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애초 세운 계획을 잊을 정도로 여러 번 생각이 바뀌었다. 모처럼 맞는 주중 휴일, 여느 해 같았다면 과감히 나흘 연휴를 즐길 법도 했다. 내 뜻 세우지 말아 할 나이에 이른건 노부모 뿐만 아닌 내 이야기다.

가까운 동네 공원을 찾아 걷다가 저녁식사나 함께 하자고 아이들에게 제안했었다. 허나 일기예보는 그 계획조차 받쳐 주지 않았다.

하여 선택한 마지막 계획, 그저 먹고 쉬는 하루를 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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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며느리, 딸과 함께 홍합, 새우, 게를 먹고 아이스크림을 즐기다 다시 세운 계획, 간단한 바베큐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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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부랴 장을 보고 누이네들과 부모님 모시고 저녁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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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신 못하시는 장인에게는 식사 후에 아들녀석이 과자 하나 입에 물려 드리다.

십 수년 만에 딸과 함께 집 앞 공원에서 펼쳐 진 불꽃놀이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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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다는 거, 참 별거 아니다.

그저 맘 가는대로 시간을 맡길 수 있음은 지금 내가 누리는 큰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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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기예보는 완벽히 빗나갔다. 사람살이 계획을 바꾸게 하는 게 비단 일기예보 뿐이랴!)

2019. 독립기념일에

우린 여전히 미국인일까?

연휴로 맞는 주일 아침, 느긋한 마음으로 신문을 훑다가 눈에 들어 온 기사 하나입니다.

7-4-15제가 사는 동네 신문인The News Journal의 고정 기고가인John Sweeney라는 이가 쓴 “우린 여전히 미국인일까?(Are we still Americans?)라는 글입니다.

글쓴이는 해마다 맞는 독립기념일이면 동네마다 퍼레이드를 벌리고 불꽃놀이를 즐기고, 더러는 해변가를 찾아가 여름을 만끽하는 연휴를 보내곤 하는 모습은 올해도 여전하다며 이 글을 시작한답니다.

그런데 매해 시간이 흐를수록 변하고 있는 것들이 있답니다. 이 날이 되면 펄럭이던 성조기의 빨강, 하양, 파랑 색깔은 거리마다 자동차나 침대 등의 광고판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었고, 성조기는 더 이상 애국을 상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단 그 뿐 만이 아니라 정치체제도 흔들리고 있고, 어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은 농담거리가 되었고, 미국의 역사를 아는 이들도 드물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의 정치참여도도 점점 낮아지고 있고, 정치적 견해들 역시 자기 쪽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주장되고 있거니와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려는 모습은 찾을 수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정치적 좌, 우파 세력들은(미국에 좌, 우파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각기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조건들이나 법안들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고치려 애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글쓴 이는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이 나라에서 미국인으로 살려고 하는 것일까?( Do we still make Americans in this country?)”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글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이런 해법을 제시합니다.

미국이 독립을 이루었던 세대로부터 10세대가 흐른 이 싯점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1987년 교육학자Eric Donald Hirsch가 주장한 “문화 이해 능력을 고양하는 일 또는 문화 문맹 퇴치(Cultural Literacy)”라고 말합니다.

지나간 미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이 땅 미국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미국인들 끼리의 서로 다른 문화, 관습, 언어 등을 서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미국이 여전히 미국이 되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주일 아침 John Sweeney의 주장을 읽으며 “어디 미국 뿐이랴”라는 생각과 함께 어느 누가 먼저가 아니라 제 자신이 자신됨을 돌아보는 일에서부터 이웃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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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희 동네에서 있었던 퍼레이드 사진이랍니다. 이 길은 매일 제 출퇴근 길이기도 하답니다. 사진 속 아이들은 제 아이들이 다녔던 학교 학생들인데, 저런 대열 속에 있었던 제 아이를 찍으려고 사진기 들고 기웃거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참 빠름니다. 세월이.

 

게으른 연휴

연휴를 맞아 하루 푹 쉽니다.

쉰다는 게 별거인가요? 그저 천천히 시간을 맞는 것이지요.

0704152113d저녁상을 물리고 앉아있노라니 밖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시작했네!”하는 아내의 소리에 창밖을 내다 봅니다. 동네 4th July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답니다.

집 바로 뒤에 있는 공원에서 해마다 오늘이면 하는 연례행사이랍니다.

미국 어디서건 낮에는 퍼레이드, 밤에는 불꽃놀이로 독립기념일을 기리는 동네 행사지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함께 나가 퍼레이드도 보고, 불꽃놀이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구경하곤 했답니다. 그러다 아이들이 커서 그 퍼레이드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보러 달려 나가곤 했었는데….

이젠 다들 컷다고…

아내와 둘이 밥먹고 앉았다가 폭죽소리에 놀라, “아~ 오늘이구나!”한 것입니다.

창문밖을 바라보다가 앞뜰로 나가 사진 몇 장 찍고는 “아이고, 모기 달려드네…”하며 들어왔답니다.

쉬는 방법도 이젠 게을러집니다.

좋게 표현하여 느긋함이랄지…

뉴스를 보니 Lewis Beach라고 델라웨어에서 제법 유명한 해변 도시에서 있었던 오늘 행사 영상이 있어 여기에 덧붙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