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이 불었던 지난 밤에 며늘아이가 우리 내외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내왔다. 고마운 마음 뒤끝에 아주 낯선 느낌이 이어졌다. 어느새 내가 아이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걱정하는 나이로 접어 들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바람자고 비 그친 아침 공기는 상큼했다. 내 일터에서 마주 한 아침햇살은 아름다웠고, 그 햇살 아래서 아침 수다에 빠져든 공사판 사내들은 건강했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하늘은 온 종일 높고 맑았다.
하루 노동을 마치고 저녁 밥상을 물린 후 마주 한 동네 뉴스. 곳곳에 물난리와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이웃들 소식이었다. 내 집과 가게에서 10분이나 반 시간 거리면 닿는 이웃들이 지난 밤사이 겪은 일들이란다.
때론 아니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나만의 작고 좁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
귀뚜라미 우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