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를 일

아이들 개학이 가까워 지면서 부모들의 걱정이 커진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이런저런 물가들이 모두 뛰어 오른 탓에 아이들 개학 준비를 하는데 드는 경비 또한 덩달아 올라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졌고, 어떤 소비를 우선시해야 하는지 학부모들의 선택이 어려워진다는 이즈음 상황을 전하는 뉴스였다. 이 뉴스는 덧붙여 전하길, 이런 상황은 개학 대목을 기다리는 이런저런 도소매 업체들에게도 그 여파가 이어질 것이란다.

내 가게 영업도 아이들 개학에 아주 민감한 영향을 받는 터인지라 눈 여겨 보게 된 기사였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디어진 탓인지, 아님 게을러진 탓인지, 그도 아니고 이젠  나이 들어 매사 너그러워진 탓인지, 눈 여겨는 보았으되 그저 덤덤하게 뉴스를 넘겼다.

저녁상 물리고 바깥 바람 쐴 요량으로 뒷뜰로 나가다 딱 마주친 사슴 가족. 나보다 늦은 저녁상 즐기시려 나섰던 사슴 가족 일행은 나를 보자 순간 그 자리에서 동상들이 되었다. 나 또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렇게 사슴가족들과 나는 한동안 마주 보고 서 있있다.

가만히 서서 사진을 찍는 나를 보며 한켠으로 안도가 되었는지, 엄마인지 아빠인지 모를 책임감이 충만한 녀석이 나를 주시하는 사이 나머지 가족들은 저녁상을 즐겼다.

사실 사슴 녀석들 탓에 쓸데없는 노동을 더하곤 한다. 어제만 하여도 손바닥만한 텃밭에 가을 채소 종자들을 뿌리곤 사슴 방지용 울타리 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따져보면  그 또한 내 욕심일 뿐.

어차피 밥상이란 나누는 일일 터이니.

허나 매사 대하는 태도에 덤덤함이 더해지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

나이 들어 가며 모를 일이 하나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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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 그 모를 일에 대하여

“2030세대의 종교 이탈 등에 따라 10년 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종교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54%에서 50%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오늘자(2월 12일) 한겨레 온라인판에 실린 “젊은층 이탈로 ‘종교 인구’ 비율 줄어”라는 제목의 기사 첫 문장입니다.

갤럽 면접조사 보고서를 인용한 이 기사에서 특히 20대 젊은이들의 종교 이탈율이 크게 늘어 지난 10년 사이 45%에서 31%로 급감하였다고 합니다.

예수쟁이를 자처하는 제가 “참 잘된 일이다.”라고 한다면 모순일 수 있겠습니다만,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 있는 “참 좋은 현상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답니다.

비단 교회 뿐만 아니더라도 널려 있을 문창극이나 황교안류 등의 인간들이 신이나 종교의 이름으로 나불거리는 말들을 젊은이들이 듣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친일논설선집“하나님의 뜻” 또는 “신의 뜻”이나 성불(成佛) 등을 팔아 제 뱃속과 잇속 챙기는 일에 이골난 곳에 젊은이들이 서성거리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어찌 보면 좀 슬프고 아픈 생각이랍니다.

돌아가신 임종국(林鍾國)선생이 남기신 <친일논설선집(親日論說選集)>에 나오는 일제하 종교인들의 발언들이 2015년 오늘에도 여전한 종교라면 차라리 일탈하는 편이 나을 것도 같답니다.

약 70 – 80년 전 한국의 이른바 종교 지도자들이 한 말들이랍니다.

안용백(유교, 조선 총독부 학무국 편집과) – “일본과 우리가 혈연적으로 가깝고 글과 말과 관습이 비슷함이 유교의 진흥에 큰 힘이 되므로 내선일체에 총력을 기하자.”

이돈화(천도교 신파) – “성전(聖戰) 완수를 위한 고행이야말로 진정 내세의 행복을 얻는 것”

권상로(불교, 혜화전문 교수) – “신(新)체제에 협력하여 총본산의 강력한 지휘 아래 총진군하는 것이 바로 모든 중생이 성불하는 길”

이석규(시천교) – “’황도(皇道)’기 바로 동학에서 말하는 세계 개조이니 이 천기를 잃지 말고 동학 대중을 황민화 하자”

신흥우(기독교, 배제 중학교 교장) – “예수님은 ‘그 나라를 사랑하라’고 가르쳤으니 우리는 나라를 사랑해야 할 것인데, 조선을 사랑한다는 것은 일본제국을 사랑하는 것이며, 또한 일본제국의 충실한 신민으로서만 가능한 일”

정인과(기독교, 조선장로회 교육총무) – “기독교가 국책에 순응하여 구미의존성을 극복하고, 외국선교기관을 철수시켜 ‘일본적’ 기독교로 탈바꿈해야 한다.”

심명섭(기독교,조선감리교단 본부 주사) – “전시에 가장 필요한 사상의 통일과 신념의 강화를 위해 국책에 순응하는 진정한 신앙운동을 전개하자.”

최태용(기독교, 복음교회 감독) – “조선을 일본에 넘긴 것은 신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을 섬기듯이 일본국가를 섬겨야 한다.”

임종국선생이 이 책에서 하신 말씀은 오늘날 종교라는 이름으로 제 잇속과 뱃속 불리우는 이들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듯 합니다.

“친일은 90% 이상이 침략 논리의 복창(復唱)이었다. 하지만 태반 이상의 친일자들이 그것을 복창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은 진심으로 동양평화를 믿었고, 황도조선을 예찬하였다. 태반 이상의 친일이 강제적 피동이 아니라 능동이었고, 가식(假飾)이 아니라 진정이었다는 것, 친일의 민족사적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종교가 제 정신 차리지 못하면 떠나는 것이 신께 가까이 가는 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