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대로 가려고 합니다.
정말 좋은 가을 오후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작은 사업체를 접고 은퇴 수순을 접는듯하던 벗이 땅을 일구기 시작한 것은 올 봄이었답니다.
그리고 오늘 그의 초대를 받았답니다.
그가 일구어 낸 농장에서 정말 찐하고 멋진 쐬주 한잔 붓고 마셨답니다.
가을, 맑은 하늘, 고추, 무우, 배추, 호밀 밭…
갓 따온 상추, 고추에 돼지 바베큐. 그리고 쐬주 한 잔!
정말 간만에 “Wolly Bully”에 맞추어 몸을 뒤튼 벗들의 모습이 아니어도 그저 좋은 가을 오후였답니다.
그 흥에 취해 있다가 상추 비닐 농장으로 들어가는 벗을 따랐답니다.
가을잠바로는 서늘한 기운이 도는 오후였는데 비닐농장의 거적을 벗기자 훅 다가온 열기를 맞으며 든 생각 하나랍니다.
오늘 쐬주 한잔은 환갑 나이에 허리 아픈 줄 모르고 한해 내내 땅을 일군 벗의 땀이라는 생각이었답니다.
제가 정말 멋진 가을 오후를 즐긴 까닭이랍니다.
돌아와, 제 차 트렁크에 가득 실린 무우를 보며 벗의 한 해를 몽땅 뺏어온 미안함으로 여간해서는 먹지 않는 생무우를 한 입 베어 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