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 며느리가 밝은 목소리로 ‘Happy Father’s Day!’ 전화 인사를 했다. 난 ‘너희들이 최고다!’라고 내 기쁨을 전했다. 저녁 나절 하루하루 빠른 걸음으로 쇠해 가시는 아버지께 인사 드리다. ‘오늘 하루도 잘 지내셨단다. 그래 또 감사다.
어제 동네 신문 온라인판은 ‘100 DAYS OF PANDEMIC’이라는 제목의 특별 기사를 전했다. 델라웨어주에서 첫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지난 백일 동안 동네 사람살이 모습이 변한 과정들을 소개한 기사였다. 그리고 이제 맞이할 사람살이 새로운 일상을 조망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세상은 누구도 느끼지 못할 만큼 더딘 걸음으로 아주 천천히 바뀌어 나아가지만 때론 한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리는 느낌으로 뒤집어지기도 한다.
이른바 ‘new normal’을 이야기하는 이즈음은 마치 혁명같다. 그래 사람들은 이런저런 걱정도 많고 생각 빠른 사람들은 기대도 많다.
모든 혁명의 끝은 실패라는 사람들도 있고, 혁명은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이들도 있고, 혁명에는 배반이 따른다는 사람들도 있고…. 돌아보면 그 때 거기 서 있던 사람들은 누구나 다 옳았다.
나 개인적으로 지난 삼개월여를 경제적으로 따지자면 완전히 파산이다. 나처럼 구멍가게 하는 이들이라면 거의 같은 심정일게다. 뭐 번 돈은 없고 나가는 돈은 일정하니 있는 돈 까먹고 앉아 시간 지나면 파산이지 별거 있겠나? 그래도 그저 고마운 것은 우리 부부 삼시 세끼 먹고 지내는 일 이외에는 크게 돈 들어갈 일 없으니 돈 문제로 걱정하지 않는 나날에 감사가 크다.
이즈음 미국 뉴스들이나 한반도 뉴스들을 보면서 아주 민감하게 걱정하고 날선 비관적 비판들을 하는 이야기들을 듣곤 한다만, 내겐 그리 와 닿지 않는다.
내 짧은 생각으론 그저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이즈음 내 눈엔 쉽게 드러내기 힘들었던 미국의 아픈 치부들이 치료를 위해 까발려지고 있고, 한반도 역시 제 자리에서 자기 수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첫 발 내 딛는 시간을 맞이한 듯 하다.
세상일에 그리 밝지 못하다만 그저 내가 믿는 건 단 하나. 신은 사람을 믿는다는 것.
그 믿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언제나 나는 진보이고, 민주이고 통일이고 내일은 희망이라는 것.
내 아이들과 아버지와 내가 서로 간 알지 못하는 오늘의 아픔을 딱히 나누지 않아도… 감사는 이어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