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마귀)에 대하여

한국 뉴스들은 한 일주일만 보지 않으면 그 일주일 사이 전혀 딴 이야기들로 바뀌여집니다. 일주일 전 즈음에 세상 뒤바뀔 것 같은 뉴스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른채 늘 새로운 놀랄거리들이 넘쳐나는 것입니다 .

국정원의 해킹, 박근령의 망언, 김무성이 미국에 와서 떤 주접들만 하여도 이게 일주일 사이에 감추어 질만한 뉴스거리들이 아니건만 어느새 숨어 버린 느낌입니다.

박근령 부부의 또라이 짓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접기로 하더라도,  국정원의 해킹 사건과 김무성의 주접질은 한국내 한인들 및 재외 한인 동포들의 미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 해킹 사건을 들여다 보노라면 ”devilangel1004”라는 국정원 요원의 아이디가 눈에 뜨입니다.

국정원의 해명에 따르면 이 아이디는 죽은 임아무개 국정원 직원의 것이라고 하지만, 이 시각 현재까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추적하는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국정원내 해킹관련 업무 종사자 다수가 사용했던 아이디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국정원이라는 집단 아이디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 이름이 아주 독특합니다. “마귀(devil)천사(angel)천사(1004)”라는 이름에 대한 느낌 말입니다. 마귀면 마귀고 천사이지 마귀천사는 뭐며, 천사를 두번 강조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제가 의과적 상식이 전무해서 모를 일이지만 일종의 정신분열적 증상을 엿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기 정체성의 상실이지요. “내가 하는 짓은 마귀 짓일지라도, 나의 진짜 정체는 천사”라는 말도 안되는 자기 정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마귀(devil)니 천사(angel)니 하는 이름들이 자주 나오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성서입니다.

성서의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예수가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에 광야에서 마귀에게 시험을 받는 장면은  아주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마태복음 4장 1-10절에 있는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 때에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광야로 가사(The Holy Spirit led Jesus into the desert, so that the devil could test him.)>

예수가 마귀에게 시험을 받는데 그 일은 성령(The Holy Spirit)이 그렇게 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마가복음 8장 33절에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자신이 이제 곧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게 될 것임을 미리 고지하자 “죽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항변하는 베드로를 향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또한 요한복음 6장 70절에는 예수가 그의 열두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 곧 가롯유다가 자기를 로마에 팔아넘길 것이라는 예고를 하며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내가 너희 열둘을 택하지 아니하였느냐 그러나 너희 중의 한 사람은 마귀니라.>

위에서 든 세가지 예를 다시 살펴보면 마귀와 사탄은 어떤 제삼의 실체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바로 사람이 마귀이고 사탄입니다.

예수를 마귀에게 끌고 갔던 성령이 움직었던 곳은 바로 예수의 마음 속이었습니다. 예수가 베드로를 향해 ‘사탄’이라고 명명한 까닭은 바로 베드로의 생각이었습니다. 가롯유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라는 실체가 바로 마귀였습니다.

적어도 예수 이야기에 나오는 사탄과 마귀의 실체는 사람의 마음이요 생각이라는 말입니다.

성서 이야기를 보면 마귀의 우두머리가 사탄입니다. 사탄의 그리스 어원은 동사인 ‘반대한다’, ‘분열시키다’의 명사형이라고 합니다.

바로 사람과 사람사이, 신과 사람사이를 이간질하고, 분열 시키는 마음, 생각, 또는 사람들의 행태가 사탄이라는 말입니다.

해킹(hacking)이란 남의 것을 몰래 들여다보는 행위요, 도둑질입니다. 이 일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은 불신이요,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르는 일입니다. 바로 사탄 마귀의 일입니다. 그래 devil이라는 이름은 적절한 것인데 뒤에 천사, 천사를 갖다 붙인 것으로 보아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회의는 있었던 듯한 측은함도 묻어납니다.

x9788991799684그런데 김무성에 이르면 악질입니다. 악질 마귀입니다. 바로 사탄입니다.

“진보 좌파의 준동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 “새누리당이 진보 좌파가 준동 못 하도록 노력하겠다”

제 욕심 하나 차리겠다고 사람들을 이간질하여 나라를 절단내고, 국민들을 가르는 말들을 서슴치 않는 것입니다. 그런 김무성이 다음 대통령 선호도 1위라는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사탄 전성시대라는 암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사탄이니 마귀니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직 끝나지 않은 성서 이야기는 ‘사탄 전성시대 같은 갈릴리”로 예수가 먼저 가 있겠다는 약속으로 희망을 준답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16개 일본을 대표하는 주요 역사 관련 학술단체들이 과거 종군위안부에 대한 아베 총리로 대변되는 일본 정부 입장과는 상반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성명은 지난 6일 세계 역사학자 187명이 “역사학자들은 일본군이 여성들의 이송이나 위안소 관리에 관여했음을 증명하는 수많은 자료를 발굴해왔다”는 성명을 낸 데 이어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려는 아베 정부의 시도에 강력한 경고가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또한 한겨레는 이 보도에서 세 곳(일본정부, 서구학자들, 일본 역사단체)의 입장을 도표로 정리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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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입장의 주요 핵심은 “강제성 여부”입니다. 여성들을 본인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끌고가 성노예화 했다는 것이 이번 역사학회 성명의 주 내용입니다. 반면 아베를 위시한 일본정부의 입장은 일부 강제성은 있어지만 국가가 개입했던 사건이 아니라 인신매매라는 (어느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비교대상에는 빠져있지만 일부 한국내 보수우익을 자처하는 인간들 가운데는 “자발적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습니다.

“강제성 여부”와 “자발적 여부”에 대한 생각들을 하다보니 일군의 여성들 이름이 떠오릅니다. 일제 식민통치 말엽에 실로 자발적으로 앞장서서 일제에 아부협력했던 사람들입니다.

모윤숙(시인), 임영신(교육, 정치가, 중앙여자대학(중앙대학교의 전신) 설립자), 박순천(교육, 정치가), 박인덕(교육, 언론인, 인덕대힉교 설립자), 김활란(교육, 언론인, 이화여대 총장), 노천명(시인, 언론인), 이숙종(교육자, 성신여자대학 설립자), 배상명(교육자, 상명대학 설립자)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들이 주축이 되어1942년 1월 5일 친일협력을 위한 단체를 만들었으니 그 이름은 <조선임전보국단 부인대 (朝鮮臨戰保國團 婦人隊)>였습니다.

이 부인대는 바로 전해인 1941년10월 21일에 결성된 조선임전보국단(朝鮮臨戰保國團) 산하 여성단체였습니다.

이 단체의 설립 취지문에 따르면, 반도민중(조선민)은 특별지원병 외에 병역에 복무할 명예를 가지지 못하므로 무한한 황은(일본천황)에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국민운동의 강력한 하나의 기관으로 설립되었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강령을 통해 1.황도정신 선양과 사상의 통일, 2.전시체제의 국민생활 쇄신, 3.국민 모두의 노동보국, 4.국가우선의 원칙하에 저축, 생산, 공출 등에 협력, 5.국방사상의 보급 등을 내세우며 해방직전까지 일제에 자발적 충성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조선임전보국단원) 대부분이 해방후 대한민국의 주인공들이 됩니다. 해방후 부통령까지 지낸 김성수를 비롯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들 본인 및 그의 후손들은 대한민국 각 분야에 이른바 엘리트층을 이루며 대한민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이 됩니다.

또한 자유당이래 오늘날 새누리에 이르기까지, 한국 민주당 이래 오늘날 새정치민주연합의 주도 세력들 역시 이들에서 비롯된 세력들입니다.

조선임전보국단 상임이사였던 김용주(金龍周)의 아들이 새누리당 현대표인 김무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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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임전보국단원들은 해방 직전까지만해도 서슬 퍼렇게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을 외치며 황국신민(皇國臣民)이 되어야만 한다고 목청 높이던 자들입니다. 외세에 의탁해서 그 앞잡이가 되거나 하수인이 되어 민족의 이익을 팔아먹고, 동포들을 먹이 삼아 살찌우고 영달을 누리던 자들이었습니다.

해방 –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오늘.

그 조선임전보국단원가운데 중심인물이었던 김용주(金龍周)의 아들 김무성에게 한마디 던진 노건호를 향해 내뱉는 말들이 정말 가관입니다.

그 가운데 으뜸이 바로 “예의(禮儀)” 운운 아닐까합니다.

구태여 고 노무현대통령을 끌어 들이지 않아도, 일본 역사학회의 성명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