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빠르다. 어느새 뜰엔 여름이 찾아왔다.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멈추어 있는 듯한 시간 속에 앉아 있건만, 빠르게 흘러간 세월들과 더 다급하게 다가오는 듯한 내일을 생각 하노라면 사람살이 한 순간이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렇다 하여도 그 한 순간에 담겨진 이야기는 셀 수 없을 터이고, 제 아무리 빠르다 하여도 내 생각 하나로 맘껏 되돌리거나 느리게 반추하거나 예견할 수 있는게 시간일 터이니, 살아 있는 한 시간은 그저 축복일 뿐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멈춰 세워진 듯한 고통의 순간들이 있게 마련일 터이지만…
지난 주에 정말 오랜만에 사흘 여정의 짧은 여행을 즐겼다. 참 좋은 벗 내외와 우리 부부가 모처럼 좋은 시간을 누렸다. 시간이나 계획에 쫓기지 않으며 그저 주어진 시간을 맘껏 즐겼다.
토론토에 대한 이십 수 년 전의 기억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이번 여행으로 그 기억들을 말끔히 지워버렸다.
사흘 동안 우리 일행은 토론토 시내를 맘껏 걸으며 도시의 아름다움과 맛과 멋을 즐겼다. 나이아가라 저녁 풍경을 즐긴 일은 그저 덤이었다. 그 덤의 풍성함도 만만치 않았다. 나이아가라는 이미 여러 차례 가본 곳이지만, 부모, 처부모 아님 아이들을 위해 또는 방문한 친지들을 위해 길라잡이 역할이었는데, 이번엔 그저 우리 부부 발길 닿는 대로 였으므로.
그렇게 걷다 한나절을 보낸 곳, 온타리오 자연사 박물관(Royal Ontario Museum)이었다. 백만 불 짜리 동전, 거대한 다이아몬드나 각종 금붙이 등에 혹하지 않는 아내들에게 감사하는 벗과 내가 맘껏 즐길 수 있던 곳이었다.
박물관 이층은 지구상 생물들의 기원과 생성 발달의 단계 그리고 오늘날 위기에 처한 현실 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곳에서 내 기억에 담아 온 두 가지. 지구 상에 생존 하는 생명체들의 존재들 중 과학자들이 이제껏 확인해 낸 생명체 수들은 고작 10% 내외라는 사실과 그나마 그 생명체들이 급속히 소멸해 가는 이유들 중 하나는 늘어나는 인간들의 개체 수 때문이라는 것.
내가 잠시 고개 끄덕이며 겸허해 진 까닭이었는데, 아직은 신이 인간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일깨웠기 때문이었다.
늦은 저녁 잠시 뜰에 앉아 있는 짧은 시간과, 사흘 여행의 추억과 칠십 여년 지난 세월들과 수만 년 사람살이 이어 온 시간들은 모두 하나같이 빠를 뿐.
하여 오늘 지금 이 순간은 그저 겸허해야. 시간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