에 도착한 우리는 비행기 시간에 맞추었다는 안도에 조금전 겪었던 일들을 추억거리로 새기며 웃을 수 있었다. 주행거리 겨우 만 마일 정도였던 렌트카가 공항으로 오는 하이웨이 진입로에 들어서자 엑셀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좀처럼 놀란 티를 내지 않고 여행 내내 느긋했던 하나아빠가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정말 베테랑이었다.

그렇게 시간에 쫓겨 탑승게이트에 도착한 우리들을 맞은 것은 비행기 연착 안내였다. 샌프란시코에서 1시간 40분 늦게 출발한 비행기 탓에 우리는 환승지 샤롯(노스 캐롤라니아)에서 4시간을 맥없이 앉아 있어야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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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행 환승 비행기를 기다리던 노스 캐롤라이나 Charlotte 공항 대합실에서 나는 어느 노부부의 모습을 한동안 넋놓고 바라보았다. 노마나님은 연신 먹을거리를 남편에게 건네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무표정하게 그를 받고 있었는데, 마치 오래전 시골 버스 정거장 대합실에서 마주쳤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하였다. 짐이라야 달랑 작은 백팩 두개 뿐인 것으로 보아, 떨어져 사는 자식들 얼굴 한번 보고 돌아가는 길이 아니였을까?

나는 노부부를 보면서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Toni Morrison이 쓴 소설 “고향”을 떠올렸다.

소설속 주인공 Frank Money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이다. Frank가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 이유는 이  미국땅에서 흑인들이 겪어냈던 아픔 때문이었다. 남부 조지아주 로터스 출신의 흑인 Frank는 아주 어릴 적에 겪었던 일로 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그의 경험이란 한 흑인 남자가 백인들에 의해 생매장 당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훗날, 그렇게 생매장당한 흑인은 백인들의 놀이도구로 죽게 된 사실을 알게된다.

백인들은 흑인 아버지와 아들을 싸우게 해놓고는 내기를 벌인다.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워야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그때 흑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한다. “네가 나를 죽이라고.” 흑인 아버지는 결국 생매장을 당하고 만다.

작가 Toni Morrison는 1940년대에만 해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었던 미국의 원시적이고 병적인 인종차별 현장을 고발하고 있다. 소설속 주인공 Frank Money는 이런 병적인 사회로부터 탈출하고자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 것이다.

평범한 삶의 현장에서 단지 피부색이라는 판단 기준에 따라 누군가에는 심심풀이 놀이가 되고, 또 다른 누구가는 목숨을 걸어야하는 노리개가 되어도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던 세상을 겪어왔을 대합실의 노부부를 보며, 그들이 헤쳐왔을 세월들에 잠시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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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고향의 길목이 되어버린 필라의 스카이라인은 반가움이었다.

그랬다. 여행 끝에서 만나는 일상은 반가움이어야만 했다.

후기 – 하나네와 우리 부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처 맛보지 못했던 중국인촌 만두를 아쉬어하며, 여행 후 두어 주 지나 필라델피아 중국인촌에서 만두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 부부는 사랑하는 아들이 사랑하는 아이의 부모 Washington씨 부부와 저녁을 함께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