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의 시드니 인문학 교실 – 17
제 6강 – 1 : 인문학의 주제 – 사람(Saram) (2)
♦ 人文學의 핵심이며 제 1 주제인 ‘사람’에 대한 두번째 이야기 입니다.
종교나 하느님 문제 까지를 포함하여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는 결국 사람 문제로 귀결이 됩니다. 사람이 우리에게 기쁨도 주고 사람이 우리를 슬프게도 합니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은 대부분 우리 가까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탄핵된 박근혜 보다는 마약으로 교도소에 있는 우리 아들이 나를 더 불행하게 합니다.
소포클레스의 말대로 ‘이 세상에는 이상한 것이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이상한 것이 사람입니다.
‘우리는 50년을 함께 살아온 우리의 배우자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 자식은 우리가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니까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지금 우리 곁에 앉아있는 <인문학의 친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지난 시간엔 주로 서구적 입장에서 보는 ‘사람’을 살펴보았습니다만 오늘은 동양적 사유를 바탕으로 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추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추천 도서는 신영복선생이 성공회 신학대학 인문학 교실에서 한 강의를 책으로 출판한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돌베개 2015)와 그 분의 다른 책인 ‘강의 – 나의 고전 독법’(돌베개 2004)과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돌베개 1998)입니다.
♦ 들어가는 말 – 우리가 무엇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는 어떤 ‘인식의 틀’, ‘인식의 도구’(The Frame of Knowledge, The Structure of Understanding, The Tool of Cognition)가 있게 마련 입니다.
그런데 서양, 혹은 서양 사람들은 이 인식의 틀과 도구를 주로 ‘문사철文史哲’ –문학과 역사와 철학- 로 여겨왔습니다. 사람들이 남겨놓은 문학작품들, 역사적 흔적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을 담은 철학을 추적해 보면 그들의 사상과 인식의 틀이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을 흔히 ‘이성적 인식 방법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동양, 혹은 동양인들은 이 인식의 방법을 시서화‘詩書畵’ –시와 글씨와 그림- 이라고 여겼습니다. 시와 글씨와 그림이라고 했습니다만 이는 시와 그림과 소리를 뜻하는 겁니다.
즉 동양인들은 시를 짖고 그림을 그리고 (대부분의 동양화를 보면 시에는 그림이 있고 그림에는 시가 깃들입니다) ‘소리’를 하는 곳에 인간의 온갖 흔적들이 묻어난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감성적 인식 구조’를 여실히 보여 줍니다.
동양에서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요소를 머리라고 보지않고 가슴이라고 본 것입니다. 동양인들은 말 잘하고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 보다는 마음씨 곱고 인정이 깊고 생각이 바른 사람을 보다 더 좋은 사람으로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사철文史哲에서 시서화詩書畵로 가야한다’, ‘서양에서 동양으로 가야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동양인들이 지닌 사고의 틀이요, 인식의 구조입니다.
*** 다음 글은 ‘동양적 사람 이해’ 혹은 ‘동양적 사람 이해의 방식’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