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인행사에서 모처럼 만난 B가 물었다. ‘사진은 언제 부터…’  내가 사진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낯설었던 모양이다. 아무렴 나도 낯선 것을.

사람 많은 곳에서 사람 사진을 찍는 일은 아직 낯설다. 그러니 오죽 어설프랴.

하늘, 구름, 새, 나비, 꽃, 길…. 나는 전엔 알지 못했던 아름다움들을 사진기를 통해 만난다. 그 맛을 알고 나니 사진기 없이도 내가 숨쉬는 세상이 새로울 때가 참 많다. 그래서 감사다.

오늘 아내가 춤추는 사진을 찍으며 든 생각 하나.

매일 보면서도 그냥 지나치는 아름다움은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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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더운 날에

일터의 환경을 바꾼 덕인지 올 여름엔 더위가 매우 더디 찾아 왔다. 스팀 열기와 함께 해야 하는 세탁소 여름을 수십 년  보낸 탓에 내 마른 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올 봄 가게를 이전하며 보일러를 사용하면서도 에어컨이 작동할 수 있도록 꾸몄더니 올 여름 호사를 누리고 있다.

바쁜 하루 일과를 시작하려는데 잠자리 한 마리 세탁소 카운터 위에서 늦잠에 빠져 있었다. 더위는 게으름을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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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한바탕 소나기가 더위를 식히다.

차마 사진 운운하기엔 부끄러운 유치원 아동이지만 이즈음 깨달은 두 가지.

나는 렌즈를 통해 보고 싶은 것들만 본다는 것과 그나마 내가 보는 모든 것들은 빛이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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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장인을 기다리는 요양원 앞뜰에서 이어진 깨달음 하나.

삶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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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앞뜰  고목 밑둥은 새 잎을 낳다.

6/ 28/ 19

봄날, 오후

뜰에 봄이 가득한 토요일 오후, 지붕을 범하려는 꽃나무 가지를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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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줄 노트.

<그저 바라만 보아라.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저 보이는 게 찍힐 뿐이다. 카메라는 그저 파인더 안에 보이는 사물의 표면에 반사된 빛을 기록할 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   필립 퍼키스 (Philip Perkis)의 사진 강의 노트(Teaching Photography)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