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온지도 벌써 여러날 되었습니다. 이렇게 올 한해도 서서히 저물어 갑니다. 이번 주간엔 한해에 대한 감사(thanks)를 드리는(giving) 날인 Thanksgiving Day를 맞습니다. 한해의 감사를 드려야만 할 대상들을 꼽아보는 일도 제법 뜻이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아침입니다.
제 자신과 가족들이 드려야할 감사의 내용들과 드려야할 대상들을 헤아려봅니다. 꼽자하니 꼬리를 잇습니다.
그러다 올 한해 제 마음이 자꾸 흐트러질 때마다 붙잡아 주었던 옛 선생님의 말씀 하나 떠올려봅니다.
올 한해 동안 제 마음이 자꾸 흐트러져 일상을 벗어났던 까닭은 “내가 이제껏 잘못 생각하고 살아온 것이 아닐까?”하는 물음 때문이었습니다. 일테면 그것은 제 신앙적 물음이었습니다.
이즈음에 이르러 오만하거나 무지한 자들에 의해 거의 “빨갱이들의 언어”로 규정지어지는 듯한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민중”입니다. 이 “민중”이란 말은 어찌보면 제가 살아오면서 (비록 가까이 하지도 못했고, 스스로 그 범주에서 자꾸 벗어나려고 애써왔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겠지만) 꼭 붙잡고 싶었던 화두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제가 이해하고 믿는 성서의 가르침 탓인데, 올 한해 그 이해와 믿음이 자꾸 흔들렸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를 추스리고 깨우쳐주신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바로 “민중과 함께 했던 예수”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안병무목사님은(1922-1996) “민중이란 정치, 경제, 문화, 종교 할것없이 ‘어떤 체제로부터 버림받고 밀려난 소외계층’이다.”라고 말씀하셨고, “그리고 그 민중이란 오늘이라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그때 그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객관화시켜 절대화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가르쳐 주셨답니다.
바로 2015년 오늘, 소외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바로 민중들이고, 그 소외된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이들이 민중들이라는 말씀입니다.
비록 2015년의 제 삶이 민중적인 것이 아니고, 민중과 함께하는 삶도 아니였지만, 그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흉내라도 낸 까닭은 바로 안목사님의 가르침이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 감사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이해와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성서를 손에 들고 질문하게 했던 신앙에 대한 감사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 나그네나 이방인으로 이민자로 살아가는 사람들. – 모두 2015년 감사절에 위하여 기도해야만 할 민중들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30년 넘는 세월동안 흔들림없이 민중들과 함께 하나님나라를 꿈꾸며 외길 걸어온 벗을 소개 드립니다. 저도 30여년만에 이 친구를 처음 만납니다. 헤어져 만난지 30년이 넘었지만, 그가 서 있는 곳에서 한결같이 첫 마음 그대로 “어떤 체제로부터 버림받고 밀려난 소외계층”과 함께 하고 있는 김규복목사입니다. 그는 오늘도 함께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소망’을 이야기합니다.
희망과 소망으로 산다는 것은 오늘 이 자리에서 내일을 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을 초대합니다. 뜻깊은 2015년Thanksgiving이 되리라는 생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