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이젠 푸근한 겨울이 좋다.’고 내심 겨울답지 않은 겨울에 감사하며 지냈더니, ‘요놈아! 내가 어디 네 놈만 아는 줄 아느냐!’며 겨울다운 겨울이 매섭게 다가온 어제 오늘이었다.

한 4인치(10센티) 정도 내린 눈이야 그렇다 쳐도 갑자기 9도(섭씨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매서운 추위에 몸이 한껏 움추러 들었다. 모레는 눈이 4인치 정도 또 내린단다.

‘눈 치우는 일이야 운동 삼아…’하며 한 해 두 해 미루며 살았는데, 추위에 눈 치우는 일도 이젠 좀 되다.

한 서너 해 전 겨울이었나 보다. 눈을 치우는데 앞 집 사는 사십 대  Nathan이 성큼 성큼 내게 다가오더니만 ‘제가 도와 드릴게요.’하며 빠르게 눈을 치워 주었다. 내가 ‘고맙다’ 했더니 그가 맞받은 말, ‘에이고, 뭘요! 아들처럼 생각하세요.’

난 그때 속으로 깜작 놀랐었다.  그 전 해인가 앞집으로 이사 온 Nathan이 젊다는 것은 알았지만, 미국애들 특유의 겉늙은 모습 탓이었지는 나는 그를 친구처럼 생각했었는데, 그는 나를 아버지 뻘로 대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가급적 그와 같은 시간대에 눈을 치우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은근히 녀석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는….

이젠 우리 두 내외에게 적당한 작은 아파트로 이사할 때나 되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손녀딸이 걷기 시작하면 함꼐 놀아야 하는데… 아직은…

아이고, 이 촐랑거림이라니. 아직은 매섭게 춥고 눈 내리는 겨울 견딜만한 가 보다.

사람 그리고 사랑에

  1. 멀리 캘리포니아 사돈께서 잘 키워 거두신 대추 한 상자를 보내주셨다. 호두알 만큼 큼직한 대추가 마치 설탕처럼 달았다.  누이들에게 크게 한 움큼씩 나누어 주고, 대추를 이용한 음식에 대해 알아본다.

성탄절에 찾아 오겠다는 아들, 사위, 딸, 며느리들을 생각하며 대추       넉넉히 들어간 갈비찜과 약식을 해 보아야겠다. 우리 내외를 위해         대추고를 좀 만들어 놓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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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내 생일을 맞아 아내의 사촌동생이 자신이 부른 노래를 보내왔다.  내가 그를 본지도 족히 사십년은 되었을 터. 그가 부른 ‘겨울아이’와 ‘Holiday’다.  ‘Holiday’는 아내가 어렸을 적 흥얼거렸던 게 기억나 불러 보았단다. 그도 이젠 환갑나이란다.

 

3. 어제 필라델피아 아주 낮은 곳에서 목회 하시는 이태후목사님께서 준비하신 지역사회 성탄잔치에 내가 참 좋아라 하는 필라세사모 친구들이 선물상자를 마련해 함께 했단다.

내  아들  며느리가  짝을  맺은 지가 어느새 육 년 전 일이 되었다. 당시 나는 아이들 결혼에 극심하게 반대 했었다. 그런 내게 아이들이 제안을 해 왔다. ‘우리 목사님을 한 번만 만나 주시라.’고. 나는 단칼에 아이들의 제안을 거절 했었다. “이 눔들아! 이건 목사가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야! 이건 내가 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야!”라고.

그렇게 시간은 내 부끄러움을 깨닫게 해 주었고, 이젠 까만 얼굴의 며느리가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운지 말해야만 할 지경이다. 그 때 아이들이 나를 만나게 하려고 했던 목사가 바로 이태후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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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추상자와 함께 보내 온 캘리포니아 사돈의 카드인사.  “우리 서로 멀리 있어도,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사람 그리고 사랑에.

  • 올겨울엔 불을 많이지 펴야겠다.  두루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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