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 12

Reno의 밤

해가 떨어지자 도시 Reno는 불야성이 되었다.

네바다주가 본래부터 도박을 허용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1861년 네바다주 초대의회는 모든 도박을 금지하고, 도박을 할 경우 벌금형과 징역형 모두를 선고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였단다. 이후  1869년에 면허제도를 도입하면서  도박행위를 합법화하는 대신에 고액의 면허료를 납부토록 하거나 청소년 입장을 제한하는 등의 규정을 두었다고 한다.

1877년에는 채무가 있는 사람, 아내나 미성년자를 동반한 성인남자를 경범죄로 벌하는 규정도 두었고,  1909년에는 다시 도박을 금지하면서 중벌로 다스렸으나 1931년에 완전히 합법화하면서 도박으로 유명한 주가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도박으로 유명한 네바다주에서 복권은 금지되어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재미를 더하는데,  약자인 시민들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행위인 복권판매가 정부를 부패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도박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고 한다.  “도박은 신성한 인간을 좀 먹고 인류에 대한 적개심을 키울 뿐이다.”

그러나 오늘날 수많은 정치인들은 도박사업이야말로 네 가지 E 정책 곧  education(교육), environment(환경), elderly(노인복지),  economic development(경제발전) 정책을 제대로 이루는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아주 적합하다고 주장하곤한다. 심지어 도박사업은 국가에 도움을 주는 애국적인 행위라고 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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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떨어진 후 우리는 식당을 찾아 나섰다. 스시바가 그럴듯하여 자리를 차지하였다. 셰프는 자못 거만하였다. 일식요리엔 자신한다는 얼굴이었다. 어찌하리! 하나아빠가 천하의 미식가인 것을. 사케 한잔에 이미 만사 오케이가 된 나와 달리, 하나아빠는 연신 뭔가 부족하다는 웃음을 날렸던 것이다. 셰프는 내심 그런 하나아빠가 걸렸던 듯하다. 마침내 그를 폭발시킨 것은 하나아빠가 던진 이 말 한마디였다. “당신이 제일 자신있게 잘하는 것을 맛보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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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젊은 나이의 셰프는 우리들의 입과 배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내가 보기에도 하나아빠를 만족시키기에는 수가 부족하였다. 그러나 하나아빠를 비롯한 우리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들 앞으로 건넨 계산서에는 우리들이 예상했던 밥값의 반 정도가 청구되어 있었고, 사람좋은 웃음을 끊이지 않던 하나아빠는 호기롭운 팁을 셰프에게 건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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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증명사진 몇 장을 찍고, 피할 수 없는 도박장의 유혹을 그냥 피하고 지나가기에 미안한 마음에 하나아빠는 호기롭게 주사위게임을, 하나엄마와 아내는 슬럿 머신에 잠시 ‘여기 왔었다’는 표식을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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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우리는 요세미티를 향하기 전에 든든한 아침으로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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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 – 10

유타 – 신앙의 힘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기차는 몰몬교인들의 땅 유타로 들어섰다. 나는 몰몬교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바 없지만 잘 아는 몰몬교인은 있다. 매우 근검화순 (勤儉和順)하고 독실한 사람이다. 이민온지 거의 40여년이 된 그는 아직도 첫번 째 기도제목을 “모국통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사람 사랑”이 바로 신앙이라고 말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한때 나는 퀘이커 모임에 들락거렸던 적이 있었다. 집에서 오분 거리도 안되는 곳에 그들의 모임장소가 있다. 그들의 예배의식은 나를 매료시켰었다. 친교방식도 부담이 없어 좋았다. 그들과 함께한 주일아침 명상기도를 통해, 한동안 나는 1시간을 5분 정도의 시간으로 느낄만큼 명상을 즐기는 기쁨을 누리기도 하였다. 결국 핑계이지만, 아내와 아이들 생각때문에 퀘이커교도가 되지는 아니하였다.

아무튼 몰몬이나 퀘이커나 장로교나 감리교나 침례교나 다 한묶음이요, 불교도나 유교도나 이슬람교도나 천주교인이나 개신교인이나 무종교인이나 다원주의 신봉자나 모두 함께 살 수 있다는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나라가 미국이라는 모범을 보여준 땅이 유타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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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몬교도들이 유타주에 정착한 과정을 보면 히브리인들이 겪었던 40년 광야 이야기나 2만 5천리 길을 걸어서 피신했던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 이야기가 떠오를 정도이다.

Mormon Trail (entire route)

<지도자 브링햄 영(Bringham Young)은 박해받는 신도들을 사막지대로 인도했다. 당시 1만 5천명의 몰몬교도가 3천대의 포장마차를 타고 길을 떠났다. 온갖 고난 끝에 브링햄 영은 눈 쌓인 봉우리로 이뤄진 산맥에 둘려싸여 햇빛에 반짝이는 새하얀 호수, 즉 소금호수를 발견했다. 그곳이야말로 새로운 예루살렘을 건설할 땅이라고 믿은 그는 그 사해로 들어오는 강을 요르단 강이라고 명명하고 Salt Lake시를 건설했다. – 앙드레 모로아의 미국사에서>

이 몰몬교도들은  고난의 장정과 정착과정을 통해 인디언들과 미리 정착해 있던 이민자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어두운 역사를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런 흑역사는 비단 몰몬교도들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디언(원주민이라는 말이 맞겠지만)들과 멕시코인들의 땅을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점령해 나갔던 대륙의 개척자들 모두에게 드려진 흑역사일 뿐이다.

몰몬교도의 유타주 정착은 대륙의 동과 서를 잇는 전환점이었다고 한다. 어떤 신앙이든 신앙공동체는 때때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 공동체 안 구성원들이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어떤 절박함이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 터지는 힘으로.

어두움 속을 달려 유타주를 건너며 저절로 입밖으로 터져 나오는 소리가 있었다. “미국, 정말 크다!” 약 200만명이 산다는 유타주의 넓이는 거의 한반도 크기와 맘먹는단다.

새벽녘에 눈을 떠 차창밖을 보니 무수한 별들이 떠있었다. 기차는 네바다 사막을 달리고 있었고 열차안에서 시간은 두번째로 바뀌어졌다. Central Time Zone에서 Mountain Time Zone으로, 그리고 다시 Pacific Time Zone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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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희미한 어둠속에서 첫번 째 만난 네바다주 아주 작은 마을에서 본 첫번 째 간판은 Casino였다. 먼동이 트자 이어지는 것은 광야였다. 네바다는 사막이라기 보다는 척박한 광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