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廣場)과 밀실(密室)

최인훈 광장오늘자(2월 1일) 연합뉴스는 다시 태어난 최인훈의 소설 <광장>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는 ‘광장’ 출간 55주년을 맞아 소설이 처음 발표됐을 때의 삽화 6점을 다시 추가한 개정판을 1일 내놨다는 것입니다.

작가 최인훈에 따르면 1960년 잡지 ‘새벽’ 11월호에 <광장>을 발표한 이후 오늘날까지 모두 열차례 정도 고치고 수정해 왔다고 합니다.

6ㆍ25 전쟁포로인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남북, 좌우를 모두 거부하고 중립국을 택해 가던 수송선 위에서 바다로 자신의 몸을 던져 죽음을 택합니다.

작가 최인훈은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쓸 당시에 주인공이 그렇게 힘겨워한 일들의 뒤끝이 이토록 오래 끌리라고는 예감하지 못하였다.”

소설 광장이 발표되었던 때로 부터 55년이 흐른 2015년 현재 <광장>이 계속해 다시 쓰여졌다는 소식은 서글픔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아니, 상황이 전혀 변한 것이 아니라 더욱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1960년 소설 발표 당시 작가 최인훈이 썻던 서문(序文)이 이를 증명해 줍니다.

‘메시아’가 왔다는 이천년래의 풍문이 있습니다

신이 죽었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신이 부활했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코뮤니즘(공산주의)이 세계를 구하리라는 풍문도 있습니다.

우리는 참 많은 풍문 속에 삽니다. 풍문의 지층은 두텁고 무겁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고 부르고 문화라고 부릅니다.

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풍문에 만족지 않고 현장을 찾아갈 때 우리는 운명을 만납니다.

운명을 만나는 자리를 광장이라고 합시다. 광장에 대한 풍문도 구구합니다. 제가 여기 전하는 것은 풍문에 만족지 못하고 현장에 있으려고 한 우리 친구의 얘깁니다.

아시아적 전제의 의자를 타고 앉아서 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줄 뿐 ‘사는 것’을 허락지 않았던 구정권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

2015년 오늘은 저 빛나던 1960년 4월에 비하면 ‘광장(廣場)과 밀실(密室)’ 모두 한반도 남북에서는 대중(시민, 인민, 국민, 민중 등 무엇이라 부르던간에)의 소유가 아닌 세월이기 때문입니다.

최인훈이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대중의 광장이다.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쪽에 가두어 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 그럴 때 광장에 폭동의 피가 흐르고 밀실에서 광란의 부르짖음이 새어 나온다”고 썻던 바로 그 ‘광장과 밀실’ 말입니다.

다만 <풍문에 만족지 못하고 현장에 있으려고>했던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바다에 투신하는 죽음을 택했지만, 2015년 오늘 <풍문에 만족지 못하고 현장에 있으려고>하는 현실의 주인공들은 황선처럼 감옥으로 끌려가거나 신은미처럼 강제추방을 당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도피보다는 살아 감옥에 가고 추방당하더라도 ‘광장과 밀실’을 누리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있어야 “광장에 폭동의 피가 흐르고 밀실에서 광란의 부르짖음이 새어 나오”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한반도 남북 그 어디서건 대중(시민, 인민, 국민, 민중) 모두가 ‘광장과 밀실’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황선이 되고 신은미가 되어 <풍문에 만족지 못하고 현장에 있으려고> 노력할 일입니다.

그래도 희망은…

“식물도 새도 곤충도 아이들도 모두 즐거웠다. 그렇지만 사람들- 나이먹은 어른들-만은 여전히 자기 자신과 서로서로를 속이고 괴롭히는 일들을 그만두지 않았다.

신성하고 중요한 것은 이 봄날의 아침도 아니며 만물의 행복을 위해 주어진 신(神)이 만들어 준 세상의 아름다움 곧 평화와 일치와 사랑으로 마음을 이끄는 아름다움도 아니고, 단지 서로가 상대방을 지배하기 위해 스스로 꾸며낸 일들만이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16년전인 1899년에 발표된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서로가 상대방을 지배하기 위해 스스로 꾸며낸 일들만이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서부터 소설 ‘부활’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로부터 116년 후인 2015년 1월, 뉴스들은 “서로가 상대방을 지배하기 위해 스스로 꾸며낸 일들만이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사람들” 이야기로 가득찹니다.

어제가 된 2015년 1월 7일 프랑스 현재 시각 오전 11시 30분, 파리 19구에 위치한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건물에 두 괴한이 습격해 AK47 자동소총을 난사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으로 이 시각 현재 12명이 죽고, 11명이 중상인 상태이며, 그 가운데 4명은 목숨을 잃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사건을 기록한 동영상들이 이미 많이 유포되어 있는데 찾아보니 “저게 과연 사람일까?”하는 의문이 들만큼 그냥 잔인한 영화속 장면같은 일이 벌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살인마들은 사람들을 죽이면서 “Allah akbar”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그게 “알라는 위대하다”는 뜻이랍니다.

죽은 12명 가운데 <샤를리 엡도>의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Stéphane Charbonner)라는 이도 있습니다. 그가 지난 2012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그 때도 이 주간지는 이슬람세력에게 살해 협박을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가 한 말이랍니다.

“나는 보복이 두렵지 않다. 나는 아이도, 아내도 차도, 신용도 없다. 약간의 허세를 보태자면, 나는 무릎 꿇고 사느니 선 채로 죽겠다.”

그가 선 채로 죽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랍니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그 역시 스스로 “알라보다 위대하다”는 생각이었는지 역시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오늘자 CNN 온라인판에는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전세계 만평가들이 그림 삽화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이고 더 보시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링크를 걸어드립니다.

Charlie Hebdo

그리고 또다른 뉴스 하나.

대한민국 검찰이 재미동포 신은미씨를 강제출국 조치 해달라고 8일 오후 법무부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또 그녀와 함께 토크쇼를 했던 황선 희망정치포럼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검찰이 발표한 내용이 참 가관입니다.

“북한에서 치밀하게 사전 연출된 사실에 기초하거나 신씨의 지역적 또는 다년간의 경험에 기초한 걸 일방적으로 왜곡해 마치 그것이 북한 전체의 실상인양 오도함으로써 결국 북한 세습정권과 독재체제를 미화 내지 이롭게 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북한에 다섯 번 가서 ‘남한이 참 잘 산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여행사를 따라가 좋은 곳만을 보며 쓰거나 말하는 여행 이야기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되고, 세계 어느나라에 가든 ‘대한민국은 참 잘 산다’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발상은 아마 톨스토이도 짐작치 못한 일일 것 같습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2015년, 이리 저리 검색창을 두드리다가 그래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던 사진 한 장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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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이 죽고 6천6백만 명이 다쳤다.”

프랑스의 희망이요, 사람사는 세상이 희망이 되는 사진이랍니다.

선진화를 외치는 대한민국에도 이런 희망이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종북귀신

capture-20141215-223911<박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라며 “몇 번의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생활상이나 인권침해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자신들의 편향된 경험을 북한 실상인 양 왜곡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오늘자 오마이뉴스에 <박 대통령, ‘신은미 콘서트’ 비판… 백색테러엔 침묵, 토크콘서트 겨냥 “편향된 경험 왜곡·과장”… ‘정윤회 파문’ 언급도 피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의 일부입니다.

이렇게나 빨리, 그것도 대통령의 입으로 “종북 콘서트”라고 적시하는 일이 벌어진 한국 상황은 정말 심각한 수준에 이른 듯합니다.

저는 <그 놈들>이라는 연재글 네번 째(글보기)에서 이런 언급을 하였습니다.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이 남한 전국을 돌며 벌이는 토크 콘서트의 주제는 “평화와 통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연합뉴스를 비롯한 뉴스매체들은 <‘종북 논란’을 빚고 있는> 토크 콘서트로 의도적인 믿음을 독자들에게 심어줍니다.

그리고 이제 조만간 <‘종북 논란’을 빚고 있는>에서 <…을 빚고 있는>이라는 말이 사라질 것이고, <논란>이라는 말도 사라질 것입니다. 늘 그래왔듯 말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머리 속에 <종북>이라는 말만 남기게 이들의 교묘함은 작동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설마 대통령의 입에서 이렇게 튀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답니다.

조중동이나 관변단체들을 통해 서서히 그 쪽으로 몰아가리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대통령이 최일선에 서서 이렇게 <종북>이라고 적시할 줄은 정말 몰랐답니다.

용감한 것인지 무식한 것인지 그 결과는 의외로 빨리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그리고 더욱 확실해 진 사실은 <그 놈들> 스스로 만들어 홀린 헛 것, 곧 <종북귀신>으로 하여 자신들의 명(命)을 재촉하리라는 것입니다.

그 놈들 – 4

저물어가는 2014년과 함께 역사에 기록될 이름을 꼽으라면 아마 이슬람국가(IS) 또는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 등으로 불리우는 반문화적, 반인륜적 미치광이 집단이 첫순위에 오르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류의 역사를 무려 1400여년 전으로 돌리고자 하는, 가히 정신나간 사람들이 종교와 신앙의 이름으로 올 한해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파리목숨처럼 여겨 죽인 집단입니다.

헤즈볼라나 알 카에다 같은 기존의 테러집단들과는 궤를 달리하며 국가를 참칭하고 있지만 지구상 어느나라도 그들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형국입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적은 그들 이외의 전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오죽했으면 “ISIL이 전 세계를 하나되게 하였다”라는 말이 다 나왔겠습니까.

중동 지방을 근거로 하는 테러집단들이 최우선의 적으로 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을 비롯하여 러시아,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터키, 이란, 이라크, 사우디 아라비아, 시리아 정부군과 시리아 반군, 쿠르드족, 기독교인에 나아가 공산주의자 심지어 헤즈볼라, 알 카에다까지 몽땅 그들의 적들이랍니다.

분명 제 정신이 아닌 집단이거니와 전 세계를 적으로 만들고 사람들을 죽이는 집단이기에, 전세계가 힘을 모으면 금방이라도 이들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릴 수 있겠건만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아 보입니다.

미국정부만 하더라도 이들과의 싸움이 최소 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을 한다는데 아마 지난 경험치로 본다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전 세계는 이들과의 싸움으로 시간을 보낼 듯 합니다.

그런데 알수없는 일은 이 미치광이 집단과 함께 하려는 젊은이들이 미국, 유럽, 아시아, 중동 등 가히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지금도 꾸준히 현재진형형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지요. 일본, 중국은 물론 한국의 젊은이들 가운데 그런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다 나올 정도이니 말입니다.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이들 젊은이들로 하여금 희대의 미치광이 집단의 품으로 자신들의 삶을 내던지게 할까요?

도대체 왜? 멀쩡하게 잘 자라서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때인 젊은이들이 이런 반인륜적, 반문화적인 집단으로 스스로 발길을 재촉하여 함께 할까요?

여러 다양한 설명들과 해석들이 분분할 수 있겠지만 저는 두가지로 생각해 본답니다. 첫째는 ISIL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보고 자란 환경이고 두번째는 잘못된 믿음 곧 종교입니다.

첫번 째, 젊은이들이 보고 자란 환경이란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자신의 모습이나 자기 가족들의 모습이 주류가 아니라는 소외감 탓이라는 뜻입니다. 나아가 자신들이 현재 속해 있는 사회에서는 결코 그 소외감을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만난 잘못된 종교가 두번 째 이유라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멀쩡한 자신들의 삶을 돌이킬 수 없는 막장으로 스스로 밀어넣는 젊은이들의 뒤에는 바로 미치광이 집단을 이끌어가는 바로 “그 놈들”이 있습니다.

오늘자 한국 뉴스를 보면서 미치광이 집단 ISIL과 그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한반도 남쪽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답니다.

연합<‘종북 논란’을 빚고 있는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전북 익산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었으나 한 관객이 인화물질에 불을 붙인 뒤 투척하는 바람에 관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오늘자 연합뉴스가 전한 기사 한 대목입니다.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이 남한 전국을 돌며 벌이는 토크 콘서트의 주제는 “평화와 통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연합뉴스를 비롯한 뉴스매체들은 <‘종북 논란’을 빚고 있는> 토크 콘서트로 의도적인 믿음을 독자들에게 심어줍니다.

그리고 이제 조만간 <‘종북 논란’을 빚고 있는>에서 <…을 빚고 있는>이라는 말이 사라질 것이고, <논란>이라는 말도 사라질 것입니다. 늘 그래왔듯 말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머리 속에 <종북>이라는 말만 남기게 이들의 교묘함은 작동할 것입니다.

이렇게 거의 일상화된 습관에 이어 마침내 18살 젊은 아이가 폭발물을 투척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ISIL이 인류의 역사를 1400여년 전으로 돌리고자고자 하는 것과 ISIL 다음으로 전 인류적, 전 세계적 왕따가 된 북한을 쫓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종북(從北)이라는 딱지가 과연 2014년 한반도 남쪽 대한민국이나 전세계 한인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주술일까요?

그 18살짜리 고등학생에게 “인화물질에 불을 붙인 뒤 투척하”도록 사이비 믿음을 심어준 “그 놈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 하나는 바로 박정희의 공로입니다. 저는 이 점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이바지한 큰 공로를 높히 기린답니다. 다름아닌 철저한 총기류 규제입니다.

총을 들고 쿠테타에 성공했던 박정희는 총기류 규제만큼은 정말 철저했습니다. 자유당 시절만해도 심심치 않게 있었던 총기사고가 박정희 통치기간 이래 오늘날까지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안전한 나라가 된 까닭은 모두 박정희의 공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18살 아이가 총기류 대신에 “인화물질에 불을 붙인 뒤 투척”할 수 밖에 없었던 일도 저는 순전히 박정희의 공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박정희 부부 모두 총기류 사고로 세상을 뜬 일은 안타까운 아이러니지만…

그 놈들 2

no 2오늘(2014년 12월 4일)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날이라는 기사가 경제 전문 온라인 신문인 MarketWatch에 실렸습니다.

이제 미국은 공식적으로 세계 제 1위의 자리를 오늘로 중국에게 넘겨준 날이라는 기사입니다. 2000년도에 중국의 3배 규모였던 미국경제 규모가 2014년 12월 4일자로 중국보다 적어졌다는 내용입니다.

세계경제 지표를 발표하는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상품과 서비스 생산규모에 있어 올해 17.6조 달러를 기록한 중국이 17.4조 달러를 기록한 미국을 앞섰다는 것입니다.

이는 세계 경제 점유율로 따지면 중국이 16.5%로 16.3%인 미국을 앞선 결과라고 합니다.

세월앞에 장사없다는 말이 딱히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제대로 적응못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에도 그대로 유효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한 기사였답니다.

그리고 어제 한국의 ‘일등 인터넷 뉴스’라고 자처하는 조선닷컴에 한때 탑뉴스로 떠있던 기사의 제목입니다. <탈북여성 5人 “신은미·황선 끝장토론하자”> 그리고 그 아래 붙어있던 소제목들입니다. “재미 교포 관광객 오면 한달간 수업 중단하고 연습”, “’평양 원정 출산’ 황선씨는 최상류층 이용 평양산원… 난 보일러실서 몸 풀었다”

기사의 내용인즉은 최근 남한에서 통일토크 콘서트를 하는 연사들인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황선씨는 탈북여성 5인의 시각으로 보니 영락없는 종북주의자들이라는 것입니다. 더더군다나 북에서 살다가 남으로 온 자신들(탈북자들)의 시각으로 보면 겨우 북한에 여행이나 다녀온 주제에 북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 우습다는 것이고, 그들(신은미, 황선)이 말하는 북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들 탈북여성 다섯 명은 2002~2007년 사이에 탈북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황선씨는 2005 10월 북한에 방문했고 당시 평양에서 출산을 해 화제가 됐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신은미씨는  2011년 10월 첫 방문을 시작으로 2013년 9월까지 여섯번 북한 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두사람은 그런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라본 북한에 대한 느낌을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콘서트를 진행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그들이 영락없이 종북주의자로 낙인이 찍힌 듯 합니다. 아무렴 그들이 틀림없이 종북주의자들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이미 꽤나 많을 것입니다. 일등 신문인 조선일보가 발벗고 나섰는데 그 정도야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이런 상황을 맞게 된 당사자인 신은미씨와 황선씨의 기자회견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있었던 신은미씨가 말한 한 대목입니다.

“종편에서 저를 난도질하고, 이렇게 빨갱이, 종북이 곧 빨갱이더라고요. 빨갱이로 몰아부쳐서 친정, 시댁, 친구, 친지 다 관계가 단절됐습니다. 이것이 진정 우리 민족을 위해서 노력하는 언론이십니까… 이렇게 (제가) 그대로 가면 ‘(종편 등 보수언론에서는) 꼬리를 내리고 간다’고 박수하겠죠.”

그녀는 어느 순간 자신이 일상적인 관계에서 단절당한 왕따가 되어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선일보와 오마이뉴스가 보도하고 있는 각기 다른 두개의 뉴스야말로 “종북주의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나 한인 동포 사회나 일단 “종북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왕따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어떤 사람이 종북행위를 했느냐 안했느냐, 종북적 사고를 지니고 있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단지 “종북주의자”라는 낙인은 어떤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왕따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말씀입니다.

그 누군가 또는 특정한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를 종북주의자 또는 종북단체로 만들기는 아주 쉽습니다. 왕따를 시켜버리면 그만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가 내세운 다섯명의 탈북여성처럼 일단 왕따로 찍힌 사람이나 단체에게 화살을 날려줄 전위대들은 차고 넘칩니다. 일부 탈북자들을 위시해 어버이연합 등 실체가 빤한 실로 딱한 이들로 부터, 김영환, 하태경, 김지하류의 자기상실 환자들, 국회의원 김진태 부류의 완장들은 차고 넘친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완장들을 부리는 그 놈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오늘자 MarketWatch 보도에 따르면 당장 내일, 내년 또는 수년래에 큰 변화를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난 200년 동안 지구상 최강대국이었던 미국이 옛날 영화를 누렸던 스페인 프랑스 영국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덧붙입니다.

중국보다 세 배나 앞서있던 미국이 중국에게 추월을 허용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4년입니다.

남한보다 세 배나 앞서 달리던 북한이 남한에 비해 40분의 1 수준으로 몰락하는데 걸린 시간은 50년입니다.

도대체 있지도 않는 종북주의자들을 양산해 내어 왕따군(群)들을 키우는 사회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겝니다.,

“오늘 왕따로 사는 사람들은 복이 있을진저 천국이 저희들의 것이므로”라는 믿음으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 놈들 – 1

비록 라디오가 뒷전으로 물러앉은 세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음악애호가들을 위한 FM방송이나 최근 유행하는 팟캐스트같은 신종 라디오의 위세는 여전합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제 어린 시절의 진공관 라디오가 누렸던 위세에 비하면 많이 퇴락한 셈입니다.

김일, 장영철 등이 나오는 프로레슬링을 보노라고 동네 유일하게 흑백 텔레비가 있었던 쌍둥이네 집으로 몰려갔던 제 또래 아이들과 제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서울 신촌이었답니다.

진공관 라디오그 무렵 대세는 라디오였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무렵에 알지도 못하고 들었던 라디오 연속극 ‘현해탄은 알고 있다’의 주인공 아로운은 아직도 제 기억에 남아있답니다. 한명숙, 현미, 이금희, 위키리, 최희준에 이어 배호까지 다 이 라디오를 통해 섭렵하였습니다. 장소팔, 고춘자에 이어 구봉서, 곽규석,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떳어도…’의 서영춘 까지도 아무렴 라디오였답니다. 아직 트랜지스터가 나오기 전, 진공관 라디오였답니다.

그 무렵부터 제가 대학생이 되고 군대를 갔다오고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후까지 라디오를 지킨 프로그램이 하나 있답니다. <김삿갓 북한 방랑기>라는 5분 드라마랍니다.

제 또래치고 이 라디오 프로그램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듯합니다. 제 머리가 굵어지고 트랜지스터 라디오 시대가 된 이후로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지만, 1960년대만 하여도 ‘두만강 푸른 물에…’에 함께 아주 귀에 익은 방송이었답니다.

내용은 거의 엇비슷해서 지옥같은 북한 인민들의 삶을 고발(?)하고 풍자하는 것이었습니다. 굶주리면서 천리마운동이라는 노동에 혹사 당하고 공산당 압제에 신음하는 북의 인민들의 모습을 김삿갓이라는 인물이 고발하고 풍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제 또래나 이즈음 한국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어버이연합에 속한 분들과 같은 세대 사람의 기억속에는 이 방송이 심어준 북한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깊이 남아 있을겝니다.

그리고 이제 2014년 스마트폰 전성시대에 서서 그 때를 돌아봅니다. 1960년대 일인당 GNP가 북한은 325달러, 남한은 94달러였답니다. 거의 3.5배가 차이가 났답니다. 바로 <김삿갓 북한 방랑기>라는 드라마가 시작하던 무렵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그 무렵만해도 북은 지금과 달리 어느 정도 분배에 있어서 평등이 이루어졌던 시절이었고, 남한은 부(富)의 쏠림 현상이 오늘과 못지 않았으므로 보통의 북의 인민과 남의 국민을 대비해 본다면 당시 <김삿갓 북한 방랑기>의 방송내용은 명백한 허위였습니다.

거짓이거나 말거나 남에서 살았던 저와 같은 사람들은 북은 사람살 곳이 못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답니다.

제가 “때려잡자 김일성”을 외치며 군생활을 할 때인 1970년대 중반까지도 북이 남쪽보다 경제력에서 앞서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그 무렵 전방부대 중대장이나 대대장의 월북소식이 쉬쉬하며 장병들 사이에 떠돌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남북의 경제적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와서 입니다.

그리고 2014년 현재 기준으로 본다면 남한은 1인당 소득 28,739달러, 경제 규모는 1조 4,400억 달러인 반면에 북한은 1인당 소득 506달러, 경제 규모는 2012년 기준 123억 달러랍니다. 도저히 서로를 비교할 수 없는 차이의 수치입니다.

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 2011년 한 해 북한 전체 예산은 2020억원이었는데, 2014년 남한의 종로구 한해 예산은 2980억원이었답니다. 정말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랍니다.

진공관 라디오 시대였던 1960년대에 3.5배 앞서있던 북한이 2014년 스마트폰 시대에 이르러 남한의 1/40의 수준이 된 것입니다.

지나간 50년의 과정이 이랬니? 저랬니?하며 따져 볼 이유도 없이 2014년 오늘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남에 사는 국민들 가운데 북의 인민을 부러워 하거나 북의 지배체제를 받들거나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가 있을까요? 만일 있다면 그건 정말 정신나간 사람들이 아닐까요?

일테면 나보다 3.5배나 잘 살던 사람이었는데 50년이 흐른 후 보니 내가 그 사람보다 40배나 잘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그 사람의 지금의 삶을 부러워한다? 도대체 말이 됩니까?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아무리 상식을 뛰어넘어 생각을 해보아도 남한 국민들 가운데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은 ‘종북(從北)주의자’들은 차고 넘친다는 말씀입니다. 남한에서도, 이곳 이민자들의 동포사회에서도 말입니다.

심지어 이곳에서 뿌리내리고자 이민 온 미국 동포 중에 신은미라는 분도 종북주의자라고 하는 뉴스를 보았답니다. 그 이가 북을 다녀온 모양이고, 거기에서 사람사는 모습들을 ‘오마이 뉴스’라는 남한 정부가 허락한 매체에 기고를 했고, 그 글을 즐겨 읽은 이들이 제법되었고, 그래 책도 내고  토크 컨서트라는 행사도 한 모양입니다.

오마이 뉴스에 기고한 그이의 글을 읽어보니 2014년을 스마트폰 전성시대로 사는 그이는 당연히 스마트폰으로 찍은 북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답니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말입니다.

그런데 이미 선진국의 문턱에 들었다고 생각한 남한의 정부 당국과 1960대로 살아가려는 일부 세력들은 신은미씨가 진공관 라디오시대의 <김삿갓 북한 방랑기>와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종북주의자라고 한답니다.

2014년 이 문명의 시대, 선진조국 대한민국에서 진공관 라디오 시대로 살고자 하는 놈들은 도대체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