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새도 곤충도 아이들도 모두 즐거웠다. 그렇지만 사람들- 나이먹은 어른들-만은 여전히 자기 자신과 서로서로를 속이고 괴롭히는 일들을 그만두지 않았다.
신성하고 중요한 것은 이 봄날의 아침도 아니며 만물의 행복을 위해 주어진 신(神)이 만들어 준 세상의 아름다움 곧 평화와 일치와 사랑으로 마음을 이끄는 아름다움도 아니고, 단지 서로가 상대방을 지배하기 위해 스스로 꾸며낸 일들만이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16년전인 1899년에 발표된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서로가 상대방을 지배하기 위해 스스로 꾸며낸 일들만이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서부터 소설 ‘부활’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로부터 116년 후인 2015년 1월, 뉴스들은 “서로가 상대방을 지배하기 위해 스스로 꾸며낸 일들만이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사람들” 이야기로 가득찹니다.
어제가 된 2015년 1월 7일 프랑스 현재 시각 오전 11시 30분, 파리 19구에 위치한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건물에 두 괴한이 습격해 AK47 자동소총을 난사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으로 이 시각 현재 12명이 죽고, 11명이 중상인 상태이며, 그 가운데 4명은 목숨을 잃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사건을 기록한 동영상들이 이미 많이 유포되어 있는데 찾아보니 “저게 과연 사람일까?”하는 의문이 들만큼 그냥 잔인한 영화속 장면같은 일이 벌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살인마들은 사람들을 죽이면서 “Allah akbar”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그게 “알라는 위대하다”는 뜻이랍니다.
죽은 12명 가운데 <샤를리 엡도>의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Stéphane Charbonner)라는 이도 있습니다. 그가 지난 2012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그 때도 이 주간지는 이슬람세력에게 살해 협박을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가 한 말이랍니다.
“나는 보복이 두렵지 않다. 나는 아이도, 아내도 차도, 신용도 없다. 약간의 허세를 보태자면, 나는 무릎 꿇고 사느니 선 채로 죽겠다.”
그가 선 채로 죽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랍니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그 역시 스스로 “알라보다 위대하다”는 생각이었는지 역시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오늘자 CNN 온라인판에는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전세계 만평가들이 그림 삽화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이고 더 보시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링크를 걸어드립니다.
그리고 또다른 뉴스 하나.
대한민국 검찰이 재미동포 신은미씨를 강제출국 조치 해달라고 8일 오후 법무부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또 그녀와 함께 토크쇼를 했던 황선 희망정치포럼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검찰이 발표한 내용이 참 가관입니다.
“북한에서 치밀하게 사전 연출된 사실에 기초하거나 신씨의 지역적 또는 다년간의 경험에 기초한 걸 일방적으로 왜곡해 마치 그것이 북한 전체의 실상인양 오도함으로써 결국 북한 세습정권과 독재체제를 미화 내지 이롭게 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북한에 다섯 번 가서 ‘남한이 참 잘 산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여행사를 따라가 좋은 곳만을 보며 쓰거나 말하는 여행 이야기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되고, 세계 어느나라에 가든 ‘대한민국은 참 잘 산다’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발상은 아마 톨스토이도 짐작치 못한 일일 것 같습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2015년, 이리 저리 검색창을 두드리다가 그래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던 사진 한 장이랍니다.
“12명이 죽고 6천6백만 명이 다쳤다.”
프랑스의 희망이요, 사람사는 세상이 희망이 되는 사진이랍니다.
선진화를 외치는 대한민국에도 이런 희망이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