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천국 – 열번 째 이야기)
이스라엘의 희망은 구약성서에 기록되어 있는 고난의 시대 이래로 수 세기 동안 유태인들을 괴롭혀온 참혹한 고난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살아있다. 최근사 아우슈비츠와 그 외의 다른 죽음의 수용소에서 조직적으로 근절되고, 탈출할 수 있는 모든 출구가 닫혀진 것처럼 보였던 나치 횡포의 무시무시한 시절까지도… (John Macquarrie 의 “인간이 되신 하나님”에서)
십계명과 율법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상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십계명과 모세 오경이 쓰여진 시대가 언제인가라는 물음입니다. 이미 제가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실제 모세가 기록을 한 것이든 후대에 편집된 것이든 제가 지닌 생각과 믿는 신앙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다만 보다 크게 일하시고 우리들의 머리속 능력으로는 가늠할 수 없이 큰 것을 품으시는 신의 세계를 이해하면서 믿으려면 우리들의 생각이 보다 합리적인 게 옳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날 일반적으로 모세 오경 및 십계명을 비롯한 초기 율법에 대한 기록은 이야기(설화)와 몇가지(주로 J, E, D, P라고 이름지어진 네개의 문서를 위주로 한) 문서들로 따로 전해 오다가 출애굽이후 약 6-7백년 뒤에 문서 곧 모세오경으로 틀을 잡았다는 것이 많은 성서학자들의 이야기라는 말씀을 소개합니다.
출애굽 이후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다가 바벨론 포로가 되기까지 이르는 기간의 이스라엘 백성들의 생각들을 옳게 이해하고 우리들이 바르게 배우고 생각하며 믿기 위해서 이런 학문적 사실들을 먼저 소개 드리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십계명은 출애굽이후 광야에서 야훼 하나님과 히브리족 사이에 맺은 약속의 원형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기타 제사, 사제들의 법규, 사회경제적인 관습법, 여러가지의 종교적 법률들은 시내산 광야에서 맺어진 것이라기보다 그 후 수 백년간의 경험들을 토대로 후대에 그 민족이 약속으로 고백한 것이라는 게 제대로 된 이해일 것입니다.
조금 쉽게 예를 들어 말씀드리지요.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개국한 게 1393년이니 지금으로부터 약 칠백년이 좀 넘은 때의 일입니다.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요즘말로 하면 성공한 구테타를 일으켜 집권을 했습니다. 그런데 일테면 위화도에서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서 그렇게 했다고 이성계가 말했다고 칩시다. 그리고 그런 기록을 명확하게 남겨 놓았다고 합시다.
칠백년 동안 한반도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그때마다 백성들이 그 기록과 계시는 만들어진 것이고 거짓이었다고 주장하고 한 쪽에서는 아니다 하고 싸웠다면 제 아무리 이성계가 받은 계시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칠백년이 지난 오늘날 사람들이 사실로 믿고 있을까요?
그와는 반대로 이성계가 받은 계시와 기록이 명확한 거짓이고 사실이 아님에도 칠백년 동안 한반도에서 산 사람 누구나 그것이 사실이었다고 믿고 고백하고 살았다면 어떠 했을까요?
마지막으로 이성계가 받은 계시와 기록도 사실이고 모든 민족들이 역사를 이어가며 사실이었다고 고백을 했다면?
자 그렇다면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어떤 경우의 수가 확율적으로 높을까요?
히브리족의 후예들은 확율적으로 가장 낮은 모두가 사실이라는 야훼신이 하신 일이라는 믿음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가 언제 그것을 기록했느냐는 믿음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자! 이쯤 그 무렵의 유사한 법전이나 규율과 십계명이 근본적인 차이 곧 완연히 다른 모습 두가지를 말씀드리지요.
첫째는 일반적인 고대사회(탈애굽시대를 전후 한 때)의 법전이나 규율들은 이미 왕권화 되었거나(왕이 나라를 나스리는 국가체제) 계급화된 사회로 접어들었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사람이 사람을 다스리는 법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지난 글에서 우리들이 읽어 보았듯이 “어떤 나쁜 짓을 하면 어떤 벌을 받게 된다.”는 형벌의 원칙이 세워져 있답니다.
그런데 히브리족과 야훼사이에 맺은 것은 법전이나 규율이라고 정의내리기 보다는 계약이라는 점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아닌 신과 사람 사이에 조정 가능한 계약이라는 것이지요. 또한 형벌의 원칙이 없습니다.
십계명을 보면 네 부모를 공경하라,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적질하지 말라. 거짓 증거하지 말라, 이웃 집을 탐내지 말라.는 등의 “말라” 하는 규정은 있지만 “하면 이런 벌을 받는다”는 규정은 없다는 말씀입니다. (어떤 차이인지 아직 모르시겠는 분들은 제 바로 전 글 “불변”을 참조하시길)
두번 째 일반적 율법 정신 바탕입니다. 이른바 신명기 법정신입니다.
철저히 약자 보호법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노예였던 히브리족을 해방시켜 주신 야훼의 줄기찬 선포이자 신의 법정신입니다.
노예였던 히브리족을 해방시킨 야훼 하나님은 히브리족을 향하여 줄기차게 너희 가운데 약한 사람들을 살피고 돌보라는 명령을 내리신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율법의 기초라는 것입니다.
이 율법정신의 바탕에는 강자인 신 곧 야훼가 약자인 히브리족 곧 사람인 나에게 베풀어준 은혜를 사람 사이에서 통하게 하라는 명령이 깔린 것이지요.
신이 사람이 된 세상이 아니라 사람을 신으로 끌어 올리려는 세상을 꿈꾼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이지요.
3500여년 전 히브리 노예족이 만난 신이었답니다.
그리고 그들이 신과 맺은 계약이 바로 십계명이지요.
저도 이젠 가나안 이야기로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광야에서 두어번 더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