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홍길복의 시드니 인문학 교실 – 15

제 5강 – 2 : 인문학의 주제 – 사람(Saram) (1)

♦ ‘사람’이라는 개념의 의미 – 사람을 부르는 말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우리 말의 ‘사람’이라는 말은 우리 고유의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로도 Saram이라고 표기했습니다. ‘사람’은 ‘삶’과 ‘앎’의 합성어라는 것이 지금 까지의 지배적인 주장입니다. ‘사람’이란 자신의 ‘삶’을 인식하고 그 삶의 의미를 ‘아는’ 혹은 ‘알아가는’ 존재라고 봅니다.

사람은 자신의 출생과 성장, 자신의 목표와 죽음을 알고 자신은 그런 과정을 통과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데 그의 사람됨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도 흔하게 쓰기는 하지만 일본 사람들이 먼저 사용한 ‘人間’(닝겐)이란 개념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말합니다. 여기에는 일찍부터 그들의 집단의식, 혹은 집단적 이해가 깔려있다고 보겠습니다. 인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상호의존적 존재라는 생각입니다.

그런가하면 중국인들은 사람을 ‘인류人類’라는 개념으로 씁니다. 이는 대륙적 성격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봅니다. 사람을 하나나 둘 혹은 몇몇 사이의 관계 개념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이며 우주적인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땅위에 존재하는 온갖 유인원類人猿 모두를 사람의 범주에 포함시킵니다.

한국어 – 사람  / 라틴어 – Homo  / 영어 – Human, Human race 혹은 Mankind  / 독일어 – Mensch  / 중국어 – 人類  / 일본어 – 人間  / 히브리어 – Adam / 그리스어 – androphos  / 학명은 라틴어로 표기합니다. – homo sapiens

♦ 라틴어 homo를 머리로 하는 여러가지 인간의 모습들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homo sapiens – 생각하는 인간 , 혹은 지혜로운 인간 / homo habilis – 도구를 쓰는 인간 / homo erectus – 직립하는 인간 / homo sexual – 동성애자 / homo ludens – 놀이의 인간 / homo movens – 이동하는 인간 / homo demens –광기의 인간 / homo academicus –학문하는 인간 / homo aestheticus – 심미적 인간 / homo artex – 예술적 인간 / homo biblos – 기록하는 인간 / homo consumes – 소비하는 인간 / homo economicus – 경제적 인간 / homo culturalis – 문화적 인간 / homo duplex – 이중적 인간 / homo ecologicus –생태적 인간 / homo viator –떠도는 인간 / homo technicus –기술적 인간 / homo superior – 초인, 영웅적 인간 / homo symbious – 더불어 사는 인간  / homo solus – 외로운 인간 / homo socies – 사회적 인간 / homo sexcus  – 섹스하는 인간, 몸으로 교감하는 인간 / homo sacer – 성스런 인간, 혹은 벌거벗은 인간 / homo religious –종교적 인간 / homo resistance – 저항하는 인간 / homo politicus – 정치적 인간 / homo nomad – 유목민, 떠돌아 다니는 인간 / homo knowledgian – 신지식인 / homo hundred – 백세까지 사는 인간 등등이 있습니다.

♦ 과거에는 사람과 다른 동물들 사이를 구별해 주는 것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례들도 퍽 많습니다.

(1) 사람만이 사회적 동물이다. – 아니다. 개미나 꿀벌들도 공동체를 형성하고 질서와 상하계층과 역할분담을 통하여 그들 사회를 조직화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이들도 경우에 따라 집단 속에서 ‘반란이나 ‘혁명’’을 일으키기도 한다.

(2) 사람만이 문화를 형성하고 정치적 행동을 한다. – 아니다. 돌고래나 침팬지나 까마귀들이나 다른 포유류들도 그들 세계에서 독특한 문화를 창조하고 같은 종들 사이에서는 동맹을 맺기도 하고 다른 집단들과 전쟁을 한다. 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소수의 리더를 형성하여 다수의 개체를 다스리며 통치하는 국가나 정부체제를 가지고있다. 오히려 이들은 인간들 보다 훨씬 더 민주적이다.

(3) 사람만이 약육강식의 이론에 사로잡혀있다. – 아니다. 약육강식의 논리는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타의 동물계에도 존재한다. 특정 국가나 엘리트들이 다른 나라나 다른 사람들을 억누루고 지배하듯이 동물들도 개체 사이나 혹은 다른 개체에 대해서 똑같이 침략하고 정복하며 지배하고 억압하는 형태와 체제를 가지고 있다.

(4) 자유, 평화, 사랑, 신뢰 같은 가치는 사람만이 추구하는 것이다. – 아니다. 다른 동물들도 포위, 체포, 죽음 앞에서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자유로운 삶을 갈구한다. 평화를 사랑하고 종족을 보존하고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를 지키려는 본능과 의도적 노력을 기울인다. 이를 위하여 집단 사이의 단결을 유지하고 외부의 적을 막아내기도 한다. 이 안에는 자손을 번식 시키고 후손을 남기려는 본능도 포함된다. 우리는 이들 동물의 세계가 오히려 인간 세계보다 훨씬 더 규율적이고 도덕적인 면들을 보여 줌으로 ‘짐승 보다도 못한 인간과 인간 세계’를 목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5) 동물들에게는 종교가 없다. – 아니다. 심리학자 스키너의 연구에 의하면 비둘기를 포함한 몇몇 동물들도 인간들과 유사한 종교적 제의행위를 한다.

(6) 자살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 아니다.  돌고래도 자살하는 것이 종종 보고된다. 자식을 잃은 곰이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스스로 벽에다 머리를 찧어 자살을 한 사건도 보고 되었다.

내가 들고있는 잣대는

홍길복의 시드니 인문학 교실 – 8

제 3강 – 2 : 어떻게 ? (How ?) – 인문학 방법론 2

일반적으로 제반 학문의 방법론을 거시적으로 볼 때는 세 가지로 분류 합니다.

첫째는 ‘직관적 방법론’입니다. ‘감성적 방법론’이라고도 합니다. Emotional Methodology, 혹은 Romantic Methodology 입니다. 여기서는 직관 Intuition과 감성 Emotion을 학문 연구의 기초적 틀로 사용합니다. 이성이나 과학이 아닌 본능과 감성을 지지합니다. 가슴으로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는 극단적 합리주의에 대한 반동이기도 하지만 예술이나 문학이 지닌 속성에 기인한 것 입니다. (물론 우리는 윤동주나 라이나 마리아 릴케의 시를 이성적으로 분석해야만 하는가? 김소월의 진달래를 수학적으로 풀어 볼 수 있는가? Kiss 할때 kiss에 대한 생리적, 의학적 분석을 하는가? 인간의 모든 행위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가?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는 ‘과학적 방법론’입니다. 분석적이고 이론적이고 합리적인 방법론 입니다. Scientific Methodology, 혹은 Analytical Methodology입니다. 여기에서는 실험과 관찰, 분석과 조사가 연구의 기본적 틀이 됩니다. 이는 당연히 머리로 하는 연구입니다.

추론, 가설, 실험, 조사, 관찰, 입증, 이론화, 혹은 논리화의 과정이 이어집니다. (숙제로 주어진 미적분 문제를 앞에 놓고 기도한다고 답이 나온다고 보십니까? 갈릴레오나 케풀러의 천체이론에 대한 예술적 접근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뉴우톤의 만유인력의 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기도나 시적 상상력을 동원한다고 해서 답이 나올까요?)

셋째는 ‘합리적 방법론 입니다. ‘이론적 방법론’ 혹은 ‘이성적 방법론’이라고도 말 합니다. Logical Methodology, 혹은 Rationalistic Methodology입니다. 이것은 주로 인문학적 방법론입니다. 이 방법론은 위에서 본 두번 째 ‘과학적 방법론’과 매우 흡사한 점이 있습니다. 분명히 중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문학에서는 이를 분리하려고 합니다. 인문학은 사회 과학적 방법론은 사용하지만 과학적 기재나 실험적 텍크닠을 사용하려고 하지는 않기 때문 입니다.

전통적으로 서양철학과 인문학에서 사용해 온 ‘합리적 방법론’에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있습니다.

첫째는 ‘연역적 방법론’입니다. Deductive Method입니다.

어떤 가설, 혹은 가설적 진리를 설정한 다음 그 가설에서 개별적 진리, 혹은 결론을 끄집어내는 방법입이다. Aristoteles가 대표적 주창자입니다.

연역적 방법론에서는 ‘모든 인간에게는 배우지 않아도 선천적으로 아는 어떤 선험적(先驗的)인 것, 즉 a priori 한 것이 있다’는 것을 전제 합니다. 경험하지 않고서도 알 수 있는 선험적 진리를 가설로 내세웁니다. 예컨데 ‘모든 인간은 죽는다’ ‘살인은 범죄 행위다’ 같는 가설입니다. 이 경우 죽음이나 살인은 내가 직접 경험 해 보아야만 아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가설은 오랫동안 우리가 살아온 경험을 통하여 획득한 진리입니다 .

바로 이 ‘모든 사람은 죽는다’ ‘살인은 죄다’ 라고 하는 가설적 진리에 근거하여, 홍길복은 반듯이 죽는다, 김동숙도 틀림없이 죽는다, 장담컨데 천옥영도 백퍼센트 죽는다고 말 합니다. 이들이 반듯이 죽는 이유는 한가지인데 그것은 이 셋은 모두가 사람이기 때문 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연역법적으로 만들어진 방법론에서는 선험적으로 추론한 그 가설을 ‘일반적 진리’ 혹은 ‘보편적 진리’로 확정하고 그 가설적 진리를 모든 곳에 대입합니다.

Aristoteles로 부터 시작된 ‘삼단론법’ syllogism은 바로 이 연역적 방법론에서 비롯됩니다. 예컨데 이런 것 입니다.  A. – 모든 사람은 죽는다.  B. –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C. –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여기서 A와 B는 a priori한 것입니다. 즉 선험적으로 아는 것 입니다.

그런데 핵심은 ‘모든 인간은 죽는다’고 하는 전제 A와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라’고 하는 전제 B가 반드시, 틀림없이 맞는 전제여야만 ‘소크라테스는 죽는다’고 하는 C의 결론이 타당성을 지니게 된다는 점 입니다.

(다른 예: (1) A. 신은 존재한다. B. 모든 존재하는 것은 유한 (혹은 무한)하다. C. 그러므로 신은 유한 (무한)하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전제 A와 B가 선험적으로 타당한가 하는 것입니다.

(2) A. 모든 전쟁은 비극이다. B. 한국은 전쟁이 많은 나라다. C. 그러므로 한국은 불행한 나라다.

(3) A. 싸우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B. 우리 집은 늘 싸운다. C. 그러므로 우리 집은 불행한 집이다.

(4) A. 동물들은 늘 먹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B. 우리 남편도 늘 먹는 것에 만 신경을 쓴다. C. 그러므로 우리 남편은 동물이다.

–이 모든 예에서 우리가 반듯이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은 C라는 결론이 타당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A와 B가 선험적으로 보편타당성을 지니는 진리인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귀납적 방법론’입니다. 요즘은 ‘실험적 방법론’ 혹은 ‘경험적 방법론’이라고도 부릅니다. Inductive Method, Experimental Method 입니다. 이는 ‘개별적 관찰을 통하여 보편적 진리로 나가는 방법’ 입니다. 개별적 사실들을 하나 하나씩 관찰, 조사, 수집, 조직화하여 어떤 가설을 만들고 그 가설을 진리로 확정하는 방법입니다. F. Bacon이나 J .S. Mill이 대표자 입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1)자료 수집과 조사 및 관찰의 단계. Investigation & Data Collection. (2) 수집된 자료를 조직화하고 어떤 유형이나 pattern을 만드는 단계. Organizations. (3) 잠정적인 가설을 만드는 단계. Hypothesis Making. (4) 증명하는 단계. Verification. 잠정적으로 만든 그 가설을 증명해 냅니다.

물론 그 가설은 확인 할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귀납적 방법론은 원래 물리학이나 과학에서 사용되던 방법이었습니다만 오늘날은 사회학, 심리학, 각종 통계학은 물론이고 윤리학이나 신학(예수 쎄미나)을 비롯한 각종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습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트럼프의 취임식 인파 등을 보아도 알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온 것이 ‘사회과학적 방법론’으로써의 ‘분석적 방법론’ Analytical Method 입니다. 귀납적 방법론은 실험과 경험의 반복을 통하여, 즉 개별적이고 특수한 현상들의 관찰이나 데이타 수집을 통하여 일반적 명제를 도출해 내는 것 입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A. 소크라테스는 죽었다. A. 플라톤도 죽었다. A. 예수도 죽었다. A. 공자도 죽었다.  A. 나폴레옹도 죽었다. A. 김일성도 죽었다. A. 박정희도 죽었다. B. 살펴보니 이 모든 이들은 사람이었다. C. 그런 걸 보니 사람이란 (통계상 거이) 죽는 것이 확실하다.

셋째는 ‘변증법적 방법론’입니다. Dialectical Method 입니다. 이는 소크라테스의 대화법 때 부터 시작되어 서양 철학사에서 꾸준히 발전되어왔지만 Hegel에 의하여 완성되었습니다.

헤겔에 의하면 역사의 발전은 변증법적으로 진행됩니다.

먼저는 ‘하나의 명제’ 즉 Thesis(正)가 만들어 집니다. 그러나 얼마 후에는 그 명제에 대한 ‘반대 명제’ 즉 Antithesis(反)가 출현 합니다. 처음 출현한 명제와 그 다음에 나온 반대 명제 사이에는 논쟁이 계속 됩니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그 둘 사이에 타협, 혹은 진보된 ‘종합 명제’ 즉 Synthesis(合)가 형성 됩니다. 이 synthesis는 시간에 흐름에 따라 또 하나의 thesis가 되고 그 thesis에 반대하는 다른 antithesis가 나타나 대립 되다가 마침내는 synthesis를 만들어 냅니다.

이런 식으로 역사는 thesis, antithesis, synthesis를 반복하면서 영원히 순환 발전되어 가는데 헤겔은 이것을 ‘역사의 발전’ Aufheben, 곧 ‘指向’ 이라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1) 正 –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 (2) 反 – 아니다. 인간은 감정적 동물이다. (3) 合 –인간은 이성적이며 동시에 감정적 동물이다. 이런 것이 인간 이해의 발전 단계입니다.

(1) 正 –역사는 전진한다. (2) 反 – 아니다 역사는 퇴보한다. (3) 合 – 역사는 전진과 퇴보를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 역사 이해에 대한 발전단계를 설명 합니다.

 (1) 正 – 최고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다. (2) 反 –아니다. 최고로 소중한 것은 물질이다. (3) 合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신도 물질도 아니고 사람이다. 이는 인문학과 철학의 논리 발전 방식 입니다.

(기타 : 사랑은 영원하다. – 아니다. 사랑은 순간적이다. – 사랑에는 순간적인 것도 있고 영원한 것도 있다. / 언론에 나온 것은 사실이다. – 아니다. 언론에는 거짓 보도가 더 많다. – 언론이란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재미로 보는 것이다.)

혁명과 질문

홍길복의 시드니 인문학 교실 – 6

제 2강 – 3 : 무엇을 ? (What ?) – 다시 사람을 묻는다

8. 둘째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휴매니즘(Enlightenment Humanism)인데 이를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인본주의 인문학(人本主義 人文學)’ 혹은 과학주의 인문학, 실증주의 인문학 등으로 부를수 있습니다. 이는 르네쌍스 이후 꾸준히 상승되어 온 인간 이성의 절정기에서 태동된 인문학입니다.

‘이성적 동물로써의 인간’이 우주와 만물의 주체이고 이 인간을 인간되게하는 것은 인간의 ‘이성’이라고 보았던 시대입니다.

시대적 배경을 모르면 그 시대의 사상을 알 수 없습니다. 18세기는 한 마디로 ‘혁명의 시대’입니다.

크게는 두 가지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첫째는 영국을 중심한 산업혁명 입니다(The Industrial Revolution). 18세기 중반 부터 19세기 초반 까지 이어진 과학, 기술의 혁신과 이에 따른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대한 대 변혁 운동입니다.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쓴 사람은 Arnold Toynbee 입니다. 산업혁명은 역사 이후 인류가 오랫동안 생존의 방식으로 여겨왔던 수렵과 농업 경제와 수공업 체제를 공장, 공업, 기계산업 체제로 전환 시치고 거기에 따른 ‘전문화’와 ‘분업화’를 촉진 시킨 혁명적 전환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산업혁명이 가능하게 된 데는 그 이전에 괄목 할 만한 몇 가지 과학기술의 발명과 발견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 첫째는 신소재의 발견 입니다. 종래에는 나무나 숯을 통해서 얻어드렸던 에너지를 석탄과 구리 등 광물 자원에서 얻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이 새로운 에너지를 통하여 증기기관과 방적기계를 발명해 내고 석유 재품과 전기 에너지가 발전 되었습니다. 셋째는 교통과 통신의 발전이 가속화 되었습니다. 증기 기관차, 증기 기선, 자동차, 전신, 라디오 등이 연이어 발명 되었습니다. 넷째는 생산 체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적은 인력을 가지고 높은 생산성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다섯째는 노동력의 전문화와 분업체계가 형성 되었습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Richard Arkwright, James Hargreaves, 킹덤 브루넬(Brunel),새무엘 크롬튼 등이 각종 형태의 방적기계와 James Watt가 증기기관을 발명해 냄으로 각종 제철, 제강 산업과 석탄을 통한 제련 기술 등으로 산업혁명의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산업혁명은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과 함께 이루어지게 된 것이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떠러진 것이 아닙니다.

한편 산업혁명의 영향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부분이 있습니다.

긍정적  부분은 그 이전의 정치-경제적 봉건체제를 무너뜨리고 근대적 산업사회를 이루게 된 것 입니다. 종래의 지주계급은 무너지기 시작하고 신흥 산업 브르조아지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농노사회는 사라지고 새로운 도시 임금 근로자 계층이 나타났습니다. 더 나아가 이와같은 경제구도의 변화는 귀족들과 지주들의 지배 계급을 무너뜨리고 신흥 브르조아지인 중산층 노동자 계급을 통하여 민주사회를 향한 교두보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마침내는 보편적 선거제도를 통한 시민 혁명의 불을 지피게 되었습니다. 산업혁명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시민의식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한편 산업혁명은 어두운 측면도 만들어 냈습니다. 기술의 혁신과 공업화는 인간과 사회를 비인간화시켰 습니다. 도시화와 거기에 따른 여러가지 부작용들이 나타났 습니다. 환경 오염, 인권의 탄압, 장시간의 노동(산업혁명 초기에는 최저 노농 시간을 하루 12 시간으로 했다), 임금의 착취, 여성과 아동의 노예화(어린이는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시킬수 없다는 법), 성적 착취, 전염병 등 세상을 참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시대 영국은 이런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실업자의 급증과 사회 범죄의 증가를 새로운 식민지 개척으로 연계시켰으나 결국은 칼 마르크스를 중심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운동을 불러오게 되었습니다.)

18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두번째 혁명은 시민혁명입니다. 이는 초기 영국에서 일어난 명예혁명(Glorious Revolution /Bloodless Revolution)과 프랑스 혁명(French Revolution)은 물론이고 이후 미국의 식민지 독립운동에 이르는 일체의 절대왕정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적 시민사회를 세워나간 정치적 민주-인권운동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 입니다.

잉글랜드에서 ‘왕은 존재하기는 하지만 다스리지는 못한다’라는 선언은 의회의 승인이 없이는 절대 왕권이라 해도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불란서 혁명은 세금과 착취와 물가와 높은 신분제도 속에서 드디어 ‘못 살겠다 갈아보자’고 하면서 ‘앙시 앵 레짐’(Ancien Regime), 즉 왕권신수설에 기초했던 절대 왕정 지배 체제를 무너뜨리고 루이 14세와 16세 및 마리 앙뚜안넷을 단두대 위에서 처형했습니다.

시민들은 바스티유 감옥과 베르사유 궁전을 무너뜨리고 1789년 8월 26일 마침내 ‘프랑스 인권선언’을 만들었습니다. ‘자유 평등 박애’를 기초로 한 이 선언은  생존권, 저항권, 소유권, 평등권, 투표권이 인간의 보편적 권리임을 확실하게 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피지배자들이 유혈 혁명을 통하여 독립과 자유를 쟁취해 냈습니다. (18세기 계몽주의는 흔히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신본주의에 대한 대칭 개념으로써 이성주의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천부적 권리를 회복하자는 운동에서 시작된 것 입니다.)

계몽주의는 인간의 일상적이고 실제적인 삶의 문제,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닌 천부적 인권과 자유,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인간 평등의 신념을 이성적으로 깨우쳐 준 근대 인문학이 세운  쾌거 입니다.

9. 세번째는 20세기 이후의 인문학입니다. 여기에서는 두번에 걸친 세계 대전을 거쳐오면서 집단과 전체에 함몰되어온 ‘신뢰 할 수 없는’ 인간 이성에 대한 반동이 나타납니다.

18세기 이후 최고조에 이르렀던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가 모두 무너졌습니다.인간은 더 이상 이성적 존재라고 말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비인간화(Dehumanization) 되어버린 상황에서 그야말로 이제는 사람다운 사람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질문하게 되었 습니다.

‘처음에는 신이 인간을 속였다. 그 다음은 물질이 인간을 속였다. 그런데 이제는 인간이 인간을 속였다’는 슬픈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 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거쳐 키엘케골, 하이덱거, 야스퍼스 등의 실존주의자들과 수 많은 현대 철학자들은 그래서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개인과 주체를 새롭게 보기 시작한 이 시대의 인문학은 ‘인간주의 인문학’으로 얼굴을 드러냅니다. 이를 우리는 Humanistic Humanism이라고 부릅니다. 싸르트르, 까뮤, 하버마스, 글리크, 리프킨, 릿쩌, 푸코, 촘스키, 싱어 등등 많은 현대의 지성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입니다.

‘인간은 노예다. 인간에게는 참된 자유가 없다. 인간은 모두가 이기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물질의 종이고 권력의 노예다.’ 이것이 우리 <시드니 인문학 교실>이 함께 고민하면서 풀어가야 할 숙제 입니다.

  1. 맺는 말 입니다.

서구 인문학의 세 가지 큰 흐름을 살펴보았습니다.

  • 르네쌍스 인문주의에서 출발하여 (2) 계몽주의 인본주의를 거쳐서 (3) 마침내는 20세기 인간주의로 이행, 발전, 변화되어 온 과정을 말씀드렸습니다.

핵심을 거듭 강조 합니다.

서구에서의 인문학은 그 앞에 어떤 형용사나 접두사를 붙인다 하더라도 ‘인간이란 무엇인가?’가 주제 입니다. <사람공부>가 서구인문학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공부가 어려운 이유는 ‘인간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소포클레스Sophocles(B.C.497-406)는 그의 비극적 희곡 안티고네(Antigone)에서 말합니다. ‘세상에는 이상한 것이 참으로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이상한 것이 사람이다’

인간 스스로 인간을 알려는 탐구는 수천년 전 부터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소포클레스가 말한 그 ‘이상한’에는 풀어야 할 많은 의문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상한’은 낮선, 일반적이지 않은, 종잡기 어려운, 판단하기 어려운, 신비한, 등 여러가지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공부>! 정말 어려운 작업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인간을 알기 위해서 인간들이 남겨놓은 인간의 생각, 말, 글, 그림, 노래, 동작 등 모든 흔적과 자취를 공부하는 각론에 들어서게 됩니다. 어서 우리 <시드니 인문학 교실>에도 이런 다양한 분야에서의 발제자들이 준비되기를 기대 합니다.

             Comments & Question

             Sharing Time : –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 일부 기독교 신학자들과 목사들 중에는 인본주의와 신본주의를 대립개념으로 이해하고 가르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인본주의의 반대개념은 물질주의이고 신본주의의 반대개념 역시 물질주의입니다.

신본주의자들이나 인본주의자들은 서로 싸울 것이 아니라 힘을 합하여 물질주의, 세속주의, 자본주의, 자유주의 시장경제주의자들과 대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날 기독교가 적을 잘못 선택하고나니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어떻게 이 인간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 그 핵심은 물질 지상주의에 의한 인간성의 상실 혹은 비인간화와 이에 따른 인간 사회의 극단적 양극화 현상 입니다 – 우리 인간성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이기주의적이고 탐욕적인 이기적 유전자를 극복해 내고 진정 자유와 평등,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사람 공부

홍길복의 시드니 인문학 교실 – 4

제 2강 -1 : 무엇을 ? (What ?) /  인문학의 정의와 역사적 흐름에 대해

1. 어떤 개념 (Concept, Name, Title, Term)을 정의(Definition)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모든 개념에 대한 정의 속에는 그것의 본질과 지향점들이 이미 내포되기 때문입니다. ( 정치란? 경제란? 설교란? 정의란? 시와 시인이란? 교수란? 집사람이란? 결혼이란? 이런 개념에 대한 개인적 정의는 그의 생각과 사상을 나타내게 됩니다.)

2. 한자로 인문학(人文學)이란 ‘사람 人’자에‘글 文’자에 ‘배울 學’자를 씁니다. 사람 혹은 사람들이 남겨놓은 글과 말, 소리와 그림, 춤과 행위(말, 글, 그림, 낙서, 음악, 시, 춤, 몸짓 등)를 포함한 일체의 인간적 발자취와 흔적, 무늬와 자국들을 추적하고 살펴보고 되새기며 그 의미를 추적하고 그것들을 체계화하여 개인과 인류 공동체에 적용해서 보다 더 나은 상태로 발전시켜 보려는 시도와 노력과 연구를 총칭하여‘인문학’이라합니다.

그러므로 인문학의 출발점은‘사람’이고 인문학 연구의 내용도 ‘사람’이며 그 최종적 지향점도‘사람’입니다. 인문학은 ‘사람에 의한’, ‘사람에 대한’. ‘사람을 위한’ 학문입니다.(By the people, of the people, for the people)

3. 인문학은 ‘신학(神學)’이나 ‘천문학(天文學)’과는 구별됩니다. 신학은 ‘귀신 神’자에다 ‘배울 學’을 씁니다. 귀신을 공부하는 것이 신학 입니다. 그러나 신(神)은 배워서 알수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 크기에 神과 學을 연결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습니다. 신학은 나타나 있지 않고 숨겨진 비밀스런 것들과 감히 접근 할 수 없는 신비스런 것들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천문학은 ‘하늘 天’자에다 ‘글 文’자를 씁니다. 하늘, 해, 달, 별, 바람, 구름, 비, 천둥, 번개, 안개 등 모든 자연계를 관찰하여 그것들의 이치와 원인, 배후와 원리, 현상과 법칙을 찿아내어 체계화하고 거기에서 어떤 보편적인 원칙을 발견하여 지금과 내일, 개인과 인류 공동체를 보다 더 나은 상태 – 안심, 평안, 행복, 만족 –로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요, 연구요, 노력입니다.

인문학은 ‘지리학(地理學)’과도 구별됩니다. ‘따 地’자에다 ‘다스릴 理’자를 쓰는 지리학은 일차적으로는 사람이 살아가는 이 땅 – 산과 바다, 나무와 숲, 강과 평야, 지하와 지상-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인문학은 땅에서 일어나는 개인과 가정, 사회와 국가, 인류와 공동체 등 각종 조직이 남겨놓았거나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현상들을 살펴보고 분석하고 체계화하여 그 속에 있는 어떤 보편성있는 원리나 이론적 체계를 수립하여 개인과 인간 사회를 보다 더 의미있고 행복한 상태로 발전시켜 보려고합니다.

구체적으로 인문학은 인간을 중심하여 인간들이 생각하고 살아가면서 만들고 남겨둔 것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여기서 취급하는 주요 대상들은 다음과 같은 6개 분야 입니다.

(1) 언어학 –초기에는라틴어와 헬라어를 포함하는 고전어가 중심이었고 요즘은 현대의 언어철학도 포함된다.

(2) 미학 – 음악, 미술, 춤, 연극, 영화, 드라마 등 공연예술을 포함한 일체의 예술 분야.

(3) 문학 – 시, 소설, 수필, 희극, 비극 등 모든 문학작품.

(4) 역사학.  (5) 종교학(신학 포함).  (6) 철학.

4. 그러므로 인문학에서는‘人’ 곧 사람이 ‘文’이요 ‘글’이라고 봅니다.

人이 文이고 文이 곧 人입니다. 여기에서는 목적과 방법, 대상과 주체를 구별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연구하는 사람과, 동시에 그 연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동일화 합니다. 프로타고라스가 인간을 만물의 척도 – Man is the Measure of All Things.– 로 보고 이어서 소크라테스가 철학의 중심 과제를 자연에서 인간으로 설정하여 ‘너 자신을 알라’고 하면서 하늘을 향했던 손가락을 인간에게로 방향을 돌린 것이 바로 인문학의 출발점이 됩니다.

5.서양 철학에서 ‘인문학’이란 라틴어의 Studia Humanitatis 를 직역한 것입니다. 영어로는 Study of Humanities 입니다. 어색한 말이긴 하지만 ‘휴매니즘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양 철학사에서는 이 휴매니즘학, Humanitatis의 개념을 아주  다양하게 이해하고 해석해 왔습니다. 세분화하면 르네쌍스 휴매니즘, 계몽주의 휴매니즘, 인간주의 휴매니즘을 비롯하여 마르크스주의 휴매니즘, 실존주의 휴매니즘, 기독교 휴매니즘, 세속주의 휴매니즘 등등이 있습니다.

인문학이란 대단히 넓은 외연을 가진 개념입니다. 시대에 따라 강조점이 다르고 여러가지 형용사를 붙일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문학에는 분명한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을 중심한 인간의 발자취, 인간의 흔적, 인간의 모습을 추적해 가는 인간학이라는 점입니다.

인문학은 인간학입니다. 신학은‘신’을 공부하고 자연과학은 자연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사회학은 사회를 탐구하고 인문학은‘인간’을 연구합니다. 인문학은 그 지향점이 인간 입니다. 예컨데 신학은 인간을 연구하면서도 신을 위해서 인간을 연구하는데 인문학은 신을 공부하면서도 인간을 위해서 신을 공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