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갓 태어난 아이부터 마지막 숨을 내쉬는 이들에 이르기 까지 모든 삶엔 뜻이 있다. 하여 모든 삶은 소중하고 귀하다.

팥죽을 끓여보긴 처음이다. 어머니는 팥밥, 팥떡, 팥죽까지 팥을 참 좋아신다. 내친 김에 좋아 하시는 비린 생선도 굽고 우족과 사골을 푹 고았다. 어머니 덕에 아버지와 장인까지 우족탕과 비린 생선과 팥죽 상을 받으셨다.

어머니 계신 병원에 가면 환자들이 정상이고, 아버지 계신 노인 아파트엔 온통 노인들 뿐이고, 장인 누워 계신 노인 요양원에 가면 기력 쇠한 노인들 세상이다.

모든 삶엔 뜻이 있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 온 것이지만 이즈음에 들어 그 생각을 많이 곱씹는다.

제 삶에 뜻 있음을 알아야 가족과 이웃들 삶에 뜻을 새길 수 있다. 삶에 공감을 이루는 일이다.

아버지를 잠시 뵙고 나오는 길에 노인 아파트에 먼저 온 봄을 만나다. 바람은 아직 찬데 어느새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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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을 맞아 분주한 내 참 좋은 벗들이 전하는 소식에 좋은 세상을 그리며, 그저 생각 뿐인 나는 또 부끄럽고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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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에

한 주간 한반도에 얽힌 뉴스들이 넘쳐났고,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어떤 정보를 소비하느냐에 따라, 또는 이미 굳어진 생각들에 따라 서로 다른 견해들을 나타냅니다. 때론 그 다름의 간격이 너무 멀고 깊어 공존, 공감의 영역에서 만나는 일이란 결코 일어나지 못할 듯 합니다.

그 간격이란 한반도 안에 사는 이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 땅 미국안에서도 매양 일어나는 일입니다.

일요일 아침에 이런 저런 생각으로 이 땅에서 함께 사는 이웃들에게 보내 본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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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 하나 있답니다. ‘최근에’, ‘재미있게’ 라고 했지만 사실은 책을 다 읽기 까지는 거의 반년이 걸렸답니다. 어려운 글은 아니었지만 1200 페이지에 달하는 두께 때문에 틈나는대로 조금씩 읽다보니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것이랍니다.

심리학자인 Steven Pinker가 쓴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Why Violence Has Declined>이라는 책입니다. 책 제목에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이미 다 들어가 있답니다. 한국어로도 똑같은 뜻인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고 번역되었답니다.

이 책에서 Steven Pinker는 우리가 흔히 듣는 말들인 ‘역사상 가장 끔찍한 오늘’, ‘날로 증가하는 폭력’이라는 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기원전 8000년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인류 역사에서 일어났던 폭력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덜 잔인하고 덜 폭력적이며 더 평화로운 시대라고 주장을 한답니다.

그의 말입니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많은 종류의 폭력이 줄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그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폭력의 감소는 사회, 문화, 물질 조건들의 결과이다. 이 조건들이 지속된다면 폭력이 계속 낮게 유지되거나 심지어 더 줄 것이고, 조건들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폭력을 줄이는 우선적인 조건들로 그가 내세운 것이 바로 우리들의 본성에 있는 선한 천사들인데 그 본성이 점점 확대되어 간다고 합니다.

Steven Pinker는 우리들 마음 속에 선한 본성들을 감정이입, 협력, 자기 통제라고 말합니다.

저는 그 가운데 감정이입 Empathy라는 말에 특별히 관심을 가졌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Empathy 라는 말을 쓴 게 고작 100년 밖에 안되었다는 말에 많이 놀랐답니다.  Steven Pinker에 따르면 심리학자 Edward Titchener라는 이가 1909년 처음 쓴 말이라고 합니다.

감정이입이란 공감 곧 함께 느끼고, 공명 곧 함께 우는 것입니다. 같은 톤으로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지요.

Memorial Day weekend입니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가 느꼈던 것을 함께 느끼는 일이요, 그가 울고 웃었던 일에 함께 하는 것이며, 그와 같은 톤으로 같은 소리를 내어보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도 시작되지요.

함께 하는 가족에서 시작하여 가까운 이웃들과 벗들과 공감하고 공명하는 풍요롭고 평화로운 여름이 되시길 빕니다.

당신의 세탁소에서


 

There is a book which I really enjoyed reading recently. Though I said “enjoy reading” and “recently,” in fact, it took almost six months for me to finish it. That was not because it was so difficult to understand, rather because it was so thick, about 1,200 pages. As I read some of it whenever I had time, I held it for such a long time.

It is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Why Violence Has Declined” written by a psychologist, Steven Pinker. The title itself implies what I’d like tell you. Its Korean translation has the title,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which is the literal translation of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In this book, Steven Pinker argues that words such as “historically the most horrible present” and “ever increasing violence,” which we hear very frequently, are not true. Having examined the history of violence from 8,000 BC to the present, he argues that the present is an era more peaceful, less horrible, and less violent than any other time in human history.

He contends:

<It is that substantial reductions in violence have taken place, and it is important to understand them. Declines in violence are caused by political, economic, and ideological conditions that take hold in particular cultures at particular times. If the conditions reverse, violence could go right back up.>

The primary conditions which he contends will reduce violence are none other than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which are expanding increasingly, according to him.

Steven Pinker argues that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are empathy, cooperation, and self-control.

Among them, empathy is of particular interest to me. By the way, I was surprised by the fact that the usage of the word, empathy, began just about 100 years ago. According to Pinker, the psychologist Edward Titchener used the word first in 1909.

Empathy means the ability to understand and share the feelings of another. In other words, it means to feel together, to cry together and to speak in the same tone.

It is Memorial Day weekend. What to remember someone means may be to feel what the person has felt, to be together with him/her at his/her laughter and weeping, and to have the same voice in the same tone, I think.

Now summer is starting to set in.

I wish that you will have a fruitful and peaceful summer in which you feel and cry together with your family, friends, and neighbors.

From your clea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