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전 내내 서중석이 지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읽다. 1945년8월 15일 부터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는 순간 까지를 기록한 책이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 하기 바로 전 해인 1959년까지 읽다가 책을 덮었다.
몇 가지 생각들이 스치었다. 아무리 백세 시대라고 하여도 나도 꽤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첫째요, 내가 한국 현대사 운운하며 책을 읽고 이야기하던 시절의 현대사란 19세가 말에서 해방 공간까지 곧 내가 살아온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이젠 내가 살아온 시절들이 현대사의 중심이 되었다는 사실이 둘째요, 마지막으로 놀라운 민(民)의 힘을 다시 깨닫고 확인하는 책 읽기 였다는 생각이다.
이즈음 우리 동네 한국학생들 가운데는 한국 드라마를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자 등록하는 영어권 미국인들이 제법 있다. 이들을 성인반으로 분류하여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그 반들 중 하나를 내 아내가 맡고 있다.
그 학생들 중 하나가 주정부에서 일을 한다는데 어제 아내에게 선물을 주었단다. Longwood Gardens이라고 미 동북부에선 제법 알아주는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인데, 그 곳 입장권 두 장을 주더란다. 물론 작은 부탁을 겸한 것이었으므로 부담없이 받을 수 있는 선물이었다.
하여 오후에는 Longwood Gardens 나들이에 나섰다. 이미 여러차례 가 보았던 곳이라 새삼스러울 것이 없었다만, 오늘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것은 집에서 고작 16분거리, 내 가게보다도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전에는 4-50분 정도 걸리는 길이었는데 그것이 그렇게 단축된 까닭은 놀랍게 발전된 GPS 덕이었다. GPS는 산속 지름길로 우리를 16분만에 그 곳을 찾게 하였다.
아내와 함께 꽃과 분수(噴水) 사이에서 휴일 오후를 보냈다.
마침 오르간 공연도 있어 문화생활(?)도 누렸다. 연주 제목들이 불꽃 춤, 성(聖) (누군가?)의 종소리, 무슨 변주곡 등이었는데 음악엔 영 무식 덩어리인 나는 짜장면, 우동, 짬뽕을 다 맞본 기분이라고 아내에게 내 느낌을 표하였다.
그리고 가을, 그 곳의 주인은 다람쥐였다.
옛 부호 DuPont이 그의 아내를 위해 만들었다는 Longwood Gardens을 오늘 우리 부부도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본디 주인은 다람쥐와 여우, 사슴 등이었을 터.
역사를 뒤적여 본다는 뜻도 본디 주인인 민(民)을 찾는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