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 4

<시카고 – 편견 또는 선입견에 대해 – 2>

지난 7월1일자  Chicago Tribune은 “시카고 총격 피해자 수가 3년 연속 두자릿 수 이상 증가했다”며 199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전했다. 또한 “인구 비례로 볼 때 살인율이 더 높은 도시들이 있지만, 총기 사고와 살인 사건 발생 규모로 치면 전국 최악 수준”이라며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두 도시 피해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참고로 미국내 도시규모 1위는 뉴욕, 2위는 로스앤젤레서, 3위가 시카고)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시카고에서 모두 1천930명이 총에 맞고, 315명이 살해됐다고 하는데 이는 하루 평균 10명 이상이 총에 맞고, 1.7명 이상이 살해당한 셈이라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총격은 50.5%, 살인 사건은 49% 늘어난 셈이라고 한다.

또한 학자이자 정치이론가로 유명한 벤자민 바버(Benjamin R. Barber)는 한국어로 <뜨는 도시 지는 국가>로 번역된 그의 책 “If Mayors Ruled the World”에서 시카고를 이렇게 그리고 있다.

“폭력은 거리를 활보하며, 시카고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이곳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보면 마치 멀리 떨어진 전혀 다른 세상같이 느껴진다.”

비단 알카포네 같은 옛날 인물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시카고는 웬지 어둡고 음습한 이미지로 그려졌던 까닭은 아마 이런 정보들이 내 머리속에 입력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카고 다운타운을 걸으며 내가 본 시카고는 정말 아름답고 멋진 도시였다. 과연 어느 것이 진짜 시카고의 모습일까?

나는 그 거리를 걷는 순간만큼은 내가 보는대로 느끼기로하였다. 시카고 강변을 따라 옛것과 새것들이 잘 어우러진 도시풍경들, 도시의 바쁜 직장인들이 누리는 점심시간의 모습들, 그리고 동부 도시들에서 느끼지 못했던 여유로움을…..

DSC02029

DSC02064

적어도 그 거리를 걷는 순간 부패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시카고에 대한 평판은 내 머리속엔 없었다.

DSC02048

DSC02054

DSC02059

DSC02067

DSC02068

내가 걸으며 보았던 곳은 시카고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평가되는 다운타운 극히 작은 부분이었다.

capture-20160824-181304

멕시칸이 하는 일식당에서 스시와 우동으로 배를 채운후 우리는 union station lounge 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Amtrak unveiled the new Metropolitan Lounge at Union Station. The lounge features double the space for customers ticketed in sleeping cars and business class. The lounge is located above and behind one of the grand staircases in the Great Hall. | Rich Hein/Sun-Times
Amtrak unveiled the new Metropolitan Lounge at Union Station. The lounge features double the space for customers ticketed in sleeping cars and business class. The lounge is located above and behind one of the grand staircases in the Great Hall. | Rich Hein/Sun-Times

lounge에는 기차를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다과와 과일 그리고 각종 음료와 와인 등을 무료로 서비스했다. 기다리는 여행객들을 둘러보니 우리 일행이 제법 젊은축에 속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는 거의 백인 일색이어서 나이를 가늠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후 2시, 시카고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2447마일(약 3938 km, 참고로 부산에서 신의주까지의 거리는 680km)을 2박 3일 약 50시간동안 달리는 열차 California Zephyr는 정확한 시간에 출발하였다.

많은 역사책에서 초기 미국이 거둔 위대한 성과라고 평하는 최초의 대륙횡단 철도를 달리는 기차를 탓던 것이다. 누군가는”도둑질 위에 건설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최초의 대륙횡단 철도”에는 인디언들과 멕시칸들과 중국인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백인들’의 땀과 피와 이야기들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차여행 – 3

<시카고 – 편견 또는 선입견에 대하여 1>

“하나아빠가 여행일정을 진짜 완벽하게 짜서 아주 편한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내가 하는 말에 하나엄마는 예의 그 사람좋은 미소를 얼굴 가득히 담고 답했다. “글쎄요? 그게 다 계획대로 잘 될까요?”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와 심한 천둥 번개로 예정된 모든 비행기는 일기가 좋아질 때까지 지연될 것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 것은  그 직후의 일이었다. 다행히 천둥번개는 오래가지 않아서 시카고행 비행기는 약 40여분 늦게 출발하였다.

이번 여행에서 하나아빠가 세운 모든 계획은 거의 한틈 착오없이 일정대로 이루워졌지만, 단 한가지 비행기 스케쥴만은 예외였다. 떠날 때 조금 늦은 출발은 돌아올 때에 비하면 정말 소소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카고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기차 California Zephyr를 타기 위해 필라델피아 공항을 이륙한 시간은  아침 6시 30분이였다. 시카고 Chicago O’Hare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한 시간은 시카고 시간으로 7시 40분이니 두어시간 비행거리였다.

곧 시카고에 도착한다는 기내안내 방송을 들으며 내려다본 미시건호수는 그냥 바다였다.

DSC02020

기차역인 Chicago Union Station으로 가는 지하철 Chicago L은 공항청사와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는 크게 헤매지 않고 지하철 blue line에 오를수 있었다. 때마침 아침 출근시간이어서 러시아워의 시카고 지하철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DSC02022

DSC02023

지하철 풍경부터 시카고에 대한 내 오래된 선입견 또는 편견은 여지없이 무너졌는데, 동부의 뉴욕이나 필라델피아의 지하철 풍경에 견주어 너무나 산뜻했기 때문이다. 미국 넘버 3라는 대도시답지않게 다소 느긋해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들도 조금은 상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Chicago Union Station은 웅장한 Philadelphia 30가 기차역이나 복잡하고 뭔가 질서없는 뉴욕 맨하턴의 Pennsylvania Station에 비해 아주 고풍스럽게 다가왔다. 그러나 역 안의 구조는 세군데가 거의 같다는 느낌이었다.

DSC02026

우리는 역안에 있는 lounge에 짐을 맡기고 가벼운 차림과 느긋한 마음으로 시카고 도시 구경에 나섰다. 기차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고 우리들이 그때 가진 것이라고는 시간밖에 없었으므로.

역사를 나와 우선 배를 채우기로 하였다. Corner Bakery Cafe에서의 아침은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이 한끼를 시작으로 우리는 여행 내내 여유롭고 풍성한 식탁을 즐겼다. 딱히 찾아서 간 곳들은 아니었지만 끼니 때마다 우리들은 맛과 양과 값에 있어 모두 충족했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서자 때마침 시내 관광버스가 우리 앞을 지나고 있었고, 버스티켓 매표소가 코앞에 있어 우리는 잠시 망설였다. 버스를 탈까 하다가 걷기로 하였다. 아직 우리는 젊기 때문에.

DSC02061

Chicago

우리가 걸었던 코스

DSC02058

길을 걷다가 우연치 않게 볼수 있었던 NBC 인기드라마 Chicago Fire 촬영현장에서

DSC02040

Buckingham Fountain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