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살다 보면 종종 생각지도 않은 일을 경험할 때가 있다.

지난 목요일이었다. 주말 장사 준비를 마친 친구가 시간을 내어 내 가게를 찾아왔다. “이번 일요일에 특별한 계획 있으신가?”, 나는 별 생각없이 대답했다. “글쎄 뭐 별로 특별한게… 없지!.”

“잘됐네, 바다바람이나 한번 쐬러 갑시다!”하는 그의 권유에 나는 흔쾌히 “좋구먼!”하며 맞장구를 쳤었다.

사실은 주말에 가을 무와 배추를 키울 텃밭 준비를 해볼까 하는 계획이 있었다만, 찌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고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으므로 쉽게 뒤로 물릴 수 있는 일이었다. 그보다는 친구 따라 바다바람도 쐬고, 바닷물에 발도 담구어 보고 모래사장을 걸어보는 일도 좋겠다는 생각에 흔괘히 응했고 아내도 좋다고 하였다.

이어진 친구의 말. “특별한 준비물은 없고, 가벼운 점퍼는 좀 챙겨서 요셔!”

그리고 어제 아침 집을 나서기전 그가 말한 ‘가벼운 점퍼’에 대한 생각에 잠시 빠졌었다. 바닷가라 일기가 불순할 수도 있으니 혹 그에 대한 예비를 하라는 뜻이였나? 아님 너무 따가운 햇살을 피할 요량으로 준비를 하라 한 것일까? 아무튼 아내와 나는 가벼운 점퍼 대신 긴 팔 셔츠 한 장씩을 준비해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 뉴저지 친구 집으로 향했었다.

그렇게 친구집에 도착해서야 알게 된 친구의 계획은 낚시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일정이었다. 몇 달 전에 친구 내외가 처음 낚시배를 타 보았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며 그 재미에 우리 내외를 초대한 것이었다.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낚시를 쫓아 다녀 본 경험은 있었지만, 낚시배를  타본 적은 없는 우리 내외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낚시배에 올랐다. 날씨는 참 좋았다. 낚시배에는 낚시대와 미끼 뿐만 아니라 미끼를 끼워 주는 손길도 제공해 주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주 낚시 어종은 flounder(넙치 또는 가자미)라고 하였다. 선원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나는 바닷가 풍경을 담기 바빳고, 평생 처음 해 보는 낚시배 경험에 조금은 들떠 있었다. 배가 만(灣)을 빠져 나가 바다로 나가기 전 까지는.

탈 때는 제법 큰배라고 생각했었는데 바다로 나가니 일엽편주 그야말로 작은 잎 파리 위에 읹아 있는 느낌이였다. 제법 높은 파도를 거스르며 나아가는 배는 앞뒤로 크게 요동을 쳤다. 그 때만 해도 나는 사진 찍기에 바빴었다. 바다와 보이는 인근 풍경들이 그저 새로울 뿐이었다.

드디어 첫 포인트에 이르러 배가 멈추자 짧은 뱃고동 신호와 함께 낚시꾼들은 낚시줄을 바다에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만 해도 참 좋았었다. 주변에서 제법 큰 고기들을 낚아 올리면서 환성이 터졌고, 내심 기대도 커지기 시작했다. 헌데 배가 심하게 좌우로 출렁거리며 요동쳤다.

다시 짧은 뱃고동이 울리자 모두들 낚시줄을 거두어 들이고 두번 째 포인트로 이동했다. 그즈음이었을 게다. 내 몸에 이상이 왔다. 배에 출렁거림이 내 머리와 내 뱃속으로 이어져 내 스스로 내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서야 생각난 친구의 말, ‘가벼운 점퍼’ 추웠으므로.

그렇게 네 시간 여 낚시배에서의 내 첫경험은  참담하였다.

그렇게 얻어 온 sea robin(성대 또는 바다울대라고…)  몇 마리가 어제의 수확? 그리고 바다.

*바다 – 남의 글과 말로만 전해 듣고 나름 내 작고 좁은 생각 속에 가두어 두었던 바다 –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 또 바다 – 종종 민심에 견주어 일컬어 지곤 하는 바다 – 그 비유는 참 적절하다만 깨닫기는 정말 쉽지 않을 듯.

*** 그리고 다시 바다 – 아내와 참 좋은 친구 내외 – 어제 내가 누린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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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놀이

업(業)의 성격으로 주중 하루를 쉬는 벗이 낚시 한번 가보자고 제안을 했었다. 주중에 가게를 온종일 비우는 일에 익숙치 않아 머뭇거리는 내게 아내는 흔쾌히 ‘가도 좋다’고 했다. 내심 ‘이 정도의 사치는 누릴 만한 나이가 아닐까?’하는 내 생각이 앞선 탓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 낚시 놀이를 다녀왔다.

애초 낚시놀이를 제안한 C와 나처럼 낚시놀이가 그리 흔치 않은 일인 H와 낚시놀이가 일상이요, 나름 그 방면에 도트인 J와 함께 즐긴 하루였다.

처음 놀이를 제안했던 C는 일행을 위해 모든 준비를 도맡았고, J는 낚시놀이에 필요한 제반도구와 정보와 지식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H와 나는 그 두 사람 덕에 그저 하루를 즐겼다.

올해 일흔 하나가 된  J는 나와 같은 업을 하며 한 동네에서 산지 30년 넘은 오랜 지기이다. 그는 지난 해 현업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홀로 산다. 그렇다 홀로 되어 산다.

사실 내가 J를 가장 최근에 만났던 것은 그가 홀로 되어 살기 전 일이다. 그가 과묵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리 말수가 많은 이는 아니었다. 그랬던 그의 입이 낚시놀이 하루 길에서  온종일 쉬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그 무엇보다도 말이 많이 고픈 듯 보였다.

밤 늦은 시각, 돌아와 헤어지며 그가 내게 남긴 말이다. ‘언제든 불러, 언제든… 낚시 가고 싶을 때 그냥 전화만 해!’

다시 혼잣말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홀로 사는 삶으로 돌아가는 그를 보며 내가 혼잣말로 해 본 소리이다. ‘가을바람 불면 낚시놀이 한 번 더 해 볼까…’

낚시터에서 만났던 돌고래 가족들이 떠오른다. 그래,  J뿐만 아니라 H나 C나 나나, 우리 모두 한땐 고래사냥을 부르며 꿈을 꾸던 때가 있었다.

아니, 꿈을 꾸는 일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젠 조촐한 꿈을 꾸자. 찬바람 불면 내가 먼저 J와 H와, C에게 제안을 하는 꿈을 꾸자. 낚시놀이 한 번 가자고. 그날 다시 J가 온종일 이야기하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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