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광화문일수도…

한국 또는 한국인들을 특정지어 표현하는 말들을 꼽자면 긍정적인 말에서부터 부정적인 것까지 꽤 많을 것입니다.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계획이 취소되었다는 짧막한 보도와 함께  전세계에  퍼진 것은 메르스와 한국을 동시에 연상케 하는 뉴스들입니다.

급기야 오늘에 이르러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현장조사 중이지만 메르스와 다른 한국판 메르스(Korean MERS)라는 뜻의 코르스(KORS)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또는 한국인과 연관지어지는 신종어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개인이나 단체나 국가나 좋고 나쁜 면들이 모두 있게 마련이지만 아무렴 좋은 면들이 많이 드러날수록 정말 좋은 일이겠지요. 저처럼 한반도에 돌아가 누울 한 뼘의 땅조차 없이 완전히 떠나와 이민의 삶에 뿌리를 내린 사람이라도 모국인 대한민국과 한국인들과 연상되어지는 말들이 나쁜 것이라면 정말 쓰리답니다. 좋으면 그냥 좋은 것이고요.

옛날 중국의 노자(老子)선생은 “이웃나라와 가까와서 닭이나 개의 소리가 들릴지라도, 자기네의 음식과 의복에 만족하고 스스로의 고유한 관습과 각자 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 나머지,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이웃나라에는 가고싶지 의욕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정부 또는 정치가 최상이라고 끔 같은 말씀를 남기신 바 있지만, 거기 발뒤꿈치에 이르지 못할지언정 이즈음 듣는 모국 소식들은 참담하기 이를데 없어 정말 아프답니다.

그저 아리고 쓰릴 뿐이지 딱히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거니와  “떠난 놈이 뭔 신경?”이라는 물음에도 그럴듯히 내세울만한 답변조차 없답니다.

애들 다 키우고, 부부가 덤덤하게 노년을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터에 좋은게 다 좋은 거라고 안보고 안듣고, 생각 아니하고 살면 노자선생이 말한 세상이랍니다.

그런데 어디 살아있다는게 그런가요? 아리랑 쓰리랑을 흥얼거리거나 듣노라면 그냥 눈물이 흐르는  천상 조선놈인것을요.

숱한 뉴스들 가운데 제 가슴을 후비며 정말 아리고 쓰리게 다가오는 소식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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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어제 날짜인 6월 11일 109일 째 일보삼배 행진을 하고 있는 이호진, 이아름 부녀의 소식이랍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아들이자 동생을 잃은 부녀입니다.

메르스를 위시한 블랙홀 같은 뉴스들에 묻히거나 의도적으로 언론들이 다루어주지 않아 그들의 몸짓이 얼마나 절박하고 절실한 것인지, 그들의 몸짓에 조금만이라도 눈길을 주었다면 오늘 메르스가 코르스가 되는 국면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참 아프답니다.

삼십만 번의 절을 하며 걸어온 길, 이들 부녀가 이제 사흘 후면 광화문광장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제 이아름양은 자신의 페북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광화문에서 저를 기다리는 게 무엇이든 감사할 것이고 기억할 것 입니다.”

그 아이에게 감사함과 기억할 꺼리를 안겨주어야겠습니다. 비록 물리적으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그들 부녀를 맞지 못하더라도 손편지 한 장, 작은 감사의 표시, 그도 아니면 페북에 “참 장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함께 나누실 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 한 분 만이라도.

한국 또한 한국인을 특정지어 표현하는 말은 바로 저 하나, 이 글을 읽는 바로 당신 한 사람이 만들 수도 있기에….

이호진 부녀의 페북 링크입니다.

https://www.facebook.com/padre1909

다음은 이아름양의 글입니다.

2015년 6월 11일 목요일 109일차.

용산구청에서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기자언니가 물어 봅니다. 다 끝나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냐고.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소감이 어떠냐고 물어보는 언니에게 자신있게 시원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속소로 가는 차 안에서 다시 생각했습니다. 정말로 시원한지.

아빠와 제가 팽목항에서 첫 절을 올리고 이 곳 용산까지 오는 데 109일이 걸렸습니다.

아빠와 제가 이렇게 바닥을 기어 오는 걸 얼마나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지, 알고 계신다면 그 분들은 아빠와 저를 어떻게 보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빠와 저는 이렇게 해야 했습니다.  그게 살아있는 아빠와 저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하늘에 있는 승현이와 아이들만 믿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빠와 저의 마음을 아이들이 알아준다면 잘 될 것만 같았습니다. 어떻게 끝나야 잘 끝나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일기에 제가 썼던 말이 기억납니다.

광화문에서 아빠와 저를 기다리는 사람이 우리 승현이 였으면 좋겠다고.

이틀.

제가 이렇게 길바닥에서 금쪽같은 우리 승현이에게 속죄할 수 있는 시간 입니다.

저에게 109일 이라는 시간은 우리 승현이를 만나기 위해 팽목으로 달려가는 그 순간만큼 길었습니다.

광화문에서 저를 기다리는 게 무엇이든 감사할 것이고 기억할 것 입니다.

저는 승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누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러날 때를 알아야

주일아침, 유교(儒敎)의 경전 가운데 하나인 역경(易經)에 있는 가르침을 우습게 아는 이들이 차고 넘쳐나는 세상 뉴스를 보면서 몇 자 적어 봅니다.

주역(周易)이라고도 부르는 역경을 보면 태극, 음양, 사상, 팔괘 등등의 용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64괘가 있고 그 64괘 중 제일 윗자리에 건위천(乾爲天)이라는 괘가 있습니다.

이 건위천이라는 괘에 해당하는 사람의들 운세는 이렇게 설명되곤 합니다.

“용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형상이다. 사업에 비하면 盛業(성업), 完全操業(완전조업)을 의미한다. 따라서 긴장한 상황 속에 있으며 또한 책임도 무겁다. 그래서 이 괘는 가장 좋은 괘이다. 너무나 좋기 때문에 모든 것은 차면 기운다는 것으로 도리어 불길한 것으로 역전할 우려가 있다.”

“현재 귀한 위치에 있는 이거나 또는 평소에 부지런하고 자신을 잘 다스리는 사람에게는 지극히 좋은 괘이지만, 평소에 근면하지 아니한 사람, 거짓말이 많은 사람, 오만한 사람들에게는 악운으로 역전되기가 십상이다. “

“보통 사람들에게 운이 꼭대기에 다다른 것이서 오만심을 불러일으키기 쉬우니 조심하라.”

“너무 높이 올라간 용의 형국이다. 용은 떨어질 우려가 있다.”

그리고 주역(周易) 건위천(乾爲天)편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아감은 알되 물러남은 알지 못하며<知進而不知退(지진이불지퇴)>, 존함은 알되 망함은 알지 못하며<知存而不知亡(지존이불지망)>, 얻음은 알되 잃음은 알지 못하니<知得而不知喪(지득이불지상)> “

“나아감은 알되 물러남은 알지 못하며<知進而不知退(지진이불지퇴)”라는 말은 얼핏 승승장구하는 군대나 연전연승하는 스포츠팀이나 선수들에게는 아주 듣기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capture-20150607-091559-vert조선시대 양반과 관료사회에서는 이 역경의 가르침을 벼슬아치들이 반드시 곱씹어야 할 교훈으로 삼았었다고 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벼슬자리 곧 권력을 부리는 자리에 앉다보면 계속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제 목적을 이루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갖은 권모술수와 부정하고 부패한 방법으로 제 목적을 달성했지만 끝내 패가망신하는 자가 되지 말라는 교훈입니다.

그런 개인이나 집안의 패가망신 뿐만 아니라 자칫 나라가 절단나는 사단이 될 수도 있겠기에 벼슬아치들에게 곱씹기를 강조했던 말 “나아감은 알되 물러남은 알지 못하며<知進而不知退(지진이불지퇴)”라는 교훈이 뼈저리게 들려야만하는 오늘입니다.

제 자리 아닌 것은 탐하지 말 일이며, 설혹 그 자리에 올랐다 하더라도 제 자리가 아닌 줄 알면 물러나야 개인이나 나라에 득이 될 일입니다.

자기가 오른 자리가 어떤 자리인 줄도 모르고 공주놀음에 빠져있는 대통령을 비롯해 부정부패의 교본으로 기록될 만한 이들이 연이어 국무총리 자리를 놓고 출사표를 던지는 인간들, 입으로는 독감정도의 감기라면서 그 조차 수습못해 전 국민을 유언비어의 도가니속에 빠뜨려 놓고 허둥지둥 거리는 장차관 이하 실무 담당 공무원들, “경제가 세월호에 발목잡혀…”운운히며 한(恨)조차 풀지 못하고 죽은 귀신 불러내어 제 면피에 급급한 국무총리 대행이라는 인간들이 오늘 절실히 곱씹어 마땅한 “知進而不知退(지진이불지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