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을 나가려다 들려 온 경쾌한 새 소리를 찾아 사방을 훑었다. 앞 뜰 전나무 가장 높은 꼭대기에 앉아 봄을 부르는 작은 새의 노래소리였다.

어제 또 다시 내린 눈을 치우느냐고 밤새 뻐근했던 몸이 날아갈 듯 경쾌해진 밝은 소리였다.

그러고보니 어제 눈 내리는 하늘을 나는 것들도 새였고, 전봇대 꼭대기 앉아 내리는 눈을 즐기던 것들도 새들이었다.

눈과 추위 속에도 가장 높은 곳에 앉아 그 순간을 즐기거나 맘껏 날아다니는 새를 보는 것은 나이고, 하루 새 봄을 알리는 새의 노래소리를 듣는 것 또한 나다.

올 봄엔 새의 노래소리에 한껏 더 귀 기울여야겠다.

내가 누리는 하루의 축복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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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게

말이 좋아 자영업이지 내 식으로 부르자면 그저 구멍가게 주인으로 한 해를 온전히 마감하는 일은 지난 해 세금보고 양식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해마다 이 맘 때면 느끼는 일이지만 내 삶이 숫자로 정리되는 모습은 늘 초라하다. 그렇다 하여도 물론 내 삶이 결코 초라한 것만은 아니었다. 무릇 삶이란 숫자로 재단되는 것만이 아니므로.

무엇보다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내가 사람임을 늘 깨우치게 하는 이웃들이다. 그저 감사다.

오늘 아침 새까맣게 잊고 사는 월력(月曆)을 일깨워 알려준 보름달처럼 이따금 눈과 마음을 환하게 열어 주는 자연 또는 신(神)에 대한 감사의 크기는 가늠조차 못한다.

하늘에 지는 달과 뜨는 해를 가장 높은 곳에서 맞이하고 보내는 것은 아마 새들일지도 모른다.

때로 새들을 폄하했던 내 우둔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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