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異邦人)

때론 뉴스들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와 믿기 어려울 때가 많다. 종종 내 이해의 한계를 벗어난 한국 뉴스를 접할 때면 이방인이 되어버린 내 처지를 돌아보곤 한다. 가까이는 오십 여년 전 기억이다. 내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부터 스물 무렵까지 한남동, 보광동, 이태원동은 외가 식구들이 살던 곳이었다. 혼인 후 한남동 본가를 떠난 이모와 외삼촌은 이웃 보광동, 이태원에 새 살림을 차렸었다. 모두 어머니 손잡고 드나들었고, 조금씩 머리 굵어 가며 사촌들과 뒷골목 누비던 곳이었다.

이즈음 한국 뉴스를 통해 자주 듣는 용산의 어제와 오늘 사이에서 완전히 낯선 이방인이 된 내 모습을 보곤 했다만,  오늘 이태원 참사 뉴스는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먼 나라 소식으로 다가와 정말 낯설었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왜 이리 아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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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가을 하루였다. 아직 철이 덜 들어 하루를 헤아려 살기엔 이른 나이라는 생각으로 산다만, 계절은 세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즈음 가을을 음미하며 산다.

텃밭 가을걷이를 하다가 허리 펴니 눈길 닿는 곳마다 그저 감사가 이어졌다.

그 넉넉함으로 하루 해를 보내고 맞닥뜨린 이태원 참사 뉴스였다.

사정이 어찌되었건 목숨을 잃은 대다수가 젊은이들이었 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다.

비록 이방인이 되어 산다만, 바라기는 거기나 여기나 편했으면 좋겠다. 두루 제 정신들 차리고.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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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日常)에

전화벨이 울린다. 낯선 전화번호가 뜬다. 망설이다 받아 본다. 대뜸 들리는 소리 “저예요, 오랜만이죠!.” 내 응답, “누구신지?”. 큰 웃음소리와 함께 들여오는 소리, “아이~ 제 목소리도 기억 못해요?”

끝내 그가 이름을 대기까지 나는 스무고개를 넘어야했다. 참으로 내 감이 무뎌졌다.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었는데 그에게 미안했다.

그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지내세요?”. 내 응답, “뭐 그냥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지 뭐.”

오랜만에 만나거나 목소리 듣는 이들이 곧잘 묻는 물음, “이즈음 어떻게 지내느냐?”에 대한 내 응답은 마냥 같다. “똑같지요, 뭐” 아님 “그냥 숨쉬고 살지요.” 둘 중 하나다.

나만 그러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다 엇비슷하게 특별한 일 없이 똑같은, 지나가고 나서야 아쉬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닐까?

바로 일상(日常)이다.

누군가는 그 일상에 대한 도전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하고, 때론 그 몸짓으로 역사를 바꾸는 사람들도 있고.

돌이켜보면 그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던 모습의 연속이었다. 내 지난 시간들은.

이즈음은 틀에 박힌  내 일상이  점점 다르게 다가온다. 그날 내가 누리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으로.

하여 예나 지금이나 똑 같은 내 응답, <“똑같지요, 뭐” 아님 “그냥 숨쉬고 살지요.”> – 그 속내는 예와 지금이 사뭇 다르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초가을 오후, 아내와 함께 정원 길을 걷다.

이른 아침, 다시 첫 서리 하얗게 내린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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