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變種)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버지니아 촌동네에서 살고 있는 후배가 전화를 주었답니다.

언제나 목소리가 경쾌한 친구랍니다.

정초에 덕담을 나누고는 처음입니다. 한달동안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는 인사였습니다.

763458_6거의 십년 만에 나선 고국방문길이었다고 합니다.

“야, 변해 변해 어떻게 그렇게 많이 변할 수가 있수? 정말 많이 변했습디다.”라며 이어진 변한 한국의 모습을 들었답니다.

물론 후배의 주관적 시각으로 본 변화겠지만 말입니다.

후배는 이야기 끝무렵에 이런 매듭을 지었답니다.

“형, 내 생각엔 말유, 종(種)이 변했더라고 종(種)이…. 변종(變種)이라니까!”

후배는 이 이민의땅에 정착하기 전 한국의 제법 유수한 언론사에서 일했답니다. 왈 기자출신이랍니다. 출입처도 제법 짱짱한 곳들을
돌다가 데스크에 앉을만 할 때 뜻한바(?) 있어 여기 주저 앉은 친구랍니다.

여기서는 반농사꾼으로 도닦고 살며 이제 은퇴를 저울질하고 있는 친구랍니다.

이번 방문길에서 옛직장 동료들을 비롯하여 정관계에 있는 친구들과 법조계 지인들을 두루 만나보았다고 합니다.

그의 말입니다.

“형, 우리도 더러운 짓 많이하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좀 나간데는 애들 정말 더럽데, 부끄러운 줄 모르더라고. 우린 그래도 부끄러운 줄은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다 대놓고야.  너무 뻔뻔해. 아무튼 변종이라니까!”

“형도 걔 알지. 그 중 좀 나은 애 말야! 걔가 그러더라고 자기도 아는데 방법이 없다고말이지.”

“우리네야 떠나와 사니까 안보면 그만이지만…. 거기 살았다면 술독에 빠졌거나 미쳤거나… 뭐 솔직하자면 그들처럼 살겠지? “

“여기서 종종  형 목소리나 듣고 삽시다.”

전화를 끊고 종일 먹먹한 느낌으로 보낸 하루랍니다.

후배때문인지 후배의 말 때문인지 뭔지모를 아픔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