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가족

올해 오월은 매우 습하다. 내일은 온 종일 비 소식이다. 일찍 가게 문을 닫은 토요일 오후에 걷는 공원 길에도 비가 오락가락한다.

어제 가게로 배달된 꽃병으로 아내의 기분은 오늘까지 화창하다. 딸아이가 보낸 꽃병은 아내에게 뿐만 아니라 내 어머니에게도 배달되었단다. 어제 모처럼 손녀 딸로 하여 가벼워지신 어머니의 기분도 오늘까진 이어질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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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내 기분에 취해 토요일 오후 공원길을 걷다.

고등학교 때 세계사를 가르치셨던 선생님 생각이 났다. 그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그의 수업은 젬병이었다. 그 이에 대한 기억은 딱 하나. 아마도 신장 결석이었을 게다. 그렇게 제 몸에서 나온 돌을 사리(舍利)라며 반지로 만들어 끼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자랑했던 선생이었다. 이젠 그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일주일 이상 계속된 통증에도 불구하고 내 속 사리?(舍利)는 나올 생각이 없단다. 소변, X-ray, 초음파 등 검사 결과에 따르면 내 나이에 비해 모든 게 좋단다. 의사는 이번 주말 상태를 보고 ct촬영을 해보잔다. 나는 이쯤 되었다 싶다. 건강한게지 뭐.

어제 딸아이가 고마워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Answering machine 기계음만 들릴 뿐이었다.  이 순간까지 딸아이의 목소리는 못 들었다. 내겐 아주 익숙한 일이다.

길을 걷다가 어렴풋 떠오른 생각하나 있어 집에 돌아와 꺼내 읽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 생각이었다.

“그대가 숲 근처로 다가가거나 혹은 숲을 통과하며 산책을 할 때, 나무들에게서 큰 감명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그루의 나무에 바싹 다가가보면 놀라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숲은 대지의 특이한 엄숙함을 더해 주면서 고풍스러움을 풍긴다.”

가족 역시 Thoreau가 말하는 숲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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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금요일(聖 金曜日) 밤,  다석(多夕) 유영모(柳永模) 선생님의 생각을 꺼내 곱씹다.

‘때’가 이른 것은 ‘때가 왔습니다’할 때가 아니라, ‘이제’의 ‘이’ 소리가 나오는 때입니다. ‘이’라고 할 때도 실상은 과거가 됩니다만,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없는 것이 ‘이제’입니다.

우리는 이 ‘이제’를 타고 가는 목숨입니다.

이제가 이제, 이제, 이제, 자꾸 계속 되어도 났다 죽었다 하는 이 이제가 영원입니다. 이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그런 뜻으로 보면 우리의 모든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입니다. 새로 나오자 마지막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지금, 오늘이 귀하고 아름다움에 감사하다.

나의 ‘이제’ 뿐만 아니라 아내와 부모와 자식과 이웃들… 그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이제’를 누리는 사람들의 지경을 넓혀갈 수만 있다면…

기적처럼 집으로 돌아와 엊그제 생일 케익 앞에 앉으신 어머니와 앞 뜰에 핀 봄이 ‘이제’에 대한 감사를 북돋다.

성 금요일과 부활 아침 사이엔 셀 수 없이 많은 ‘이제’들이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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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나들이

어머니나 장인이나 아직 현실과 꿈 사이를 이따금 오락가락 하시지만 두 분 모두 계셔야 할 곳에 계서 모처럼 마음이 편하다.

어제 한 달 만에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 온 어머니는 ‘얘야, 오이 김치 담궈 줄테니 밥 먹고 가라!’셨다. 아직 밥 두어 술 넘기기도 벅차신 양반이 오이 김치를 잡숫고 싶으셨나 보았다. 엊저녁엔 병원에서 요양시설로 다시 돌아오신 장인 방을 장식할 사진들을 찾아 골랐다.

아침 잠자리에서 뭉개 보기는 참 오랜만이다.

평소 어머니의 바램 대로라면 주일인 오늘 아침, 나는 교회에 나가야 마땅할 일이었다만 필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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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꼬리를 이어 달리는 도시 나들이는 내게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었지만 다 내 맘 하나 편하자고 나선 길이었다.

<세월호 참사 5주기 – 필라델피아 추모/ 기억 공간>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행사에 머리 수 하나라도 채워야 맘이 편할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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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한국 소식들 가운데 내 관심을 끈 것들 중 하나는 도올 김용옥이 나서 이끄는 일련의 한국현대사 해석이다. 딱히 김용옥선생이 새롭게 꺼낸 목소리는 아니다. 김용옥선생의 목소리로 하여 조금은 더 넓게 ‘그 때 그 시절의 진실’들이 퍼져 나갈 수 있는 오늘은 ‘그 시절을 그저 기억하고 살아 온’ 이들 때문에 맞이하게 된 것 일게다.  그 생각에 이르러 편해진 마음이다.

어머니는 오락가락 하시는 자신의 모습이 아직은 많이 낯 선 모양이다. 나는 ‘엄마, 다 좋아, 괜찮아, 이젠 넘어지지만 않으면 돼!’를 반복한다.

집에서 낮잠은 정말 오랜만이다. 내 방 창 밖에도 어느새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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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내가 사는 오늘이 늘 봄이 아닐까? 감히 역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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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편지

모처럼 느긋한 주일 아침이다. 내 맘을 아는지 시간조차 느리게 흐른다.  간만에 넉넉한 마음으로 가게 손님들에게 편지를 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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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달 여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  모처럼 아주 느긋하게 여유 있는 일요일 아침을 맞는답니다.

Long term care 시설에 계시는 장인이 병원 응급 환자로 옮기셨다 딱 일주일 만인 엊그제 상태가 좋아져 다시 시설로 돌아 오셨답니다. 어제는 딱 석 주 동안 병원에 입원하셨던 어머니가 일주일 간 의 재활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오셨답니다.

게다가 아시다시피 가게 이전과 마무리를 하느랴고 한 달여 매우 바빳었답니다.

이제 두 노인들도 제 자리를 찾았고, 가게 이전으로 어수선했던 제 일상도 이젠 거의 제자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맞는 일요일 아침에 누리는 여유에 정말 감사한답니다.

한 열흘 전 아침, 어머니 병실에서 밤을 지내고 가게 문을 열 때, 문득 눈에 들어 온 하늘을 보며 떠오른 생각들이 있답니다. 삶의 아름다움과 일상에 대해 늘 감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답니다.

누구나 살며 아프기도 하고 또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마련입니다. 저는 물론이거니와 가족들과 이웃들 모두 겪는 일입니다. 그 모든 삶의 과정들을 아름답다고 새기고 곱씹어 보는 것은 바로 제 자신이라는 생각을 아침 하늘이 제게 가르쳐 주었답니다.

또 다른 생각 하나는 매일 똑같은 생활, 때론 지겹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그 똑같은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생각해 본 것이랍니다.

그날 아침 하늘 풍경에 감사하답니다.

온 천지가 봄입니다.

좋은 계절, 아름답고 감사가 넘쳐나는 하루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당신의 세탁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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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le I was busy and nervous for about a month, today I’m leisurely greeting Sunday morning with ease.

My father-in-law, who had been staying at a long-term care facility, was taken to the emergency center, was recovered in a week and moved back to the facility the other day. Yesterday, my mother, who had been hospitalized for three weeks, moved back home after a week-long rehab treatment.

Furthermore, I was busy completing moving the store, as you might know.

Now, my mother and my father-in-law are recovered and my everyday life, which was disordered, has almost fallen into place. So, I’m really grateful for the relaxed feeling which I’m enjoying in this Sunday morning.

About ten days ago, when I opened the store and looked at the sky after I had spent the previous night in my mother’s hospital room, a couple of thoughts came across my mind. It was that I should always be grateful for the beauty of life and everyday life.

We all get sick in life and have to face death someday. We also must look at our loved ones’ situations of those kinds. What the morning sky taught me was that it would be me who imprints all the courses of life as beautiful and thinks about them over again.

The other thought was that I should realize how grateful I should be for everyday life, though so often I feel that it seems to be a tedious repetition of the same things over and over again every day.

I’m thankful for the sky that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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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around is shouting that it’s spring.

I wish that you’ll have over-flowing gratitude every day in this pleasant and beautiful season.

From your clea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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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가  만 석 주 만에 의자에 앉으셨다. 어제 밤만 하여도 촛점 없던 눈 빛이 또렷해 지셨다.

나도 어느덧 여러 날 밤 이어진 병원 쪽 잠이 버거운 나이가 되었다.

병원에서 밤을 보내고 난 이른 아침,  가게 문을 열며 바라본 하늘이 내게 준 가르침이다.

하루 하루가 똑같은 지루한 일상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

하여,  오늘에 대해 감사와 일상을 잃어 버렸거나 빼앗긴 이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조금은 부끄러운 넉넉함에 대한 감사까지…

아침 하늘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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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 19

팥죽

갓 태어난 아이부터 마지막 숨을 내쉬는 이들에 이르기 까지 모든 삶엔 뜻이 있다. 하여 모든 삶은 소중하고 귀하다.

팥죽을 끓여보긴 처음이다. 어머니는 팥밥, 팥떡, 팥죽까지 팥을 참 좋아신다. 내친 김에 좋아 하시는 비린 생선도 굽고 우족과 사골을 푹 고았다. 어머니 덕에 아버지와 장인까지 우족탕과 비린 생선과 팥죽 상을 받으셨다.

어머니 계신 병원에 가면 환자들이 정상이고, 아버지 계신 노인 아파트엔 온통 노인들 뿐이고, 장인 누워 계신 노인 요양원에 가면 기력 쇠한 노인들 세상이다.

모든 삶엔 뜻이 있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 온 것이지만 이즈음에 들어 그 생각을 많이 곱씹는다.

제 삶에 뜻 있음을 알아야 가족과 이웃들 삶에 뜻을 새길 수 있다. 삶에 공감을 이루는 일이다.

아버지를 잠시 뵙고 나오는 길에 노인 아파트에 먼저 온 봄을 만나다. 바람은 아직 찬데 어느새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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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을 맞아 분주한 내 참 좋은 벗들이 전하는 소식에 좋은 세상을 그리며, 그저 생각 뿐인 나는 또 부끄럽고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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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봄

기다리는 모든 것들은 더디 온다. 올 봄도 예외가 아니다. 일력은 3월 24일인데 간밤은 여전히 춥고 길었다.

만 열흘 만에 어머니는 정신이 드셨고 미음 몇 술 넘기셨다. 응급실로 실려 가시고 처음 며칠, 어머니와 헤어질 때가 되었나 싶었다. 의사는 마지막 의료 처방에 대한 가족들의 의견을 구했고, 누나는 그 몫을 내게 맡기려 했다. 나는 그 몫은 아들이 아니라 첫째인 누나 것이라고 양보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머니는 집에 가야만 한다고 우기셨다. 아버지 진지 차려 드려야 한다며… 오늘은 집에 못 가신다는 내게 어머니는 신신 당부하셨다. ‘아버지 절대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라! 넘어지시면 큰 일 나신다!’ 아버지가 혼자 바깥 출입을 하신 것은 아주 오래 전 일이다.

갑자기 겨우내 밀린 피로들이 몰려 왔다. 간밤을 병실에서 보낸 탓만이 아니었다. 덕지덕지 마른 피멍들로 무거워진 입술을 달싹이며  아버지 걱정을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안겨주는 피로였다.

30년 생업을 이어 온 자리, 마지막 정리는 내 손으로 하고 싶었다. 가게 자리를 옮기면서 마지막 빗자루질은 내가 하겠다고 맘 먹었었다. 하지만 나는 손을 빌렸다.

때때로 삶은 내 뜻과 다른 곳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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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내 일상의 출퇴근 길 72번 도로는 한가했다. 절로 감기는 눈을 치켜 뜨며 아버지에게 향하다가 생각없이 공원 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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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더디게 오는 봄을 만나다.

어쩜 모든 기다림은 이미 내 발끝에 닿아 있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참 이상한 일 하나.

이미 홀로 되신 장인이나 어머니 누워 계신 며칠 동안 홀로서기가 낯 선 내 아버지가 왠지 뒷전이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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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버진데….

무릇 봄은 땅에서 기다림은 맘에서 비롯되나 보다.

아무렴 어머니다.

다시 봄이다.

경칩에

일을 마치고 돌아 오는 길,  동네 약국 체인점에 있는 사진 현상소에 들렸다. 재미 삼아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일여 년 만에 어제 밤 처음 사진 현상 주문을 해 보았다.

내일부터 나흘 동안 가게 문을 닫고 새 장소로 이전을 한다. 내가 해야 할 이전 준비들은 거의 끝났고, 장비와 기계 등 큰 이사짐들은 일이 맡겨진 이들의 몫이다.

나는 손님들을 맞는 카운터 공간을 꾸밀 생각으로 사진 현상을 맡겼던 터이다. 내가 찍은 사진 몇 장들과 내가 좋아하는 시 몇 편들을 새긴 판넬로 한 쪽 벽을 장식할 요량이다.

현상되어 나무판에 새겨진 사진들을 찾아와 한참을 들여다 보다 툭 튀어나온 혼잣말, ‘오호 제법인데!’

사진들과 함께 벽을 장식할 시편들을 새긴 판넬들을 찾아 든다. 영역한 이해인님의 시편들과 Thoreau의 생각들, 그리고 내가 참 좋아하는 Shel Silverstein의 관점 (Point Of View)이다.

추수감사절 만찬은 슬프고 고맙지 않다/ 성탄절 만찬은 어둡고 슬프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칠면조의 관점으로 만찬 식탁을 바라본다면.

나는 이즈음 한국(한반도) 뉴스 또는 한국(한반도)에 대한 뉴스들을 보며 Shel Silverstein의 관점 (Point Of View)을 떠올리곤 한다.

개인 사이의 관계, 집단과 집단과의 관계 나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 또는 나라와 개인 집단과 개인, 나라와 집단 등등 모든 관계들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Shel Silverstein의 관점은 신(神)의 관점이다.

바로 약자(弱者)의 관점에서 공감하는 능력이 최적화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바로 천국이다.

역사란 사람들이 천천히 정말 천천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그 곳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 아닐까?

내 욕심으로 살다 문득 문득 현상된 사진처럼 툭 정신을 차리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몹시 추운 경칩(驚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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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瑞雪

얼음비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졸다가 깨다. 책상 앞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다 싶었는데 그새 생각이 아니라 잠에 빠졌던 모양이다.

일기예보는 언제나 좀 호들갑이다. 4에서 7인치 정도의 눈과 얼음비가 내린다고 아침부터 요란을 떨었다.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일기예보에 지친 하루였다.

일기예보는 변덕스런 날씨나 사람들 마음에 비해 비교적 정확한 쪽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예보대로 비가 오다가 눈이 내리고 얼음비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다시 눈이 내리는 밤이다.

가게 이전을 한 주 앞두고 가족들과 손님들을 초대해 조촐한 잔치를 벌였다. 눈길에 함께 한 가족들과 오랜 친구가 된 내 가게 손님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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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지 못한 딸아이 대신 잔치 사회를 맡은 며늘아이를 넋 놓고 바라보는 아들녀석 만큼 나 또한 아이가 대견스럽다. 눈길에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내게 며늘아이가 물었다. ‘아버님, 저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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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그 자리는 아버지 어머니를 위한 자리였다. 그 자리가 한번 있어야 맘이 편한 분들이었기에 장로인 매제의 기도와 함께 형제들이 함께 했다. 모두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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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길을 마다 않고 함께 한 내 손님이자 이젠 모두 머리에 허연 눈들을 이고 사는 인생의 길동무들이 참 고맙다. 이런 길동무들을 이어주는 이는 언제나 내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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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미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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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내외가 집에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부모님에게 감사 전화를 드린 후 밀려든 잠에 그렇게 잠시 빠졌었던 모양이다.

아버님은 서설瑞雪이라고 하셨다.

무릇 세상 일이란 받아 느끼는 사람의 몫일 터이니.

하여 서설瑞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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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떼

아직 차가운 영하의 날씨. 일기예보는 또 한차례 눈 소식. 가게 문 여는 아침, 이미 봄 내음 맡은 새떼들은 북향. 때론 아주 뻔한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능력이 새들 보다도 못하다. –  2/ 1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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