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탓

내 나이 스물 다섯에 헤어져

서른 다섯해 만에 만난

열살 위 선생님께서

던지신 첫 말씀.

 

“어째 키도 안 크고…”

 

그 말씀을 함께 들은

내 아내와 아들과 딸이

모두

선생님께 자랑스러웠던 까닭은

 

“어째 키도 안 크게…”

 

내 나이 환갑, 진갑이 되도록

뵙지 못했던

서른 다섯 해 동안

정신으로만

 

그렇게

“키보다는 정신이라고”

가르쳐 준

 

바로

당신 탓이라고.

그래도 희망은…

“식물도 새도 곤충도 아이들도 모두 즐거웠다. 그렇지만 사람들- 나이먹은 어른들-만은 여전히 자기 자신과 서로서로를 속이고 괴롭히는 일들을 그만두지 않았다.

신성하고 중요한 것은 이 봄날의 아침도 아니며 만물의 행복을 위해 주어진 신(神)이 만들어 준 세상의 아름다움 곧 평화와 일치와 사랑으로 마음을 이끄는 아름다움도 아니고, 단지 서로가 상대방을 지배하기 위해 스스로 꾸며낸 일들만이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16년전인 1899년에 발표된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서로가 상대방을 지배하기 위해 스스로 꾸며낸 일들만이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서부터 소설 ‘부활’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로부터 116년 후인 2015년 1월, 뉴스들은 “서로가 상대방을 지배하기 위해 스스로 꾸며낸 일들만이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사람들” 이야기로 가득찹니다.

어제가 된 2015년 1월 7일 프랑스 현재 시각 오전 11시 30분, 파리 19구에 위치한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건물에 두 괴한이 습격해 AK47 자동소총을 난사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으로 이 시각 현재 12명이 죽고, 11명이 중상인 상태이며, 그 가운데 4명은 목숨을 잃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사건을 기록한 동영상들이 이미 많이 유포되어 있는데 찾아보니 “저게 과연 사람일까?”하는 의문이 들만큼 그냥 잔인한 영화속 장면같은 일이 벌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살인마들은 사람들을 죽이면서 “Allah akbar”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그게 “알라는 위대하다”는 뜻이랍니다.

죽은 12명 가운데 <샤를리 엡도>의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Stéphane Charbonner)라는 이도 있습니다. 그가 지난 2012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그 때도 이 주간지는 이슬람세력에게 살해 협박을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가 한 말이랍니다.

“나는 보복이 두렵지 않다. 나는 아이도, 아내도 차도, 신용도 없다. 약간의 허세를 보태자면, 나는 무릎 꿇고 사느니 선 채로 죽겠다.”

그가 선 채로 죽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랍니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그 역시 스스로 “알라보다 위대하다”는 생각이었는지 역시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오늘자 CNN 온라인판에는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전세계 만평가들이 그림 삽화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이고 더 보시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링크를 걸어드립니다.

Charlie Hebdo

그리고 또다른 뉴스 하나.

대한민국 검찰이 재미동포 신은미씨를 강제출국 조치 해달라고 8일 오후 법무부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또 그녀와 함께 토크쇼를 했던 황선 희망정치포럼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검찰이 발표한 내용이 참 가관입니다.

“북한에서 치밀하게 사전 연출된 사실에 기초하거나 신씨의 지역적 또는 다년간의 경험에 기초한 걸 일방적으로 왜곡해 마치 그것이 북한 전체의 실상인양 오도함으로써 결국 북한 세습정권과 독재체제를 미화 내지 이롭게 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북한에 다섯 번 가서 ‘남한이 참 잘 산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여행사를 따라가 좋은 곳만을 보며 쓰거나 말하는 여행 이야기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되고, 세계 어느나라에 가든 ‘대한민국은 참 잘 산다’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발상은 아마 톨스토이도 짐작치 못한 일일 것 같습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2015년, 이리 저리 검색창을 두드리다가 그래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던 사진 한 장이랍니다.

12-6600

“12명이 죽고 6천6백만 명이 다쳤다.”

프랑스의 희망이요, 사람사는 세상이 희망이 되는 사진이랍니다.

선진화를 외치는 대한민국에도 이런 희망이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무우말랭이

무우말랭이를 만들어 보았답니다. 머리털나고 처음 해 본 일이랍니다. 정말 간단하고 쉬운 일인데 신기하기도 하고 제가 한 일이 대견하기도 하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튼실한 무우 세 개를 손가락 크기로 썰어서 채반과 oven grill pan에 널어, 부엌 바닥에 있는 air duct vent 위에 올려 놓았을 뿐이랍니다. 그런데 하루 반나절만에 아주 잘 마른 무우말랭이가 되었답니다.

무우말랭이농사짓는 벗이 보내준 무우는 아주 잘 생겼답니다. 여기저기 나누어 주고도 제법 많이 남은 것들을 어떻게 보관할까를 고민하던 차에 짜낸 생각이 무우말랭이였는데 썩 잘한 생각 같답니다. 나머지 무우들도 모두 말랭이를 만들려고 한답니다.

제가 무우를 썰고 말리기까지 하게된 까닭은 아주 엉뚱하답니다.

연말연시를 보내면서 문득 든 생각 하나는 시간을 나눈다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것이었답니다. 2014년 12월 31일과 2015년 1월 1일의 차이라는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었지요.

그저 제가 살아가며 흘려 보내는 시간들의 연속일 뿐인데 거기 숫자를 부여하고 나누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뭐 그런 생각에 빠져 새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또 다른 한가지는 그래도 명색이 예수쟁이인데 구태여 사람들이 나누고 의미를 부여하는 이 시간에 대해 예수가 던지는 질문 하나 정도는 찾아 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답니다.

그 생각들 끝에 “가라”라는 뜻을 찾아냈었답니다.

예수 당시 사회공동체로부터 왕따를 당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왕따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민재판으로 돌맹이에 맞아 죽을 환경에 놓였던 사람도 있었답니다. 예수는 그런 이들을 용서해 주고 고쳐주면서 그들이 살던 공동체로 돌려 보냈다는 이야기가 성경에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다시 돌아간 사회공동체를 예수는 바꾸어 주지도 않았고, 왕따였다가 돌아간 이들의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예수는 책임지지 않았답니다.

2015년 이라는 새로운 숫자가 제게 준 의미였답니다. 새로운 시간에 대한 주인은 “바로 너”라는 선언을 예수식으로 하면 ‘가라!’라는 명령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 본 것이랍니다.

그런 생각에 젖어 새해맞이를 하던 제게 아주 엉뚱한 일이 느닷없이 다가왔답니다.

늘 밝고 젊은 생각으로 사는 제 아내가 그 생각이 지나쳐 자신의 나이를 잊은채 운동을 한답시고 뛰다가 그만 뒤로 정말 오지게 넘어지고 말았답니다. 한동안 꼼작을 못하는데 정말 제가 오지게 놀랬었답니다.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려다 잘 아는 정형외과 의사에게 조언을 구했답니다. 사태와 증상을 두루 듣던 의사 양반이 뼈에 이상은 없는 듯 하니 응급실에 가서 생고생하지 말고 처방하는 약을 먹고 하루 두어 본 뒤 가정의에게 응급상담을 해서 그 때 문제가 있으면 병원행을 하는 게 덜 고생할 것이라는 조언을 해 주었답니다.

다행히 아내는 처방해 준 약과 이틀 동안 안떨어지고 벗이 되어 준 침대 덕분에 이젠 걸을만한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누워있는 아내는 제 일상을 조금 흩트려 뜨렸답니다. 그렇게 흩트려진 일상을 서성이다가 제 눈에 뜨인 것이 창고방에 놓인 무우들이었고 그 무우들이 하루만에 말랭이가 된 것이랍니다.

아마 이번 주말엔 무우말랭이 무침이나 무우말랭이 속이 든 만두가 우리 부부 식탁에 오를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2015년 문을 열었답니다.

우리들의 상식(常識)

<민주주의적 자유와 비판의 권리가 일반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사회에서, 그 소수자 권력의 이익에 상응하는 사상, 가치관의 신념체계는 ‘특수주의 이데올로기’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반대되는 신념체계, 즉 다수를 위한 그것을 ‘보편주의 이데올로기’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비민주주의적 사회에서는 그 특수주의 사상이 그 사회의 ‘공인(公認)’ 또는 ‘제도적’ 사상으로, 그리고 보편주의 사상이 ‘이단적(異端的)’ 또는 ‘비판적’ 사상을 구성하게 된다. 이 두 입장이 적대관계냐 협력관계냐 하는 것은 주로 그 공인, 제도적 사상과 입장의 관용도에 달려 있다.

권력층의 세계관과 정치적 성숙도가 높을수록 ‘이단적’, ‘비판적’ 사상 및 입장의 정당한 가치와 기능을 승인하며, 양자간의 부단한 변증법적 통일을 발전의 계기로 이용할 줄 안다. 그 사회의 구성원이 합의하는 궁극적 목표와 이상을 공유하는 한, 그 양자는 동반자이지, 적이 아니다.

‘공인’사상과 ‘비판’사상간의 이 모순관계를 항구적으로 협조, 통일 및 발전의 관계로 활성화하게끔 제도화하는 장치가 민주주의임은 우리의 상식에 속한다. 한 사회의 생존과정에 개제하는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그 쌍방의 입장, 관점, 접근 방법이 다를 수 있다. 그럴수록 발전의 잠재적 범위는 확대되게 마련이다.>

돌아가신 리영희선생님께서 1980년에 쓰신 <민주주의와 진실의 추구>라는 글의 한 대목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민주주의를 정의하시며 그저 1980년 현재 ‘우리들’의 상식에 속하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여러 다른 생각과 사상들 곧 다양성이야말로 민주주의 발전의 자양분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1980년은 광주 민중항쟁이 일어난 해이고, 당시 자연 변화까지 주관한다는 뉴스 멘트를 받았던  전두환이 권력의 정점에 오른 해이기도 합니다.

선생은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이렇게 단언합니다.

<’반공법 적용에 있어서는 정부 대리인이 위반이라고 해석하면, 그것이 결정적 판단이다. 피의자는 다만 그것에 복종할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략-

관료의 판단은 절대적인 것이다. 이 법과 그 운용에 관한 한 그것은 공인사상과 체계적 특수 이데올로기의 ‘신성불가침’으로 되어버린 감이 없지 않다. ‘절대화’의 규범을 넘어서 하나의 ‘종교’가 되어버린 채, 일체의 반대도 비판도 허용치 않으려 한다. 이것이 한 법률의 종교화라는 뜻이다.>

그로부터 35년이 흐른 2014년도 저물어 갑니다. 참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2014, 2015몇 주전인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통해 만났던 이의 소리는 2014년과 함께오래 기억될 듯합니다. 그녀는 장난감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예쁘장하고 똘똘하게 생긴 세살 아이를 둔 30대 젊은 엄마입니다.

“그 동안 저는 내 모국(母國)이 자랑스러웠답니다. 정말 짧은 시간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게다가 민주주의를 그렇게 빨리 정착시킨 나라도 없다는 그런 자부심을 준 모국이었답니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과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보면서… 뭐랄까요, 부끄러움이랄까요, 안타까움이랄까요, 그냥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요. 그래 모국을 위해 뭔가라도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리영희선생이 “우리들의 상식(常識)”이라고 말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는 1980년 당시의 대한민국의 ‘비상식(非常識)’적인 모습에 대한 한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비상식적 모습으로 2014년을 보내는 한반도 남북의 모습에 이는 안쓰러움과 그나마 나은 게 있다면 그래도 몇 십년 동안 이루어낸 다양성이 보장된 남쪽이라는 생각마저 잃게하는 분노가 쉽게 가시지 않는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상식(常識)”이 이루어지는 날을 꿈꾸며 아주 작은 일이라도 쉬지않고 꾸준히 노력하려는 다짐으로 2015년 새해를 준비해야 할 터입니다.

게으른 아침, 뉴스 셋

성탄절 아침입니다.

오랜 습관에 나이 탓까지 얹혀져 이른 시간에 침상을 벗어나기 마련이지만 모처럼 게으른 아침을 맞았답니다.

늦은 아침 커피를 즐기며 뉴스들을 훑어봅니다.

먼저 눈에 뜨인 소식은 제가 사는 동네 신문 온라인판 뉴스 헤드를 장식한 기사입니다. 말많았던 영화 The Interview 개봉소식과 우리동네 어느 극장에서 상영하는지 또 이후 영화를 상영할 극장수들이 어떻게 늘어갈 것인지 등에 대한 내용입니다.

interview

미국내 온라인 신문 거의 대부분들이 초기 화면에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을 싣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다 눈에 뜨인 이에 관한 다른 기사랍니다.

뉴욕 기반으로 발행되는 온라인 신문 The Daily Beast에 실린 기사입니다. 제목이 “아니, 북한은 소니를 해킹하지 않았다. No, North Korea Didn’t Hack Sony”입니다.

이 기사는 FBI가 북한을 소니 해킹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들을 조목조목 반박을 하며, 북한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주장을 폅니다.

FBI가 내세운 주된 요인 두가지들, 곧 이번에 사용된 악성코드와 IP주소에 대한 것들은 범행의 증거로 삼기엔 너무 빈약한 것들 이라는 것입니다.

이 기사는 명확하게 북한이 아니라는 논증을 펼치며 (의도된) 여론몰이는 그만 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무튼 영화는 흥행 성공을 거둘 듯 합니다. 영화에 대한 노이즈 마케팅은 확실히 성공한 것처럼 여겨지지 때문입니다. (The Daily Beast 기사보기)

안산한국뉴스로는 기사의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한 오마이뉴스 기사가 눈에 뜨였답니다.

<성탄절 예배로 하나 된 ‘세월호 안산’>이라는 큰 제목아래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 주제로 2014 성탄절 연합예배 열려>라는 기사입니다.

“첫째, 우리가 떠날 때까지 우리를 떠나지 않는 아기예수처럼 ‘세월호 유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둘째, 가족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고 용기를 내어 일상의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해주십시오’.

셋째, 생명경시와 황금제일주의, 권력독점욕 이 세 가지 구조적 모순이 사라지지 않는 한 참사는 되풀이 되는 만큼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누가 아무리 무어라해도 제가 예수쟁이로 남아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밝혀주는 기사입니다.(오마이뉴스 기사보기)

마지막으로는 사실과 다르게 신문쟁이들이 조작한(?) 것으로 믿고 싶은 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와 읽어 보았답니다. <진보 진영 “종북 뺀 새 정당 만들자”>라는 제목을 단 국민일보 기사입니다.

<이른바 ‘종북 세력’을 배제한 진보 진영 인사들이 ‘진보적 대중정치 복원’이라는 목표 아래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나섰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국민모임)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보적 대중정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도 참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이분들의 선언이 시대 요청에 부응한 것이라고 본다”며 “저를 아끼고 성원하는 분들의 말씀을 듣고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정 고문이 탈당할 경우 야권에 큰 파장이 일 수 있다.>

설마 스스로를 미리 종북 프레임에 가두어 놓고 진보정치를 말했을까?라는 물음이 드는 기사랍니다. 만일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른바 국민모임은 쓰레기들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성탄의 참 의미는 “사랑”에 있을 것입니다. 저물어가는 2014년 현재 “사랑”을 어떤 의미로 새겨야할지…

집안청소를 하고 가족들과 함께할 오늘 만찬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뜬구름 – 그 놈들 8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난 이튿날인 지난 20일 청와대 홍보수석 윤두현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이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바로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는 말입니다.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낸 일대 사건이라는 게 그녀의 평이라는 것입니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선고문 가운데 피청구인 곧 통합진보당의 목적을 적시하는 항목에서 이런 판단을 내립니다.

“(통합진보당의)주도세력은 우리 사회가 특권적 지배계급이 주권을 행사하는 거꾸로 된 사회라는 인식 아래 대중투쟁이 전민항쟁으로 발전하고 저항권적 상황이 전개될 경우 무력행사 등 폭력을 행사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헌법제정에 의한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여 집권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입장은 이석기 등의 내란 관련 사건으로 현실로 확인되었다.”

이어서 헌재가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을 정의하는 내용입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은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통합진보당은 “자유민주주의” 대신에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는데, 그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것을 판단해보니 결국 “북한식 사회주의”라는 것입니다.

박근혜의 평과 헌재의 선고문을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자유민주주의”와 “북한식 사회주의”가 서로 상충하는 적 개념인데 남쪽에 살면서 북이 추구하는 목적에 맞는 일들을 한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의 해산은 마땅하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진보적 민주주의” 또는 “북한식 사회주의”라는 개념이 과연 실재하느냐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장 총강 제 1조의 제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 제 1장 제 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국가이다.” 제 4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 농민, 근로인테리와 모든 근로인민에게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남북한 공히 정치체제로는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거니와 남쪽은 자유민주주의, 북쪽은 사회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경제체제로는 남쪽은 자본주의를 북쪽은 사회주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자! 여기까지 보면 적어도 2014년 현재 공산주의를 내세우는 공산주의자들은 한반도 안에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른바 빨갱이란 한반도에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 다음 과연 남쪽의 “자유민주주의” 북쪽의 “사회민주주의”란 실재하는 것이냐? 실재한다면 그게 어떤 모습이냐?하는 것을 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2014년 한반도엔 “자유민주주의”도 “사회민주주의”도 실제하지 않는다는데에 있습니다.

남의 자유민주주의란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이후 남쪽의 국가권력을 장악한 세력들(적어도 우리들이 민주정부라고 생각했던 몇 년 동안을 감안하더라도 줄기차게)이 그들의 이익과 권력을 이어가기 위한 헤게모니를 정당화하는 수단이었을 뿐입니다.

북의 사회민주주의란 그들의 헌법에서 주장하듯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주체적인 국가건설사상과 국가건설업적을 법화한 김일성헌법”입니다. 말은 인민을 내세우고 있으되 그들이 말하는 주체의 정점에는 일인 숭배 나아가 집권자 세력들을 위한 헤게모니를 정당화하는 선언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라는 말이 공허한 까닭입니다.

“빨갱이”라는 말이 허구이듯이 “종북” 역시 뜬구름일 뿐입니다.

도대체 그 뜬구름은 누가 만든 것이고, 지금도 한반도와 세계에 흩어져 사는 한인들에게 그 뜬구름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있는 것일까요?

“너 골로 갈래” – 그 놈들 7

보도연맹

박근혜정권이 들어선 이후 박근혜를 향해 날선 글들을 날리는 언론인들 가운데 한겨레 신문 곽병찬 대기자가 있습니다. 그는 22일자 신문에 실린 87번 째 날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의 제목을 “21세기판 보도연맹사건을 꿈꾸는가”라고 달았습니다.

“보도연맹사건”에 대해 위키백과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도연맹 학살사건(保導聯盟虐殺事件)은, 1950년 한국전쟁 중에 대한민국 국군·헌병·반공 극우단체 등이 국민보도연맹원이나 양심수 등을 포함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4934명과, 10만 명에서 최대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추정되는 대학살 사건이다.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이 사건에는 미군도 민간인 집단 학살 현장에 개입했다. 오랜 기간 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철저히 은폐했고 금기시해 보도연맹이라는 존재가 잊혀져 왔지만, 1990년대 말에 전국 각지에서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 피해자들의 시체가 발굴되면서 보도연맹 사건이 실제 있었던 사건임이 확인됐다.

2009년 11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정부는 국가기관에 의해 민간인이 희생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에도 사건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도연맹의 정식명칭은 “국민보호선도연맹”인데, 1945년 해방 후에 남한 내에 있었던 공산주의 세력 약화를 위해 그 이전에 좌익에 몸담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을 가입시켜 만든 단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정부가 개입되어 하는 일들이란 성과위주로 평가를 하기 마련이라는데에 있었습니다. 정부주도로 만든 “좌익에 몸담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을 가입”시키려다 보니 그 수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고, 으쟁이 뜨쟁이에 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이 단체에 반강제적으로 마구 가입을 시켰답니다.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가입된 유명한 사람들로는 양주동, 황순원 ,정지용 등등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즈음 젊은 친구들이 이 이름들을 기억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러다 전쟁이 일어났답니다.

이즈음 일부 얼빠진 놈들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해야한다는 당시 대통령 이승만은 일찌감치 부산으로 도망을 쳤는데요, 거기서 “보도연맹이라는 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과거에 빨갱이(좌익)였기 때문에 다시 저 북쪽 놈들이 되기 십상입니다.”라는 보고를 받게 된답니다.

그래 “쓸어버려!”라는 명을 내린답니다. 물론 아직 북의 빨갱이들이 점령하지 않은 지역의 모든 보도연맹 가입자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이 명령의 실행자는 일본 헌병 오장(伍長) 출신인 김창룡이었습니다.

그런데 북의 빨갱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보도연맹”에 가입한 놈들이란 배신자들이었습니다. 전에는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좌익(빨갱이)이었다가 전향한 사람들이 시작한 단체였기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이들은 죽을 목숨일 수 밖에 없었던 전쟁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이 단체의 가입자들은 그 이전에 좌익(빨갱이)이였던 사람들 보다 반강제적 또는 눈앞에 보이는 쌀한줌을 얻으려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들을 몰살시킨 사건이 바로 보도연맹사건이랍니다.

혹시 “너 그러다 골(谷)로 간다”라는 말을 쓰거나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바로 이 말이 생긴 유래라고도 합니다. 보도연맹 가입자들을 산골로 데려가 집단 학살을 했다는 것에서 연유되었다는 것입니다.

올 2014년에 이 보도연맹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한 사람은 이번 통진당 해산의 빌미를 제공한 이석기입니다. 그는 내란음모죄로 뉴스의 중심이 되었던 지난 8월 31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오는 전쟁을 맞받아치자”고 했습니다. 전쟁이 벌어진다면 민족의 공멸을 맞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평화를 실현하자는 뜻입니다. 이 말이 과연 어느 한 편에 서서 전쟁을 함께 치르겠다는 말로 들리십니까.

강연에 모인 사람들은 전쟁에서 가장 먼저 희생자가 될지도 모를 진보당 열성 당원들이었습니다.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보도연맹 사건을 보십시오. 무려 20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학살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입니다.”

바로 한반도 전쟁(Korean War) 때에 있었던 보도연맹 사건처럼 긴급재난이 일어났을 때 자신들이 살기 위한 정당방위로써의 행위를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아직 대한민국 법정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판결은 다 그 놈들이 짜고 친 고스톱이라고 치거나, 옳고 그르고를 논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운 까닭은 바로 곽병찬이라는 이까지 이런 글을 써 갈기는데 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글입니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날, 어떤 이는 1972년 유신 전야, 어떤 이는 이승만 정권 하에서 조봉암 선생 사형과 진보당 말소 등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6.25 전쟁 초기 벌어진 ‘보도연맹사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처참했던 국가 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 말입니다.

물론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저지른 과오를 두둔하는 건 아닙니다.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이 보인 당 운영의 반민주성과 폭력성, 패권주의는 과거 독재 정권 담당자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이 친북 패권주의와 폭력성과 결별하지 못한 것도 이들에 대한 기대를 접게 했습니다. ‘당명’에 삽입한 ‘진보’란 말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들은 결코 약자의 편도 아니었고, 정의롭지도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런 정당이라도 심판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는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헌재 결정은 우리 헌법이 지키려는 정치적 결사의 자유와 정당 정치의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었습니다. 헌재에 정당 해산 여부를 심판하는 권능을 부여한 것은 행정권의 부당한 압력과 침해로부터 정당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정당의 존립을 재단하라는 건 아니었습니다. 재판관들의 편견과 예단이 그대로 반영되고, 정권의 주문이 그대로 수용된 심판 과정은 민주 사회가 가장 경계하는 ‘인민 재판’의 본보기였습니다.

위에 인용한 글에서 전혀 쓸모없고 문제의 본질과는 상충되는 한 문단이 있답니다.

물론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저지른 과오를 두둔하는 건 아닙니다.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이 보인 당 운영의 반민주성과 폭력성, 패권주의는 과거 독재 정권 담당자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이 친북 패권주의와 폭력성과 결별하지 못한 것도 이들에 대한 기대를 접게 했습니다. ‘당명’에 삽입한 ‘진보’란 말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들은 결코 약자의 편도 아니었고, 정의롭지도 않았습니다.

바로 이 부분입니다. 물론 그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혀 별개의 사안을 하나로 묶어 “나는 아닌데…”라는 빨뺌의 전제로 사용한다면 이른바 “종북문제”는 늘 그것을 자기 이익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무기가 되리라는 점입니다.

왜냐고요?

temp_1419220667962.2078561173“천국에 다녀온 소년(Heaven Is for Real)”이라는 영화를 함께 모여 보았답니다.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인 아주 작은 공동체 식구들이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모임이었답니다.

오늘의 삶에 대한 고민과 내일의 걱정으로 살며 언젠가 만나게 될 구원의 때를 그리며 사는 모든 신앙인들, 또는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지니고 사는 이들에게 권해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특별히 오늘 두 발을 딛고 사는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서 하늘나라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답니다.

Heaven_Is_for_Real_(Burpo_book)_cover빤하게 보이는 서로의 아픔과 모자람 아니 미움까지 모두 껴안을 수 있는 세상이 바로 천국이라는 새로운 세상이며, 저와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의 생각에 따라 누릴 수가 있다는 이야기랍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정말로 그렇게 모인 서로들을 마음으로 껴안으며 신나게 놀고 온 밤입니다.

비록 2014년을 마무리하는 생각으로 모여 함께했던 대여섯 시간의 짧은 잔치자리였지만 바로 천국이었답니다.

 

잔치와 분단

어제밤엔 Gaskins씨네 크리스마스 파티에 다녀왔답니다. 지난 시월초에 초대를 하였고, 그 사이 Gaskins씨의 몇 차례 확인이 있었답니다. “꼭 와야한다”며 말입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에 파티에서 입을 그들 부부의 빨간 셔츠를 찾으러 제 가게에 들렸던 그가 한 말이랍니다. “올해가 여덟번 째 파티이고 해마다 약 백여명을 초대하면 연말이라 바빠서들 대개 60-70명 정도가 오는데 이번에는 못온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한 90명은 올것 같아. 오늘 새벽부터 마누라와 함께 이리뛰고 저리뛰고 정신이 없단다. 아무튼 이따 보자구.”

1220141906지난 해에 가보았던 자리라 낯선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오밀조밀 집안 구석구석을 치장하고 있었는데,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답니다. 식전 다과상과 술상에서부터 저녁 테이블 그리고 후식까지 모든 상차림은 Gaskins 부부의 큰손을 여지없이 증명해 주는 정말 넉넉한 것이었습니다.

1220141958잔치 개회사(?)를 하는 고등학교 교장선생이신 Mrs. Gaskins이 오늘 파티 참석자들에 대한 소개를 통해 잔치자리에 모인 이들과 Gaskins씨 부부와의 관계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은퇴후 Gaskins의 중요한 일과 가운데 하나인 악기 연주를 통해 알게 된 밴드동호회원들과 Mrs. Gaskins이 근무하는 학교의 사친회원들(PTA members) 그리고 동네 분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물론 Gaskins씨 부부의 단골 세탁소 주인인 저희 부부도 있었고요.

1220142010b쉬지 않고 늙은 젊음을 과시하는 밴드동호회원들의 연주에 맞추어 먹고 마시고 춤추고 즐긴 멋진 파티였답니다.

옥에 티랄까요?

자기 마누라가 밴드동호회에서 건반을 치고 있다는 사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갑자기 제게 던진 질문과 제 답이었답니다. “너 일본사람?”, “아니 한국인”, “남? 북?”, “남” 그렇게 교차문답이 끝난 후 그가 제게 던진 물음이랍니다.

“북한이 했다는  ‘디 인터뷰(The Interview)’의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어떻게 생각해? 진짜 개네들이 했을까? 우린 지금 IS만으로도 충분히 골 아픈데 말이지.”

속으로 “하필 이런 친구를…”하는 생각을 하며 제가 던진 답이랍니다. “개네들이 무슨 그런 능력이 있겠어? 옛날 후세인의 이라크 같은 거 아닐까?”

찜찜해하는 제 표정에 재치있는 제 마나님이 나섰답니다. “정치나 이념, 뭐 이런 이야기들은 언제나 파티 분위기를 깬다고들 하지요. 부인께서 건반 치신지가 오래 되셨나요?”

무릇 분단(分斷)이나 통일(統一)은 거대 담론(談論)만이 아니랍니다. 이런 일상의 소소한 불편일 수도 있답니다.

이 이민(移民)의 땅에서도 말이지요.

그 놈들 – 번외

세상사 하루라도 깜작 놀랄만한 뉴스가 없는 날은 없지만,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깜작놀랄만한 뉴스들과는 아무 상관없이 일상을 이어갑니다.

한국시간 어제 있었던 통합진보당이라는 정당 해산 뉴스는 2014년 12월 19일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깜작 놀랄만한 뉴스이었습니다. 한국 현대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만한 뉴스랍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 뉴스와는 아무 관계없이 무덤덤한 일상을 이어 갈 것입니다. “그 놈들”은 이런 흐름을 다 예상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글 안 읽기로는 앞선 순위에 속하는 민족이지만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읽어보자는 뜻으로 어제 있었던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 선고문 전문(全文)을 이 곳에 올립니다.

저는 오늘 낮에 틈을 내어 이 결정문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답니다.

엊그제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좀 뜬금없는 기사가 탑에 올라와 있었답니다. 이슬람국가 IS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capture-20141219-191453<미국 정책 연구 기관 브루킹스 연구소의 부속 기관인 브루킹스 도하 센터의 방문 연구원 찰스 리스터는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부 사이프(Abu Seif)’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국인(Korean) IS 전사”라는 제목과 함께 한 동양인 남성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에 찍힌 인물은 20대로 보이며,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검은색 두건을 쓰고, AK-47 소총을 든 채 말에 올라탄 모습이다. 아랍어로 ‘아부’는 아버지, ‘사이프’는 칼이라는 뜻이다.> – 그 기사의 일부입니다.

Charles Lister가 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것은 지난 13일이었고, 조선일보는 그로부터 5일 후에 온라인판 탑기사로 올렸다 내립니다.

잘 알다시피 IS는 국가를 참칭하고 있는 전세계의 적입니다. 거의 미치광이 신앙집단입니다. 그런데 어느 나라라고 특정 지울 수 없는 많은 나라의 젊은이들이 이 집단의 이름으로 총을 드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올 한해 일어나 오늘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기사를 올린 조선일보의 의도는 나중에 다시 따지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저는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 선고문을 읽으면서 이 기사를 떠올렸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얼핏 지나친 비교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그리 과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일테면 이런 것입니다.

Charles Lister가 올린 사진 속의 젊은 친구가 한국인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추정일 뿐입니다. 그런데 어떤 국제기구가 이런 판단을 내린 것과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과 무엇이 다를까하는 생각을 해 본 것입니다.

<Charles Lister가 올린 사진 속의 젊은 친구는 한국인이다. IS는 반 인류적인 범죄 집단이다. 그 한국인을 보니 예전에 알카에다 헤즈볼라 등에도 속했던 인물인 것 같다. 그러므로 이 한국인은 반 인류적인 범죄자다. 문제는 이 범죄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속한 국가 한국은 반 인류적 범죄 집단일 수도 있다. 고로 한국이라는 국가는 해체되어야 한다.>

도대체 이런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를 알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 놈들>이라는 연재 글로 이야기를 이어가겠지만 이젠 “더불어 함께 사랑하며 살자”라는 이야기만 해도 종북주의자가 되는 세상으로 접어 든 것 같습니다.

아무튼 헌법재판소의 선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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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 선고문(全文)

선고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 재판관 8(인용) : 1(기각)의 의견으로,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그 소속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피청구인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이러한 피청구인의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으며,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은 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고, 위헌정당의 해산을 명하는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희생될 수밖에 없으므로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정당해산의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하는데, 피청구인에게 은폐된 목적이 있다는 점에 대한 증거가 없고, 피청구인의 강령 등에 나타난 진보적 민주주의 등 피청구인의 목적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으며, 경기도당 주최 행사에서 나타난 내란 관련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만 그 활동을 피청구인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고 그 밖의 피청구인의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재판관 김이수의 반대의견이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신청한 정당활동정지가처분신청은 기각하였다.

  1. 12. 19.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사건의 개요

– 청구인은 2013. 11. 5.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피청구인의 해산 및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의원직 상실을 구하는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의 대상

–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와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의원직 상실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

※ 피청구인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의 목적과 활동은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판단의 자료로 삼을 수 있으나, 민주노동당의 목적이나 활동 자체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정이유의 요지

청구의 적법성 – 적법

– 대통령이 직무상 해외 순방 중인 경우에는 국무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할 수 있으므로,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 사건 정당해산심판 청구서 제출안이 의결되었다고 하여 그 의결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 국무회의에 제출되는 의안은 긴급한 의안이 아닌 한 차관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나, 의안의 긴급성에 관한 판단은 정부의 재량이므로,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 등이 관련된 내란 관련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제출된 이 사건 정당해산심판청구에 대한 의안이 긴급한 의안에 해당한다고 본 정부의 판단에 재량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의의와 정당해산심판의 사유

○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의의

정당해산심판제도는 정당 존립의 특권 특히 정부의 비판자로서 야당의 존립과 활동을 특별히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제정자의 규범적 의지의 산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로 인해서 정당 활동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한계 역시 설정되어 있다.

○ 정당해산심판의 사유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 중 어느 하나라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어야 한다.

헌법 제8조 제4항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모든 폭력적ㆍ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유와 평등을 기본원리로 하여 구성되고 운영되는 정치적 질서를 말한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지 않는 한 정당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적 지향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다.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란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단순한 위반이나 저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강제적 정당해산은 핵심적인 정치적 기본권인 정당 활동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 제한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만 한다.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 위배

○ 피청구인의 목적

정당의 강령은 그 자체로 다의적이고 추상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피청구인이 지도적 이념으로 내세우는 진보적 민주주의 역시 그 자체로 특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이른바 자주파에 의해 피청구인 강령에 도입되었다.

자주파는 이른바 민족해방(National Liberation, NL) 계열로 우리 사회를 미 제국주의에 종속된 식민지 반(半)봉건사회 또는 반(半)자본주의사회로 이해하고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를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로 파악하고 계급적 지배 체제의 극복을 중시했던 민중민주(People‘s Democracy, PD) 계열 또는 평등파와 구별된다.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을 추구하는 경기동부연합, 광주전남연합, 부산울산연합의 주요 구성원 및 이들과 이념적 지향점을 같이하는 당원 등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자주파에 속하고 그들의 방침대로 당직자 결정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며 당을 주도하여 왔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과거 민혁당 및 영남위원회, 실천연대, 일심회, 한청 등에서 자주ㆍ민주ㆍ통일 노선을 제시하면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북한과 연계되어 활동하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였다. 이들은 북한 관련 문제에서는 맹목적으로 북한을 지지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무리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이석기가 주도한 내란 관련 사건에도 다수 참석하였고 이 사건 관련자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우리나라를 미국과 외세에 예속된 천민적 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자본주의 사회로 인식하고 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자본가 계급의 정권으로서 자본가 내지 특권적 지배계급이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민중을 착취 수탈하고 민중의 주권을 실질적으로 강탈한 구조적 불평등사회로 인식하고 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이러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민중이 주권을 가지는 민중민주주의 사회로 전환하여야 하는데 민족해방문제가 선결과제이므로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사회주의로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 정부로서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설정하였다. 한편,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고 있는데,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 이후 추진할 통일국가의 모습은 과도기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거친 사회주의 체제이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우리 사회가 특권적 지배계급이 주권을 행사하는 거꾸로 된 사회라는 인식 아래 대중투쟁이 전민항쟁으로 발전하고 저항권적 상황이 전개될 경우 무력행사 등 폭력을 행사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헌법제정에 의한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여 집권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입장은 이석기 등의 내란 관련 사건으로 현실로 확인되었다.

○ 피청구인의 활동

이석기를 비롯한 내란 관련 회합 참가자들은 경기동부연합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당시 정세를 전쟁 국면으로 인식하고 이석기의 주도 아래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하여 대한민국 내 국가기간시설의 파괴, 무기 제조 및 탈취, 통신 교란 등 폭력 수단을 실행하고자 회합을 개최하였다.

내란 관련 회합의 개최 경위, 참석자들의 피청구인 당내 지위 및 역할, 이 회합이 피청구인의 핵심 주도세력에 의하여 개최된 점, 회합을 주도한 이석기의 경기동부연합의 수장으로서의 지위 및 이 사건에 대한 피청구인의 전당적 옹호 및 비호 태도 등을 종합하면, 이 회합은 피청구인의 활동으로 귀속된다.

그 밖에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및 관악을 지역구 여론 조작 사건 등은 피청구인 당원들이 토론과 표결에 기반하지 않고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으로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관철시키려고 한 것으로서 선거제도를 형해화하여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다.

○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북한을 추종하고 있고 그들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민중민주주의 변혁론에 따라 혁명을 추구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고 애국가를 부정하거나 태극기도 게양하지 않는 등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이석기 등 내란 관련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사정과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피청구인을 장악하고 있음에 비추어 그들의 목적과 활동은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으로 귀속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은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는 조선노동당이 제시하는 정치 노선을 절대적인 선으로 받아들이고 그 정당의 특정한 계급노선과 결부된 인민민주주의 독재방식과 수령론에 기초한 1인 독재를 통치의 본질로 추구하는 점에서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피청구인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민항쟁이나 저항권 등 폭력을 행사하여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모든 폭력적ㆍ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기본원리로 하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정면으로 저촉된다.

내란 관련 사건,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및 관악을 지역구 여론 조작 사건 등 피청구인의 활동들은 내용적 측면에서는 국가의 존립, 의회제도, 법치주의 및 선거제도 등을 부정하는 것이고, 수단이나 성격의 측면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폭력ㆍ위계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민주주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다.

피청구인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고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이나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을 일으키는 등 활동을 하여 왔는데 이러한 활동은 유사상황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북한 추종성에 비추어 피청구인의 여러 활동들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성이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란 관련 사건에서 피청구인 구성원들이 북한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진정한 목적이나 그에 기초한 활동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였다고 판단되므로,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

○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피청구인은 적극적이고 계획적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격하여 그 근간을 훼손하고 이를 폐지하고자 하였으므로, 이로 인해 초래되는 위험성을 시급히 제거하기 위해 정당해산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는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하여야 한다.

위법행위가 확인된 개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 정당 자체의 위헌성이 제거되지는 않으며,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언제든 그들의 위헌적 목적을 정당의 정책으로 내걸어 곧바로 실현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 따라서 합법정당을 가장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상당한 액수의 정당보조금을 받아 활동하면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피청구인의 고유한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결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정당해산결정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법익은 정당해산결정으로 초래되는 피청구인의 정당활동 자유의 근본적 제약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하여 월등히 크고 중요하다.

결국,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가해지는 위험성을 실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부득이한 해법으로서 헌법 제8조 제4항에 따라 정당화되므로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 여부 – 상실

○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과 정당 기속성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활동하는 한편, 소속 정당의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의 대표자로서도 활동한다.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하여 소속 정당의 해산 등 이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하는 경우 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의 의미는 정당이 자진 해산하는 경우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퇴직되지 않는다는 것으로서,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과 정당기속성 사이의 긴장관계를 적절히 조화시켜 규율하고 있다.

○ 정당해산심판제도의 본질적 효력과 의원직 상실 여부

엄격한 요건 아래 위헌정당으로 판단하여 정당 해산을 명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러한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해산되는 위헌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위헌적인 정치이념을 정치적 의사 형성과정에서 대변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활동을 허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그 정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므로, 해산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상실시키지 않는 것은 결국 정당해산제도가 가지는 헌법 수호 기능이나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과 원리에 어긋나고 정당해산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으로 해산되는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다.

재판관 김이수의 반대의견의 요지

※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성, 그리고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의의와 정당해산심판의 사유에 대하여는 법정의견과 의견을 같이함.

○ 정당해산요건의 엄격한 해석, 적용의 요구

정당해산요건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문언적 의미를 제한적으로 이해하여야 하고,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의 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 내지 근거를 선별함에 있어서는 당해 정당과의 관련성을 정밀하게 살펴야 한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의 판단자료는 대부분 표현행위이므로 그 의미는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보편적으로 수용 가능한 해석 방법론에 의하여 확정되어야 한다. 또 정당해산의 요건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는 어떤 논리적 오류나 비약도 있어서는 안 된다. 피청구인에게 ‘은폐된 목적’이 있다는 점 자체가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의 논증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피청구인은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의 수만 3만 여명에 이르는 정당인데, 그 대다수 구성원의 정치적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 논증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중 극히 일부의 지향을 피청구인 전체의 정견으로 간주하여서는 안 된다. 피청구인의 일부 구성원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머지 구성원도 모두 그러할 것이라는 가정은 부분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을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는 것으로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자주파가 주축이 된 피청구인의 목적이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는 법정의견의 판단이 정당해산심판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한 결과인지 의문이다.

○ 피청구인의 목적 –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음

피청구인의 강령이나 이를 구체화하는 문헌들을 종합해 볼 때,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우고, 민중이 정치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진보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피청구인의 선언은, 일하는 사람, 민중에 해당하는 계급과 계층의 이익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모순들을 극복해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청구인의 강령상 ‘진보적 민주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른바 진보적 정치세력들에 의하여 수십 년에 걸쳐 주장되고 형성된 여러 논리들과 정책들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조합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광의의 사회주의 이념으로 평가될 수 있으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또 법정의견이 보는 것처럼 피청구인이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하였다고 볼 수 있는 증거도 없다.

한편 자주파의 대북정책이나 입장이 우리 사회의 다수 인식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고 자주파가 친북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자주파 전체가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 민주노동당에서 피청구인에 이르는 분당과 창당 및 재분당 과정을 통하여 피청구인은 민주노동당보다 인적으로 축소된 상태이고 자주파나 이에 우호적인 사람들의 비중이 커졌다고 볼 수 있으나, 민주노동당 구성원 가운데 종북 성향을 가진 사람만이 피청구인에 남았다고 볼 수도 없다.

청구인은 민혁당 잔존세력이 피청구인을 장악하였다고 주장하나, 피청구인 구성원 가운데 민혁당 조직원이나 하부 조직원 또는 관계자였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직접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판결에서 조직원으로 언급된 단지 몇 명에 불과하고, 경기동부연합이 과거 민혁당 또는 민혁당 조직원 등에 의하여 의사결정이 좌우되는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나, 경기동부연합, 광주전남연합, 부산울산경남연합이 어떤 이념을 공유하거나 지지하여, 통일적으로, 단결하여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청구인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구조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구조적이고 급진적인 변혁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확립된 질서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는 민주 국가에서 금지되는 행위가 되지 않는다. 피청구인이 표방하는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사회’나 외세로부터 자유로운 ‘자주적 정부’는 오래된 정치철학적 전통 속에 있는 주장으로 각국의 다양한 진보정당들이 같은 취지의 주장을 개진하고 있으며 피청구인이 독창적으로 구성하여 제기한 것이 아니다. 피청구인이 현존하는 정치ㆍ경제 질서에 부정적 의사를 표시하고, 선거를 통한 집권 이외에 예외적으로 헌법질서가 중대하게 침해받는 경우에는 저항권에 의한 집권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폭력적 수단이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수단으로 변혁을 추구하거나 민주적 기본질서의 전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청구인이 사회주의적 요소를 내포하는 강령을 내세우고 있고, 북한도 적어도 대외적ㆍ공식적으로는 사회주의 이념을 내세우고 있으므로, 피청구인의 주장이 북한의 주장과 일정 부분 유사한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피청구인이 북한을 추종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유사성이 나타났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정부와 권력에 대한 비판적 정신과 시각이 북한과의 연계나 북한에 대한 동조라는 막연한 혐의로 좌절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점만으로 북한 추종성이 곧바로 증명될 수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 피청구인의 활동 –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음

피청구인의 지역조직인 경기도당이 주최한 2013. 5. 10. 및 5. 12. 모임에서 이루어진 이석기 등의 발언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 남의 자주세력과 북의 자주세력이 힘을 합쳐서 적인 미국과 싸운다거나 대한민국의 국가기간시설을 공격한다는 발상을 담고 있어 국민의 보편적 정서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모임을 되풀이하거나 구체적 실행으로 나아갈 개연성 등을 고려하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 그러나 피청구인의 지역조직인 경기도당 행사에서 이루어진 위와 같은 활동은 비핵평화체제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피청구인 전체의 기본노선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청구인이 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거나 그로부터 기본노선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므로 이를 피청구인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 즉, 이석기 등의 그와 같은 발언은 피청구인의 기본노선과 현저하게 다르고, 이 사건 모임 참석자들이 피청구인 전체를 장악하였다고 할 수 없으며, 나아가 피청구인이 이 사건 모임 또는 모임에서의 발언을 승인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모임이나 그 모임에서 이루어진 구체적 활동으로 인한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의 문제를 피청구인 정당 전체의 책임으로 볼 수는 없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이나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야권단일화 여론조작 사건과 같은 피청구인 일부 구성원의 개별 활동이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민주적 의사결정원리를 존중하지 않았거나,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청구인 전체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목적을 위하여 조직적, 계획적, 적극적, 지속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활동들을 제외하면 피청구인은 다른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정당활동을 영위하여 온 점, 그간 우리 사회가 산발적인 선거부정 행위나 정당 관계자의 범죄에 대하여는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당해 정당의 정치적 책임의 문제로 해결하여 온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활동들이 피청구인의 정치적 기본노선에 입각한 것이거나 거꾸로 피청구인의 기본노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이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피청구인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목적의 추구를 위하여 적극적, 의도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를 기용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피청구인의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 비례원칙 충족 여부 – 해산의 필요성 인정되지 않음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은 그것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통상적인 관념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 반면 피청구인의 해산결정으로 인해 초래될 사회적 불이익은 민주 사회의 순기능에 장애를 줄 만큼 크다. 강제적 정당해산은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당의 자유 및 정치적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초래한다.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보호해야 할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특히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나아가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안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피청구인이 한국 사회에 제시했던 여러 진보적 정책들이 우리 사회를 변화하게 만든 부분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고, 이는 피청구인에 소속된 대다수 당원들이 이 당의 당원이 되고자 결심하도록 만든 큰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석기 등 일부의 당원들이 보여준 일탈 행위를 이유로 피청구인을 해산해 버린다면, 이 노선과 활동을 지지해 온 대다수 일반 당원들(피청구인 전체 당원 수는 10만여 명에 이른다)의 정치적 뜻을 왜곡하고 그들을 위헌적인 정당의 당원으로 만듦으로써 그들에게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하게 될 것이다. 이는 피청구인 자체를 반국가단체로, 그리고 당원 전체를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 피청구인을 지지한 국민을 반국가단체 지지자로 규정하는 것이다. 과거 독일에서 공산당 해산심판이 청구되고 해산 결정이 이루어진 후 다시 독일공산당이 재건되기까지, 12만 5천여 명에 이르는 공산당 관련자가 수사를 받았고, 그 중 6천~7천 명이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는 문제가 발생하였던 것에 비추어 보면, 이 결정으로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일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피청구인 소속 당원들(이석기 등 내란 관련 사건의 관련자들) 중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형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그 세력을 피청구인의 정책결정과정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 그 세력 중 일부가 국회의원이고 그 지위를 활용하여 국가질서에 대한 공격적인 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다면, 국회는 이를 스스로 밝혀내어 자율적인 절차를 통해 그들을 제명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헌법 제64조 제3항).

정당해산제도는 비록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되어야 하므로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 등)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며, 2014. 6. 4.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 결과(광역 비례대표 정당득표율 4.3%)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정치적 공론 영역에서 피청구인에 대한 실효적인 비판과 논박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은 정당해산의 정당화사유로서의 비례원칙 준수라는 헌법상 요청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이는 피청구인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피청구인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또한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