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일학년 때였다. 교회 토요 모임이 끝난 후 몇몇이 모여 제법 진지하게 부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었다. 이야기의 수준이 뭐 대단했을리 없었겠지만 사뭇 진지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 가운데 K가 있었다. 그는 부활신앙에 깊이 빠져 있었고, 당시 또래들과는 다르게 이 세상과 저 세상에 대한 이야기에 열을 올렸었다.
그리고 이튿날인 일요일 늦은 밤에 그의 형이 나와 친구들 집을 찾아 다니면서 그의 행방을 물었었다. 이른 아침에 집을 나간 K가 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질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하루가 지난 후, K는 한강 샛강에서 주검으로 떠올랐었다.
오십 수 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 때 토요 모임과 K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생각할수록 순수하고 순진했던 시절이기도 했고, 아프고 아리고 쓰린 기억이기도 하다.
<안식일이 지나자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무덤에 가서 예수의 몸에 발라 드리려고 향료를 샀다.
그리고 안식일 다음날 이른 아침 해가 뜨자 그들은 무덤으로 가면서 “그 무덤 입구를 막은 돌을 굴려 내 줄 사람이 있을까요?” 하고 말을 주고 받았다. 가서 보니 그렇게도 커다란 돌이 이미 굴러져 있었다. 그들이 무덤 안으로 들어 갔더니 웬 젊은이가 흰 옷을 입고 오른편에 앉아 있었다.
그들이 보고 질겁을 하자 젊은이는 그들에게 “겁내지 말라. 너희는 십자가에 달리셨던 나자렛 사람 예수를 찾고 있지만 예수는 다시 살아 나셨고 여기에는 계시지 않다. 보라. 여기가 예수의 시체를 모셨던 곳이다. 자, 가서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예수께서는 전에 말씀하신 대로 그들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실 것이니 거기서 그분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하라” 하였다.
여자들은 겁에 질려 덜덜 떨면서 무덤 밖으로 나와 도망쳐 버렸다. 그리고 너무도 무서워서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였다. – 마가복음 16장 1-8>
예수 부활에 대한 마가의 기록이다.
마가의 기록은 여기서 끝난다는 것이 성서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라고 한다.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들(마가복음 16장 9- 22절) 곧 부활하신 예수의 나타남과 하늘로 올라가는 이야기들은 후대에 사람들이 만들어 첨가한 것이라는 의견에 대체로 공감한다고 한다.
아직 얼굴 모습이 선한 어린 K와 헤어진 지도 반 백년이 넘었고, 그새 나는 고집스런 노인이 되어간다.
그리고 이젠 누구의 이야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되어 버린 내 부활신앙이다.
다시 일어나 자신이 일하며 살았던 갈릴리 마을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함께 일어나자고 외쳤던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남긴 마가에게 공감하며.
오늘 여기에서 다시 일어나는 삶, 그것이 부활이후라는 믿음.
공연히 죽음 넘어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일일랑은 접고.
부활주일이었던 어제, 내 뜰은 온통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