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살다가 일년에 한 두차례라도 애국가와 미국가를 부를 수 있음은 모두 한인회 덕이다. 목청 높여 온 힘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사를 읊조리며 따라 부를지언정 그런 때이면 한인회에 고마움을 느낀다.
삼십 년 저쪽 세월을 돌이켜보니 손에 잡힐 듯 한건만 강 건너 아스라히 저 편에 있다. 그 때만 하여도 한인회는 없었고, 다운타운에서 장사하는 한인들 중심으로 실업인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한인들을 조직해 나가는 때였다. 몇 해 후 각종 직능단체들이 생기고, 그를 터삼아 델라웨어 한인회가 발족하였다.
매해 한인들의 수도 늘어갔거니와 아직 인터넷 등이 출현하기 전이라 이민사회의 각종 정보 유통이 원활하지 않던 때여서 한인회 행사에는 제법 많은 한인들이 모이곤 하였다.
그 중 5월 메모리얼데이 한인 축제와 설날 전후로 열리는 새해맞이 잔치에는 삼 백여명이 넘는 한인들이 모여 함께하곤 했다. 매 행사마다 빠지지 않고 초대하는 단골손님들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이다.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점점 나이 들어 사라져 가면서 줄어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행사에 참석하는 한인들의 수는 줄어갔다. 까닭을 찾자면 여러가지가 있겠다. 미국으로 오는 이민자들의 수가 이젠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는 사실에서부터 스마트폰 안에 차고 넘치는 정보들이 사람들이 마주할 기회를 앗아갔다는데에 이르기까지….
그럼에도 한인회를 붙들고 이어가고자 씨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꿈은 결코 큰 것이 아니다. 다만 ‘나’와 ‘우리’를 잊지 않고자 함이다.
오늘 저녁 그네들이 마련한 설날맞이 잔치에 가서 애국가와 미국가를 부르고 왔다. 아직은 정정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함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인들의 권익신장과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이웃에게 알리고자 애쓰는 델라웨어 한인회 김광실회장을 비롯한 임원들 모두에게 속깊은 박수를 보낸다.
“악마(devil) 둘을 놓고 누굴 고르겠니? 차라리 포기할래.”, “글쎄, 여기야 민주당 텃밭이니까… 그래도 좀 이상한 느낌은 있어.” “군사학교(Military Academy) 다닌 놈이 막상 전쟁(베트남 전쟁) 터지니까 군대도 기피한 놈을.”– 어제 가게 손님들에게서 들었던 말들이다. 조금 일찍 가게 일을 마치고 투표를 한 뒤, 개표뉴스를 보다가 일찍 자리에 들었었다.
그리고 오늘, 가게 손님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이다.
“드디어 백인 남자 대통령이야!”, “오늘 기분 어때? 그저 그렇다구? 넌 클린턴이었던 모양이구나?”
어제, 오늘 내게 그런 말들을 던진 이들은 모두 백인 남성들이었다.
백가쟁명으로 선거 결과에 대해 넘쳐나는 뉴스들을 훑으며 든 생각 하나. 선거 결과는 이 땅에서 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어내야만 하는 알 수 없는 미래라는 것을.
4년이라는 긴 세월을 트럼프에게 대권을 쥐어준 미국에서 이제 나는 어제처럼 이 땅의 시민으로 별 걱정없이 살 것이다. 뭐, 살만큼 살았으므로.
그러나 이 땅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내 새끼들을 위한 염려가 이어지는 것을 어찌하리.
호들갑들을 떨지만 사실 따지고보자면, 역대 미국 최고 권력자들과 권력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추어보면 트럼프는 그저 보통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염려하는 것은 시민이 아닌 우민(愚民)들이 외치는 USA 소리에 묻힐 듯한 천부(天賦)의 사람 모습.
그래도 한가지 남은 기대라면 분칠 좋아하는 이 사회의 습관이 최소한의 염치는 지닐 것이라는.
제가 사는 동네에서 투표로 선택하는 자리는 대통령 뿐만이 아니라 많습니다. 연방정부로는 대통령, 부통령과 연방 하원의원이 있고, 주정부 자리로는 주지사와 부지사 그리고 주하원의원과 주 Insurance Commissioner가 있습니다. 그리고 구청장(County Executive) 및 구의원들을 선택해야 합니다.
제가 미국 선거를 처음 본 것은 1988년부터이고, 선거에 참여한 것은 2000년부터입니다. 1988년 선거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듀카키스(Michael Stanley Dukakis)가 부시1세(George Herbert Walker Bush)에게 만방으로 깨진 선거였습니다. 그 때 선거도 이번 선거만큼이나 인종으로는 백인, 종교로는 기독교 근본주의, 지역으로는 남부가 기세를 떨쳤었습니다.
2000년 선거는 생각할수록 아쉬웠던 고어(Albert Arnold “Al” Gore, Jr.)의 패배가 있었지요. 부시 2세(George Walker Bush)의 당선은 미국사회를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부시 부자가 미국역사를 일정부분 바꾸었다고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겝니다. 아무튼 이 때는 제가 처음 참여했던 선거이기도하고, 당시만 하여도 사회활동을 조금 할때인지라 고어 선거운동도 했었지요. 아시안 아메리칸을 상대로 한 라디오, TV 선전광고에 함께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 그만큼 아쉬움이 컷었지요.
그리고 올해 선거는 참 특이한 점들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답니다. 선거 때마다 너나없이 붙이고 다니는 차량 스티커를 일체 볼수 없다는 점입니다. 힐러리나 트럼프 어느 쪽을 막론하고 지지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차를 거의 볼 수 없답니다. 이게 제가 사는 곳에만 국한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신기한 현상이랍니다.
이 현상을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유권자들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선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정책은 사라지고 민주, 공화 양당 대통령후보의 사생활만이 회자된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민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사회는 이번 선거결과로 많은 어려움들을 겪어 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 감내는 모두 유권자들의 몫이겠지요.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James Gilligan) 은 그의 책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Why Some Politicians Are More Dangerous Than Others >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사실 선거 운동의 틀을 두 후보의 순전히 개인적인 대결로 몰아가려는 목적 중 하나는 두 당의 실제 정책 차이가 무엇인지에 유권자가 주목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데 있다. 그래야 개인적으로 어떤 일을 성취했고 어떤 추문과 결부되었는지를 놓고 개인들에게 논쟁이 집중되고, 두 정당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두 정당이 정치와 경제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에는 집중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단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선거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 모든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깨어 있어야 하는 까닭일겝니다.
내 업종 탓인지 더는 듣고 볼 수 없는 소리를 종종 떠올린곤 한다. 어머님이 두드리던 다듬이 소리다. 기억컨대 어머니의 젊은 시절은 노동의 연속이었다. 청석 다듬잇돌을 두드리는 박달나무 두 방망이 소리에 내가 아련하게 잠에 빠져들던 그 순간도 어머니에겐 노동이었다. 직업상 매일 돌아가는 세탁기를 보며 때로 떠올려보는 어머니의 다듬이 소리인데, 솔직히 어머니의 노동보다는 내가 즐겼던 아련한 잠이 먼저 잡히곤한다.
그리고 엊저녁, 모처럼 나선 필라델피아 나들이에서 들었던 소리들이 오래 잊고 있었던 생각들을 깨웠다.
비록 잊고 있었지만 들을 귀를 열어 담아드린 우리 가락, 우리 소리에는 한(恨)을 풀어내는 영험함이 있었다. 비단 노동이나 일에 지쳐 윤기없고 무력하고 재미없는 삶 뿐만 아니라, 맺힌 한에 억눌려 망가져 피폐해진 삶까지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흥과 신명의 소리, 바로 우리 소리요 우리 가락이었다.
어찌 찌든 순간만 이어지는 삶이 있으랴! 반짝반짝 빛나는 플릇, 클라리넷이 빚어낸 소리와 떠받치는 피아노 소리에는 일상과 축제, 위로와 감사가 담겨 있었다.
생황(苼簧)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들숨과 날숨으로 뽑아내는 소리는 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 사람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416기억저장소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보내온 영상을 통해 나의 소리, 너의 소리, 우리의 소리가 어우러지는 판은 마땅히 난장(亂場)이어야 했고 태평소와 사물놀이패들은 그렇게 판을 펼쳤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운영하는 416기억저장소 후원을 위해 필라세사모가 펼쳤던 소리마당은 잊고 살았던 것들을 그렇게 깨우쳐 주었다.
아직 소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가을 아침에 우리세대의 시인 김정환이 노래했던 사랑을 읊조리며.
(행사를 위해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다시 큰 박수를 보내며)
가을에
– 김정환
우리가 고향의 목마른 황토길을 그리워 하듯이/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내게 오래오래 간직해준/ 그대의 어떤 순결스러움 때문 아니라/ 다만 그대 삶의 전체를 이루는,/ 아주 작은 그대의 몸짓 때문일 뿐/ 이제 초라히 부서져 내리는 늦가을 뜨락에서/ 나무들의 헐벗은 자세와 낙엽 구르는 소리와/ 내 앞에서 다시 한번 세계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내가 버리지 못하듯이/ 내 또한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하찮게 여겼던 그대의 먼지, 상처, 그리고 그대의 생활 때문일 뿐/ 그대의 절망과 그대의 피와/ 어느날 갑자기 그대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어져 버리고/ 그대가 세상에서 빼앗긴 것이 또 그만큼 많음을 알아차린다해도/ 그대는 내 앞에서 행여/ 몸둘바 몰라 하지 말라/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치유될수 없는 어떤 생애때문일 뿐/ 그대의 진귀함 때문은 아닐지니/ 우리가 다만 업수임 받고 갈가리 찢겨진/ 우리의 조국을 사랑하듯이/ 조국의 사지를 사랑하듯이/ 내가 그대의 몸한 부분, 사랑받을 수 없는 곳까지/ 사랑하는 것은
살며 머리가 저절로 숙여지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만날 때면 제가 누리는 복이 크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장광선선생님은 그 중 한분이십니다.
그이는 무엇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이입니다. 그리고 고향을 사랑하는 분입니다.
거의 반세기 가까운 세월동안 필라델피아 한인사회를 터삼아 모국의 민주화와 통일 운동에 전념해 오신 모습들, 동포사회 이민자들이 건강하게 이 땅에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램으로 살아오신 모습들 보다 제가 장선생님께 고개 숙이는 까닭은 바로 사람과 고향을 사랑하는 그의 삶의 모습 때문입니다.
그런 장선생님은 지금 투병중이십니다. 만만찮은 투병생활 중에 제법 긴 글로 인사와 함께 지금 제가 작은 관심이라도 보내야만 될 일을 짚어주셨습니다.
장선생님의 건강을 빌면서 그이의 뜻을 단 한사람만에게라도 전하고 싶어 여기 그이가 보낸 글을 함께 나눕니다.
안녕하십니까?
장광선입니다. 제 건강상의 핑계로 오랜동안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모든 분들이 평안하시고 각박한 경제현실을 지혜롭게 헤쳐오셨으리라 믿습니다.
유엔식량구호기구 ( World Food Program)의 보도에 의하면 8월말과 9월초 사이 큰 비바람으로 두만강유역이 수몰되어 백여명의 사망자와 4백여 실종자가 나왔고 십사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여 긴급구호가 요청된다고 합니다.
이에 유엔식량구호기구는 즉각적인 구호팀을 꾸려 식량 및 필요한 의료품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활동에 들어섰습니다.
1995년에 한반도 북쪽에 큰 홍수가 나서, 미국동포사회에서는 ‘수재민돕기 쌀 한 포대 보내기 운동 본부’를 꾸려 모금에 나섰던 일이 있습니다.
당시는 핵문제로 하여 미국과 북한이 극한 대결을 하던 때여서 우리는 과연 수재원호에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런지 몹시 마음조리며 어렵게 발을 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한 달 동안했던 일차 모금액이 십만달러를 훌쩍 넘어 끈끈한 동포애를 실감했던 일이 새롭습니다.
당시 유엔식량구호기구를 통해 성금을 전달했었는데 유엔식량구호기구 출범이래 정부출연이 아닌 민간모금으로서는 최단기일에 최대액의 성금이 접수된 기록이라며 담당자들이 크게 감동하던 일이 생생합니다.
이번에 북녁 동포들이 겪은 재해에 대해서도 우리가 동포애와 상부상조하는 아름다운 민족전통의식을 발휘하여 안타까운 우리들의 마음을 담아 수해복구지원금을 보냈으면 하는 심정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유엔식량구호기구의 보도를 직접 확인하시고 (WFP 사이트 링크) wfp에 직접 성금을 보내실 수 있으며
소액의 정성을 보내실 경우 편의를 위해 필라지역에서는 제가 모아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햄버거하나, 커피 한 잔 거르시고 그 돈을 동포애로 써 주십시오.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거기 묻은 동포애는 측량할 길 없이 크고 따뜻한 것일 것입니다.
제게 보내실 때는 수표나 머니오더일 경우지불인을 K Jang 으로 쓰시고 메모란에 <수재성금>이라 써서
K Jang
204 Griffith St. Salem, NJ 08079 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익명을 원하실 경우에는 <익명처리>라 써 주십시오.
모금된 모든 액수는 모금기관에 전액 전달할 것이며 모금에 참여해주신 개개인에게 그 결과를 통지해드릴 것입니다.
주변 친지분들께도 널리 알려주셔서 함께 동포애를 발휘하도록 도와주시기 앙망합니다.
장광선 삼가 드림
단 한분만에게라도 장선생님께서 품고계신 민족사랑, 사람사랑하는 마음이 전달되기를 비는 마음으로…
아직 TV토론은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긴 한 모양입니다. 투표 장소와 투표 일정을 알리는 안내우편을 받고서 든 생각입니다. 시민으로서 누릴 권리를 행사하라는 안내입니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Jury service 는 시민으로서의 의무입니다.
권리든 의무든 일상에 매어사는 시민들에게는 때론 거추장스러운 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자영업자들에겐 그 거추장스러움이 더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이 세번 째인 배심원 의무는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묵직한 스트레스가 함께 한답니다. 행여 배심원으로 선택되어 며칠 동안 시간이 뺏기는 것은 아닌지 하는 염려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지난 두 차례 배심원 소집에서는 모두 하루 시간이 동원되는 것으로 끝났는데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투표에 이르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의무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고,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는 불이익 또는 벌칙을 감당해야 하지만, 권리란 나의 의지에 달린 일이므로 행사를 하지 않는다 하여도 당장 어떤 불이익을 당하거나 벌칙이 주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살 때 국가공동체에게 의무를 다한 것은 병역의 의무였습니다. 만 31개월 며칠 동안의 군생활과 거의 10여년에 가까운 향토예비군 의무를 다한 것이지요.
한국에서 대통령선거를 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살 때는 저처럼 보통 시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선택할 권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무렵부터 한국을 떠날 때까지 대통령 선거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인지는 몰라도 여기와서는 의무는 의무대로 권리는 권리대로 시민으로서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들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종종 한국내 선거 풍토에 대한 절망감을 토로하는 글들이나 이야기들을 보거나 들을 때가 있습니다.
지나간 일(역사)들을 뒤돌어볼치면 여기나(미국) 거기나(한국) 매한가지 아닐까 합니다.
19세기가 끝나갈 무렵의 조선은 패망 직전이었습니다. 그 무렵의 미국은 동(뉴욕)에서 서(샌프랜시스코)까지를 완전 통합하고 세계 판도의 새 주역으로 떠오를 때였습니다.
그 무렵의 미국의 모습을 앙드레 모로아는 그의 미국사에 이렇게 그리고 있습니다.
“실리주의적인 모사꾼들이 정치에서 주로 한 가지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그것은 어떻게하면 헌법, 의회, 주정부 그리고 시청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유혹은 크고 허술했기에 사업가가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정치인에게 이익의 일부를 제공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 중략 – 각 주의원들의 소행도 별로 나을 게 없었다. 연방의회마저 대사업가의 이익을 대표해 선출된 의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시대에 미합중국의 첫째가는 위험 요소는 파렴치였다.”
오늘이라고 뭐 크게 달라진 게 있겠습니까만, 앙드레 모로아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런 사족을 달았답니다.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는 실패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다만 아메리카의 민주주의가 너무 빨리 성장하는 바람에 법률과 도덕이 뒤따르지 못했을 뿐이다.”
사람 – 곧 시민들의 깨우침을 요구한 것입니다.
19세기나 21세기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언제 어디에서건 여전히 유효한 권리와 의무에 대한 시민들의 깨우침입니다.
길 건너에서 같은 업(業)을 하고 있는 6.25선생께서 손을 턴단다. 그가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는 이따금 들었지만, 막상 이렇게 가게 문을 닫아야 할 만큼 곤궁한 처지인지는 몰랐다.
그를 처음 본 지도 어느새 스무해 전 일이 되었다. 어느 한인들 모임에서였다. 한 사내가 남도 특유의 사투리로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그의 주변에는 내 또래 사내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사내는 6.25 전쟁 때 자신과 가족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었는지 열변을 토하고 있었는데, 바로 어제 일어났던 일을 설명하듯 하던 것이었다. 이런 첫 만남 때문에 한동안 나는 그를 적어도 1945년생 전후의 나이로 여기고 깍듯히 대하곤 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시간이 지난 후, 그의 나이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나는 그를 6.25선생이라고 불렀다. 그가 나보다 18개월 먼저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을 안 이후에 나는 그의 얼굴만 보면 6.25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피난지 부산에서 태어난 나는 부산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거니와, 아무리 용을 쓰고 어릴 적 기억을 되뇌어 본다한들 고작 1950년대 후반에 일어났던 일들 혹은 그 시절 풍경에 대한 것이 고작일 뿐이건만, 6.25 때 일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그는 가히 내가 쫓아갈 수 없는 비범함이 있었을 터이다.
아무튼 말이 좀 많은 편이기는 하나 그는 썩 괜찮은 사내이다. 인물이 착하기도 하거니와 동네 한인들 대소사에 손이 필요할 때면 앞뒤 가리지않고 흔쾌히 나서서 평판도 나쁘지는 않다. 그저 한 마을에 살고있는 한인 가운데 한사람 사이 정도이던 그와 내가 얼굴을 자주 부딪히게 된 것은 한 십 수여년 전 쯤부터이다. 그가 내 가게 길건너에 있는 세탁소를 인수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 무렵 나는 그 이전 십 수년 해오던 세탁업에 지쳐 딴데 한눈을 팔고 있었거니와, 당시만 하여도 아직 세탁소 형편이 썩 나쁘지만은 않은 때여서 그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아니하였다.
내가 세탁업을 시작했던 때만 하여도 ‘세탁소 간판만 붙이면 밥은 넉넉히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떠돌 때이고, 적어도 2,000년도 전후만 하여도 그 말은 타당하지 않았는가 싶다. 처음 내가 세탁소를 시작할 때 가까운 주변 몇 마일 안에 세탁소 숫자라야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이었지만, 2,000년도 초반에는 이미 두손 열손가락으로는 모자라고 두발 열발가락을 다 동원해야 할만치 늘어나 있었다. 6.25선생께서 세탁업에 발을 들여놓던 때는 바로 그 무렵이었다.
6.25선생이 인수한 가게주인으로 그가 네번 째이다. 그 이전에 주인이었던 세사람 모두 내가 한자리에서 겪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지난 십여년 동안 세탁업은 세상이 변한 만큼보다 더 큰 변화를 겪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두 손 두 발 모든 가락수를 꼽아야 할만큼 많던 내 주변 세탁소들 숫자가 손만 동원해도 충분히 세고도 손가락이 남을 만큼 변했다.
변하는 세상풍경이 끝내 6.25선생을 비껴가지 않은 모양이다.
늘어가는 내 나이 숫자보다 줄어드는 세탁소 숫자가 자꾸 밟히는 까닭은 나 역시 변하는 풍경 한가운데 서있기 때문일게다.
거창하게 미대륙횡단이라고 말하기에는 쑥스러운 일이고,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서쪽에 있는 태평양까지 보고 돌아왔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대단한 나라입니다. 넓고 크고 높은, 곳곳마다 이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의 이야기와 새롭게 개척자로 나선 이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오늘 이 땅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정말 큰 나라입니다.
그렇게 여행을 통해 본 이 나라의 위용보다 더 큰 모습을 오늘 밀린 뉴스들을 보다가 만났습니다.
지난 주 제가 사는 곳에 이웃한 필라델피아 Wells Fargo Center에서 열였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the First Lady인 Michelle Obama가 한 연설이었습니다,
그녀는 민주당 상대 후보인 Donald Trump 의 이름은 단 한번도 거론하지 않고도 그녀가 할 말을 충분히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부인 전담 연설 비서관이 써주었겠지만, 한마디 한마디를 그렇게 자신의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음은 바탕에 진실이 없고서는 하기 힘든 일일겝니다.
Michelle Obama가 선언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는 바로 그녀와 그녀에게 갈채를 보낼 수 있는(민주, 공화, 녹색… 누구라도) 시민들이 있기에 지금 여기에서 유효한 것이 아닐까합니다.
미국 – 아직은 내 자식들이 살아 볼만한 나라입니다.
MRS. OBAMA: Thank you all. (Applause.) Thank you so much. You know, it’s hard to believe that it has been eight years since I first came to this convention to talk with you about why I thought my husband should be President. (Applause.) Remember how I told you about his character and conviction, his decency and his grace -– the traits that we’ve seen every day that he’s served our country in the White House.
I also told you about our daughters –- how they are the heart of our hearts, the center of our world. And during our time in the White House, we’ve had the joy of watching them grow from bubbly little girls into poised young women -– a journey that started soon after we arrived in Washington, when they set off for their first day at their new school.
I will never forget that winter morning as I watched our girls, just seven and ten years old, pile into those black SUVs with all those big men with guns. (Laughter.) And I saw their little faces pressed up against the window, and the only thing I could think was, “What have we done?” (Laughter.) See, because at that moment, I realized that our time in the White House would form the foundation for who they would become, and how well we managed this experience could truly make or break them.
That is what Barack and I think about every day as we try to guide and protect our girls through the challenges of this unusual life in the spotlight — how we urge them to ignore those who question their father’s citizenship or faith. (Applause.) How we insist that the hateful language they hear from public figures on TV does not represent the true spirit of this country. (Applause.) How we explain that when someone is cruel, or acts like a bully, you don’t stoop to their level -– no, our motto is, when they go low, we go high. (Applause.)
With every word we utter, with every action we take, we know our kids are watching us. We as parents are their most important role models. And let me tell you, Barack and I take that same approach to our jobs as President and First Lady, because we know that our words and actions matter not just to our girls, but to children across this country –- kids who tell us, “I saw you on TV, I wrote a report on you for school.” Kids like the little black boy who looked up at my husband, his eyes wide with hope, and he wondered, “Is my hair like yours?” (Applause.)
And make no mistake about it, this November, when we go to the polls, that is what we’re deciding -– not Democrat or Republican, not left or right. No, this election, and every election, is about who will have the power to shape our children for the next four or eight years of their lives. (Applause.) And I am here tonight because in this election, there is only one person who I trust with that responsibility, only one person who I believe is truly qualified to b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that is our friend, Hillary Clinton. (Applause.)
See, I trust Hillary to lead this country because I’ve seen her lifelong devotion to our nation’s children –- not just her own daughter, who she has raised to perfection –- (applause) — but every child who needs a champion: Kids who take the long way to school to avoid the gangs. Kids who wonder how they’ll ever afford college. Kids whose parents don’t speak a word of English but dream of a better life. Kids who look to us to determine who and what they can be.
You see, Hillary has spent decades doing the relentless, thankless work to actually make a difference in their lives — (applause) — advocating for kids with disabilities as a young lawyer. Fighting for children’s health care as First Lady and for quality child care in the Senate. And when she didn’t win the nomination eight years ago, she didn’t get angry or disillusioned. (Applause.) Hillary did not pack up and go home. Because as a true public servant, Hillary knows that this is so much bigger than her own desires and disappointments. (Applause.) So she proudly stepped up to serve our country once again as Secretary of State, traveling the globe to keep our kids safe.
And look, there were plenty of moments when Hillary could have decided that this work was too hard, that the price of public service was too high, that she was tired of being picked apart for how she looks or how she talks or even how she laughs. But here’s the thing — what I admire most about Hillary is that she never buckles under pressure. (Applause.) She never takes the easy way out. And Hillary Clinton has never quit on anything in her life. (Applause.)
And when I think about the kind of President that I want for my girls and all our children, that’s what I want. I want someone with the proven strength to persevere. Someone who knows this job and takes it seriously. Someone who understands that the issues a President faces are not black and white and cannot be boiled down to 140 characters. (Applause.) Because when you have the nuclear codes at your fingertips and the military in your command, you can’t make snap decisions. You can’t have a thin skin or a tendency to lash out. You need to be steady, and measured, and well-informed. (Applause.)
I want a President with a record of public service, someone whose life’s work shows our children that we don’t chase fame and fortune for ourselves, we fight to give everyone a chance to succeed — (applause) — and we give back, even when we’re struggling ourselves, because we know that there is always someone worse off, and there but for the grace of God go I. (Applause.)
I want a President who will teach our children that everyone in this country matters –- a President who truly believes in the vision that our founders put forth all those years ago: That we are all created equal, each a beloved part of the great American story. (Applause.) And when crisis hits, we don’t turn against each other -– no, we listen to each other. We lean on each other. Because we are always stronger together. (Applause.)
And I am here tonight because I know that that is the kind of president that Hillary Clinton will be. And that’s why, in this election, I’m with her. (Applause.)
You see, Hillary understands that the President is about one thing and one thing only -– it’s about leaving something better for our kids. That’s how we’ve always moved this country forward –- by all of us coming together on behalf of our children — folks who volunteer to coach that team, to teach that Sunday school class because they know it takes a village. Heroes of every color and creed who wear the uniform and risk their lives to keep passing down those blessings of liberty.
Police officers and protestors in Dallas who all desperately want to keep our children safe. (Applause.) People who lined up in Orlando to donate blood because it could have been their son, their daughter in that club. (Applause.) Leaders like Tim Kaine — (applause) — who show our kids what decency and devotion look like. Leaders like Hillary Clinton, who has the guts and the grace to keep coming back and putting those cracks in that highest and hardest glass ceiling until she finally breaks through, lifting all of us along with her. (Applause.)
That is the story of this country, the story that has brought me to this stage tonight, the story of generations of people who felt the lash of bondage, the shame of servitude, the sting of segregation, but who kept on striving and hoping and doing what needed to be done so that today, I wake up every morning in a house that was built by slaves — (applause) — and I watch my daughters –- two beautiful, intelligent, black young women –- playing with their dogs on the White House lawn. (Applause.) And because of Hillary Clinton, my daughters –- and all our sons and daughters -– now take for granted that a woman can b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pplause.)
So don’t let anyone ever tell you that this country isn’t great, that somehow we need to make it great again. Because this, right now, is the greatest country on earth. (Applause.) And as my daughters prepare to set out into the world, I want a leader who is worthy of that truth, a leader who is worthy of my girls’ promise and all our kids’ promise, a leader who will be guided every day by the love and hope and impossibly big dreams that we all have for our children.
So in this election, we cannot sit back and hope that everything works out for the best. We cannot afford to be tired, or frustrated, or cynical. No, hear me — between now and November, we need to do what we did eight years ago and four years ago: We need to knock on every door. We need to get out every vote. We need to pour every last ounce of our passion and our strength and our love for this country into electing Hillary Clinton as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