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첫 주문한 책들을 받았다. 예상보다 빠르게 받았다. 손 글씨 엽서들이 동봉된 정경심 시인의 책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를 먼저 집어 들었다.
첫 번째 시 <고난의 지금을 견딘다>로부터 마지막 시 <나를 울린 영치금>까지 터질 듯 터질 듯 울컥이는 맘 꾹꾹 눌러가며 책을 덮을 즈음, <당신들의 조건 없는 위로와 격려를 생각하며 반드시 살아야겠다고 아니 살아 내고 싶어서 쓴 글입니다>라는 글쓴이의 말에 기어이 눈물, 콧물.
이리 쉽게 책장을 넘기고 책을 덮을 일은 아니다. 가까이 두고 조국, 정경심 두 분과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그들 곁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 소식 들을 때 마다 한 편 한 편 곱씹어 읽어야겠다.
그녀의 시 한 편.
<결국, 사람이다>
죽음의 길을 가지 않은 것은
사람 때문이다
결국 그 길을 가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던
그가 버티고 있었고
나를 그 길로 보내 버릴 수 있었던 아이들이
집요하게 내 죽음의 멱살을 붙잡고 싸워 주었다
자신도 버티기 힘든 각자의 무게 위에 서로의 무게까지
우리는 어깨와 어깨를 맞대어
무게를 떠안고 분산 시켰다
그리고 그곳에 이름 모를 수많은 분들이 어깨를
들이밀고 우리의 어깨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아 주었다
우리를 지탱시킨 것은 우리를 살린 것은
결국,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