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생 – 1

들어가는 글 1

지난 주 미 연방의회에서 상영된 한국영화가 있습니다. 올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입니다. 제 주변에도 필라에 있는 영화관을 찾아가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는 이들이 제법 있답니다.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이미 영화 줄거리가 워낙 알려져 있는 것이어서 저는 영화관을 찾지는 않았답니다. 워싱톤 영화상영 초대도 받았지만 웬지 앞뒤가 뻔한 행사라는 생각도 있고 제 시간도 바쁘고해서 가보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한 달포전에 집에서 흘끔흘끔 보기는 하였답니다. 아내가 어디서 다운 받았는지 이 영화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보자는 아내의 권유가 있었지만 그 때 제가 급히 처리할 일도 있고 해서 TV와 제 pc사이를 눈이 오가곤 하다가 영화보는 일을 그만 두었답니다.

웬지 옛날 어릴 때 보았던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영화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작정하고 관객들의 눈물을 받아낼 의도로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지요.

아무튼 이 영화는 1.4후퇴라는 한국전쟁에서 시작하여 가난, 서독 광부, 월남 파병 등등 해방후 오늘까지 평범한 사람들이 겪어낸 시대사를 주인공의 삶에 투영하여 그려낸 작품입니다. 물론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관람객 각자의 몫이겠지만 저는 웬지 만화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답니다.

주인공이 저보다 많아야 고작 열살 위 정도라는 설정이 많은 부분 제 직간접 경험과 겹치기도 하기 때문이었을 터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은 1940년대생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당신은 몇 년대 생이신지요?

1950년대생인 제가 젊었던 시절 자주 말하거나 듣던 이야기 가운데 이런 말이 있었답니다. “우리나라에는 불행한 세대들만이 존재한다.”

혹시 아직도 이런 말이 유효한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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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재 생존하고 있는 세대들 가운데 가장 불행한 세대를 꼽자면 단연 1920년대생이 아닐까 합니다.

식민지 백성으로 태어나, 그것이 아주 당연한 일로 생각하며 자랐고, 어느날 문득 해방이라는 놈이 찾아와 내 나라라는 것이 있는 줄 알았고, 이게 좋은 건가하는 생각이 채 들기도 전에 좌익과 우익 어느 편엔가 줄을 서야 살 수 있겠다 싶었더니 전쟁이 터지고, 국군이 되거나 인민군이 되어 숱하게 죽어간 세대가 바로 1920년대생들입니다.

그 때 살아난 사람들이 바로 <국제시장>의 주인공보다 앞서 오늘의 대한민국의 터를 묵묵히 가꾸어 온 세대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분포 현황을 보면 이 세대에 속한 사람들의 수는 약 백만 명 정도를 추산됩니다. 전체 인구수의 약 2%에 못 미치는 숫자입니다. 그래도 살아있는 이 세대들이 장수시대의 선두 그룹이가도 합니다.

바로 그 가운데 한분이 제 아버님이십니다.

1926년생이신 제 아버님은 아직 타고난 당신의 치아를 사용해 식사를 하시고, 돋보기 없이 글을 읽고 쓰시며, 건반 악기를 두드리시며 여가를 즐기십니다.

제가 제 블로그에 “아버지의 90년”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여는 까닭입니다.

호구(虎口)에 걸린 국제시장

capture-20150527-205122-vert어제 워싱톤에 있는 Woodrow Wilson Center에서 보낸 이메일이랍니다. 한국영화 국제시장을 미 연방의회에서 특별 상영하니 초대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날 연사로 나선 네 사람들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와 영화 국제시장 윤제균감독을 빼고 두 미연방하원을 찾아보았답니다. 한국에 대한 정책 또는 한반도에 대한 그들의 시각을 알아보고자 한 것이지요.

우선 뉴욕출신 민주당 소속의원인  Charles B. Rangel은 현역의원들 가운데 두번 째로 최장수 의원인 아프리칸 아메리컨(흑인)입니다. 그는 오랜 의정활동 대부분을 아프리칸 어메리컨(흑인)들과 세금문제에 주된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물론 국제관계에도 의견을 표명하곤 하였지만 한국문제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보인 적은 없는 듯 합니다.

다만 1930년생(올해 85세)인 그는 1948에서 1952년 사이 미군에 복무하면서 한국전쟁에 참전을 했습니다. 특히 영화 국제시장의 초반 무대가 되었던 1.4 후퇴시 중공군과의 접전으로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가 이번 행사에 초대된 연유를 알 수 있겠습니다.

또 다른 연사인 미하원 외교위원회 의장인  Ed Royce는 2013년 북한 제재법안을 주도한 사람 가운데 하나로 북한문제 뿐만 아니라 중동문제에 있어서 강경파에 속하는 공화당 소속 의원입니다.

자! 이쯤 좀 감이 잡힙니다. 영화 국제시장이 미 연방의회에서 특별 상영되는 까닭 말입니다.

6.15 남북 공동성명 15주년 되는 날인 오는 6월 15일 대한민국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벌이는 행사라는 것입니다. 비단 이 행사 뿐만 아니라 미국 상하의회 그리고  한반도와 연관된 각종 이익단체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띄우고 있답니다.

그런데 가만히 그녀의 이번 방미 과정을 곱씹어 봅니다.

왜 하필 6월 15일일까 하는 것입니다. 이 상징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6.15 남북 공동성명은 남북이 공히 한반도의 주인공으로서 한반도의 미래를 열자는 아주 큰 첫걸음이었습니다.

이번 박근혜의 미국방문은 바로 이 6.15 공동성명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기반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박근혜의 이번 방미길의 원인이 된 것은 바로 새롭게 강화된 미일 군사동맹이기 때문입나다.

미일 양국은 지난 달 아베 방미 기간중에 일제시대 있었던 종군위안부를 인신매매라는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지난 역사를 잊자고 세상을 향해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 바탕에서 대북공조와 동북아 국가간 협력방안과 한미간 파트너쉽 확대를 이야기하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아주 솔직 간단히 요약해 봅니다.

“첫째 지난 일은 잊고, 둘째 미일의 우산 속에 들어와, 세째 미국산 무기구입에 돈 좀 쓰고, 네째 일본애들 말좀 듣고…”

올해 85살의 Charles B. Rangel가 스피커로 나선다는 국제시장 상영행사 이메일을 보면서 든 제 생각이랍니다.

“쯔쯔, 호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