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춤

흥춤을 한번 추어 보겠다는데 어찌하리! 왕복 다섯 시간 춤 공부 길 나서는 아내의 운전기사가 되었다. 여름 기세가 완연히 꺽인 아침은 상쾌하여 일요일 아침 일부러 라도 드라이브에  나설만한 날씨였다.

아내를 춤 공부방에 모셔(?) 놓고 나는 서둘러 허드슨 강변으로 향했다. 며칠 전 부터 내심 준비해 온 산책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아내의 운전 기사 노릇도 하고, 내 산책 욕심도 채울 수 있는 오늘을 맘껏 즐길 요량이었다.DSC07011DSC07016 DSC07017 DSC07019 DSC07022 DSC07024

허나 나에게 주어진 한 시간 반 산책 시간은 너무 짧았다.

춤 공부방에선 아직 공부가 끝나지 않았다. 춤 동작을 놓치거나 잃곤 하는 아내에게 던진 선생님의 가르침이 나를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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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을 머리로 외우려 마시고 몸으로 녹여 음악에 따라 놀게 하세요’ – 그 소리에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맘을 끄덕였다. 아무렴, 흥춤인데!

춤 공부를 끝낸 아내와 함께 허드슨 강변에서 일요일 오후 한 때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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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장보기, 정갈하게 차려진 보리 비빕밥과 콩비지 찌게 밥상으로 배를 채우는 즐거움은 오늘의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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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앞에서 아내와 나는 일상의 다툼을 이어갔다.

아내 왈, ‘요즘 애들은 이런 거 안 먹을거야? 그치!’

내 응답, ‘뭔 소리야? 우리 딸애가 돼지 감자탕을 좋아한다구!’

다부진 아내의  소리, ‘이건 꽁보리밥이라고!’

그랬다. 흥춤은 일상(日常)의 티격태격으로 몸으로 출 일이다.

*** 집으로 돌아와 내 오래된 독서 카드를 찾았다. 이즈음 한국 뉴스를 보며 어지러워 진 내 생각과 오늘의 일이 어우러진 글 하나 찾아 헤맨 일이었다.

<찌들어 보이는 과거의 삶은 한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되었지만 그 때를 산 우리들의 선대(先代)들은 반드시 비관적인 삶 만을 사신 것이 아니었다. 상황은 비록 절망적이고 온갖 시도는 허무하게 끝났다 해도 그들은 굿과 놀이로 모진 현실을 이겨냈다. 부정적인 것들을 커다란 개혁의 의지로 역전 시키는 계기는 바로 어둠에 대한 그들의 따듯한 친근감 때문 일 것이다. – 이상일저 한국인의 굿과 놀이에서> –

흥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