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하루해가 저물고 또 새로운 날이 시작될 시간입니다. 오늘은 아버지 날이었습니다. 어제는 우리 부부가 해로(偕老)한지 만 서른 세해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결혼 이전에 연애기간이 오년이요, 한동네에서 자라 얼굴안지는 그 이전의 일이니 족히 사십 수년은 제 곁에 아내가 있었던 셈입니다.

우리 부부의 33주년 결혼기념일은 아들녀석의 느닷없는 결혼선언으로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그 또한 삶의 과정이겠거니 하며 두아이들(아들 녀석과 녀석이 말하는 피앙새)과 시간을 보낸 후, 진짜 늙으신(이미 늙은 내가 늙었다는 생각이 이따금 드는 것을 보면, 아마 구순 팔순이어도 마찬가지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내 입장에서) 두 아버님들(친아버지와 장인)께 그저 치레인사를 드리고 지냈답니다.

그리고 오늘 혼자 지내는 딸아이를 보러 뉴욕 나들이를 했었답니다.

그저 키우는 재미는 딸아이 같습니다. 비록 말없는 아이여도 말입니다.

맨하턴에는 셀수 없을 만큼 나들이를 하였지만 이른바 9.11 테러가 사건이 일어났던 곳에는 가 본 적이 없었는데, 그 까닭은 웬지 보면 아플 것 같아서 였답니다.

오늘 딸아이가 “아빠, 어디 갈래?”하며 던진 물음에 제가 한 응답이 “Ground Zero 한번 가볼까?”해서 나섰던 걸음이었답니다.20160619_143745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한답니다. 그리고 이어진 애국주의와 그 이후 오늘의 미국을….

그리고 늦은 밤. 시골 제 집으로 돌아와 하워드 진(Howard Zinn)이 한 말을 곱씹습니다.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이 향유하는 공통된 이익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데 애국주의가 이용됩니다. 국민은 소속된 계급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애국주의는 공통된 이익을 지향합니다.

국기가 그런 공통된 이익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애국주의는 정부가 흔히 동원하는 그럴듯한 단어와 똑 같은 역할을 하면서 공통된 이익이라는 착각을 조장합니다.

예컨대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라는 단어는 모국을 위한 안전은 하나밖에 없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국익(national interest)’이라는 단어는 모두를 위한 이익은 하나뿐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국방(national defense)’이란 단어는 우리 모두를 똑같이 지켜주는 것처럼 사용됩니다.

결국 애국주의는 모두에게 균등한 이익을 결코 보장해 줄 수 없음에도 그럴듯한 명분으로 국민을 옭아매는 단어입니다.

개인적 삶이나 공동체적 삶이나 구호란 참 공허합니다.

하여 어떤 세상이어도 가족은 구호가 될 수 없습니다.

 

선택적 몰표를…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후보로 확정된 이후 공화당내에 여전한 이견들에도 불구하고 당이 전열을 정비하는 모습입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글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민주당은 당내 경선 막판을 겪고 나서야 후보가 결정될 듯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오는 6월 7일은 민주당의 힐러리와 샌더스 양쪽 모두에게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몬태나, 뉴저지, 뉴멕시코, 사우스다코타, 노스다코타 등지에서 매우 중요한 일전을 치루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총선거인단 과반수치인 2,383명의 거의 20%에 달하는 47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 선거는 두 후보에게 매우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입니다.

이 캘리포니아 민주당 경선을 통해 자신들의 결집된 정치적 힘을 과시해 보려고 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80-20 Initiative라는 아시안 어메리칸 정치참여 단체입니다.

Bloc vote라는 선택적 몰표를 행사함으로 정치적 권익을 얻고자하는 전략으로 아시안 어메리칸들의 정치적 힘을 모아 나가는 단체입니다.

각종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 아시안 어메리칸을 위한 정책들에 대해 묻고 정치적 요구를 제안하고 그 응답에 따라 아시안 어메리칸 유권자들의 힘을 모으는 것입니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이 단체는 힐러리와 샌더스에게 아시안 어메리칸 권익을 위한 정책을 묻는 다섯 항목의 질의를 보냈고, 힐러리에게서는 디테일한 정책에 이르기까지 성실한 답변을 받은 반면에 샌더스에게서는 응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여 80-20 Initiative은 이번 민주당 캘리포니아 경선에서 아시안 어메리칸들이 힐러리에게 몰표를 행사해 주기를 당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계, 인도계와 함께 한국계에도 이를 알리는 선전전을 미주 한국일보(LA 판)와 라디오코리아의 광고를 통해 펼치고 있습니다.

저는 이 한국계를 향한 광고문안 작성에 함께 했습니다.

미국의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샌더스에게 호감을 갖는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소수민족 정책 특히 아시안 어메리칸들에 대한 관심 측면에서 힐러리를 지지하는 것이고, 특히 한반도 정책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도 힐러리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함께 했습니다.

캘리포니아 한국계들에게 보내는 라디오 광고와 신문 광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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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계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단풍나무 숲이나 길게 뻗은 소나무 가지 밑으로 비를 피하게 되었을 때도 그 후미진 곳을 세밀하게 관찰한다면 그 잎사귀나 나무껍질 속, 혹은 발 아래의 버섯에서 새로운 놀라운 세계를 발견하게 되리라.>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남긴 말에 귀를 기울이며 메모리얼데이 연휴 마지막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년에 한번 애국가와 미국가를 불러보는 날입니다. 올해로 델라웨어 한인축제가 27년 째를 맞습니다. 모처럼 만난 동네 올드 타이머의 얼굴들을 보며 세월이 많이 흐른 것을 실감했습니다.

해마다 이 행사에 초청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과 가족들 수는 이 행사의 주인들인 한인들 숫자 만큼이나 부쩍 줄었습니다.

때마침 공원 나들이를 나오신 종(種)을 알수없는 견공 연세가 올해 12살, 사람 나이로 치면 여든 넷이랍니다. 모두 세월 탓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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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행사를 위해 현악기를 연주해 주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가족이 끼인 악단도 있었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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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땜방을 마다치 않고 징채를 잡은 제 아내가 끼인 사물놀이도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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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손주사위가 드린 선물에 흐믓해 하시는 제 아버님의 생신이었습니다. 조카사위(아버님의 손주사위) 녀석이 건넨 선물 보따리에는 백세주도 담겨 있었답니다. 아버님의 백세, 채 십년도 안되어 맞을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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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델라웨어 한국학교가 봄학기 종강과 함께 개교 30주년 기념을 하는 조촐한 행사를 치루었답니다. 27년 째 이 학교 선생으로 지내온 아내가 교장으로 치룬 행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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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우리 부부도 올드 타이머가 되어 버섯 키우는 이끼 낀 나무가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아니 그냥 이끼가 되어 가는 줄도 모를 일입니다.

놀라운 세계란 딱히 숲속에 있는 것만도 아니거니와 무릇 멀리 있지 않은 듯 합니다.

오지랖

보는 이에 따라 제 주제 모르고 오지랖 넓게 나선 짓일지도 모릅니다. 어제 있었던 일이랍니다.

제가 이 곳에 산지도 서른해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곳 이름을 아는 한국인들이 많지만, 미국인들 가운데서도 낯설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작은 주(州)입니다. 크기로 따져 The State of Rhode Island and Providence Plantations이라는 긴 정식 이름과 달리 가장 작은 주인 로드 아일랜드주에 이어 미국에서 두번 째로 작은 주입니다. 델라웨어 주(State of Delaware)입니다. “첫 번째 주(First State)”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까닭은 미국 독립 당시 13개 주 가운데 미국 헌법을 가장 먼저 승인하고 서명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 전체 면적이 6,452 km² 이니 한국의 충청북도(7,431.50 km²)보다도 작답니다. 주 전체 인구라야 백만명에 채 미치지 못하고요. 이 곳에 사는 한인 인구수도 정부 인구조사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겨우 이천을 넘는 숫자랍니다.

다 저마다 살기 나름이겠지만 큰 욕심없이 살려는 사람들에겐 한적하니 살기 좋은 동네랍니다.뭐 숨넘어 갈 듯 바쁜 일도 별로 없거니와 이웃들과 부딛히며 살 일도 딱히 없는 곳이랍니다. 주일에 한인교회를 나간다거나 동네 유일한 한인 마켓에 들른다거나하는 일이 없다면 한인들끼리 마주칠 일도 거의 없는 동네이지요.

이런 동네에서 어제 서른 명 가량의 한인들이 모여 세월호 다큐멘타리 영화인 <업사이드 다운>을 함께 보고, 세월호 참사와 지난 2년 동안의 이야기들을 나누었답니다.

물론 모인 동네 분들에겐 낯선 주제였답니다. 평소 관심이 없었거나, 오랜 옛일로 기억하거나, 이미 다 정리된 먼 나라 이야기 쯤으로 알고 있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참석한 이들 가운데 또 다른 한 축은 필라세사모(세월호를 기억하는 필라델피아 사람들의 모임) 활동을 함께 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 쪽은 묻고 한 쪽은 답하는 그런 분위기의 모임이었지요.

한국내에서 일어난 일과 관련된 행사라고는 좀체 없었던 시골 동네에서 가진 모임이라 참석하셨던 동네분들에게 그저 감사함을 드린답니다. 황금같은 주일 오후시간에 먼 나들이 해주셨던 필라세사모 식구들에게도 넘치는 감사를 드리고요.

비록 보는 이에 따라 제 주제 모르고 오지랖 넓게 나선 짓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는 때론 주제 모르고 오지랖 넓게 나서는 놈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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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률(黃金律)

올해는 봄을 건너뛰는가 봅니다. 한동안 아침 저녁으로 써늘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갑자기 여름이 되는듯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오월인데…. 그 맘으로 오늘 아침 제 가게 손님들께 오월찬가(?)를 띄웠더니, 손님 한분께서 이런 답을 보내왔습니다.

“You’ve expressed the same wisdom as is captured in Western culture as the ‘Golden Rule:   Do unto others as you would have them do unto you’.   If more of us followed the philosophy in these two expressions of being kind, respectful and helpful to everyone would eliminate much of the strife in human society.”

너나 할 것없이 사람들이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율만이라도 쫓아살 수만 있다면 세상은 틀림없이 밝아질 것입니다.  그것이 힘들다면 역지사지易地思之, 곧 남을 이해하는 정도만 지키고 살아도 사람사는 세상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 모두가 너무 먼 곳이 아닌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할 일입니다.

오월에 담긴 무수한 이야기들을 창가에서 우는 새소리로 전해듣는 아침에….(아래는 오늘 아침에 손님에게 띄웠던 편지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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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너 어디서 왔니?”  또는 “중국인이니? 일본인이니?”

며칠전에도 똑 같은 질문을 받았었답니다. 질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라면 “한국에서 온 미국인”이 맞을 것입니다만, ‘Korea 또는 Korean’으로 대답한답니다.

좀 다른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답니다. 한국과 중국 또는 일본과의 관계나 한국인과 중국인 또는 일본인의 차이과 관계 등을 묻는 경우랍니다. 참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랍니다. 그럴때 제가 할 수 있는 답은 “가깝고도 먼 나라들”이랍니다.

세 나라가 모두 지리적으로는 가깝고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역사적 경험과 문화, 언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은 한국을 지배한 적이 있었지만 한국은 두나라에게 지배를 받았을 뿐입니다. 이런 경험들로 세 나라가 서로 다른 점들이 많답니다.

세나라의 역사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세기에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을 때 한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 가운데 김구라는 이가 있습니다.

그 이가 이런 말을 했답니다.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 천국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 모든 것이 다 가까이에서 시작된다.>고 말입니다.

제게 국가니 역사니 하는 말들은 너무 큰 것들입니다. 오히려 김구의 이런 말들이 쉽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제 삶이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게 모두 제가 하기 나름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참 좋은 계절인 오월입니다.

가까이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므로 하루하루가 천국이 되는 나날이 되시길 빕니다.


One of the questions which is frequently asked of me is: “Where are you from?” or “Are you Chinese or Japanese?”

I was asked the same question the other day. Though the perfect answer may be “an American who came from Korea,” I usually answer the question with the word, “Korea” or “Korean.”

Sometimes I am asked slightly different questions. They are about the relations between China and Korea or between Japan and Korea and the differences between Chinese and Korean or between Japanese and Korean. They are not questions which I can answer so easily. The answer which I can give to those questions is that those countries are “close so close and yet far.”

That is because the historical experiences, cultures and languages are different from one another, even though the three countries are so close geographically and the appearances of those peoples are very similar.

Kim KuThough China and Japan had occupied Korea in the past, Korea has not occupied either of those countries. Because of the historical experiences including this, the three countries have lots of differences from one another.

I’m not trying to talk about the histories of three countries. In the last century, when Japan occupied Korea, there was Kim Ku, one of the Koreans who had lived fiercely and fought for the independence of Korea.

He said:

“The way to make hell is simple. It can be done by simply hating close people. The way to make heaven is also simple. It can be done by simply loving close people. All begin from things which are close.”

Countries and histories are too big for me to grasp. Instead, things and words, such as what Kim Ku said, reach out to my heart more deeply.

I think that he taught me a lesson: This everyday life of mine can be heaven, or hell, and that’s up to me.

It is May, a really good and pleasant season.

I wish that your everyday life will become heaven by loving all which are close.

그 젊은이를 위하여

이즈음엔 여러가지 이유들로 하여 한국인들이 미국 이민을 오는 경우가 줄었습니다만, 여타 다른 나라로 향하는 이민 또는 이주자들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이민이나 해외이주를 택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들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겠습니다만, ‘자녀교육’, 또는 ‘자녀들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딱히 이민이나 이주가 아니라 기러기아빠, 기러기엄마가 되는 일도 마다치 않는 경우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민생활 30년 째로 접어드는 저는 그런 면에서 제 아이들에게 아주 미안하기 그지없답니다. 제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이민을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제 생각만 하다가 어찌어찌하여 오게된 이민이었으니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답니다.

이번 주초에 한 젊은이를 만났습니다. 묻지 않아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얼추 제 아들녀석 또래 같았습니다. 젊은이도 제 아들녀석 처럼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이 미국땅에서 낳고 자란 모양입니다. 젊은이 부모님들이 저처럼 자식 생각없이 이 땅에 온 이들인지, 아니면 그 젊은이를 위해 이민을 온 것인지도 묻지 않아 모를 일입니다.

김동빈다만 젊은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 잘 자랐다’는 생각이 이어졌답니다.

그 젊은이의 이름은 김동빈이랍니다. 그와 약 한시간여에 걸쳐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짧게 담아 이 곳에 올려봅니다.

내 아이들도 이웃을 생각하며 자기 일을 즐겁게 해 나가기를 비는 마음으로…

오월 아침- 동네 거위들의 꿈

오늘 아침 동네 공원에는 거위들이 갓 태어난 새끼들을 앞세워 화창한 오월 아침을 즐기고 있었답니다.

이 좋은 주일 오후에 전단지를 들고 한인마켓 앞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을 하고있는 얼굴들을 생각하며, 그네들이 만든 전단지를 여기에 소개합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필라델피아 사람들의 모임필라 세사모)에서 만든 첫 번째 소식지랍니다.

[gview file=”http://www.for1950s.com/wp-content/uploads/2016/05/philasewol-vol.1-.pdf”]

그리고 다음 주일 오후에 제가 사는 곳에서 함께 보게 될 영화 <업사이드 다운> 상영안내입니다.

“한국 사회는 피해를 당한 사람을 거리로 내몰고 나쁜 사람으로 만듭니다. 모든 것이 뒤바뀐 것 같아요.”

“한국 언론은 세월호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지 않고 제대로 된 뉴스를 다루지 않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덮어버리기에 급급한 것 같습니다. 슬픔을 덮어놓으면 보이지 않아 아프지 않은 것 같겠지만 상처 부위는 더 썩고 곪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업사이드 다운>을 보면서 돌이켜봤으면 합니다.”

영화 <업사이드 다운> 감독인 김동빈의 말입니다.

재미교포 2세인 김 감독은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저희들처럼 미국에서 접했다고 합니다. 미군 전사자 유족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버몬트 폴른(Vermont Fallen)>을 제작해 2013년 북미전문저널리즘학회 심층취재 부문에서 상을 받기도 한 그는 세월호 참사 3일 뒤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다큐멘터리를 함께 만들자’는 글을 올렸고 곧이어 시민 80여명이 참여하겠다고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업사이드 다운> 상영 행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photo_2016-05-04_16-59-20때 : 2016년 5월 22일(일) 오후 4시 30분

곳 : 델라웨어 한인 감리교회당Delaware Korean United Methodist

주소 : 717 Loveville Rd, Hockessin, DE 19707

  • 영화상영후 한국체류중인 김동빈 감독과 실시간 화상 대담이 있습니다.
  • 간단한 식사 제공합니다.
  • English subtitles이 있어 영어권 이웃들에게도 권할 수 있습니다.

 

엄마와 딸 그리고 할머니

어제 배달된 꽃병을 가르키며 오는 손님에게마다 아내는 말했답니다. “내 딸아이가 어머니날이라고 보내준 꽃이란다.” 어제, 오늘 제 가게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딸아이가 꽃병과 함께 보내준 갓난아이 주먹만한 딸기에 초코렛을 입힌 딸기초코렛은 맛이 아주 독특했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장인 장모께 하나씩 맛보여 드렸답니다. “아이고, 오래 사니 손녀딸년이…. 고마워라…” 제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랍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와 전화문안을 드리는 제게 어머니와 장모께서 한목소리로 하신 말씀이랍니다.

“아이고, 내가 혹여 못알아 볼까보아 어찌 그리 또박또박 한글로 예쁘게도 썻는지. 받침 하나 안틀리고…. 예쁘기도 해라…. 아, 글쎄 니 딸이 카드를 그렇게 보냈다니까…. 아이고 어찌 우리말을 그렇게 ….”

딸아이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이 저녁에 저보다 나이 많은 시인의 시를 고개 끄덕이며 읽는답니다.  강우식이라는 올해  일흔 다섯살인 시인이 쓴 시입니다.

딸아이에 보내는 감사로.

무릇 사랑이란 기억하는 사람의 몫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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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시장에서 물감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물감장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온갖 색깔이 다 모여 있는 물감상자를 앞에 놓고
진달래꽃빛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진달래꽃물을 ,

연초록 잎새들 처럼 가슴에 싱그러운
그리움을 담고 싶은 이들에게는 초록꽃물을 ,

시집갈 나이의 처녀들에게는
쪽두리 모양의 노란 국화꽃물을 ,

꿈을 나눠 주듯이
물감봉지를 싸서 주었습니다

눈빛처럼 흰 맑고 고운 마음씨도
곁들여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해종일 물감장사를 하다보면
콧물 마저도 무지개빛이 되는 많은 날들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동저고리 입히는 마음으로
나를 키우기 위해 물감장사를 하였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이 지상에 아니 계십니다

물감상자 속의 물감들이 놓아 주는
가장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

나에게는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들만

가슴에 물들이라고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 두고 떠나셨습니다.

불놀이

“그땐 그 놀이가 정말 재밌었어요. 정말 시간 가는줄도 몰랐지요. 아버지에게 맨날 야단 맞으면서도 허구헌날 놀이를 그치지 않았었지요. 특히 겨울에 그 놀이재미란….”

충청도가 고향인 안주인이 들려주는 쥐불놀이 이야기는 족히 오십년 저쪽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반세기 전 일이지요.

안주인이 지핀 쥐불 이야기를 받아 전등조차 없던 그 시절 이른 밤에 있었던 추억들을 쏟아낸 이는 제 또래였는데 그 역시 고향이 충청도였답니다.

딱 두달 후면 미국 정부기관에서 은퇴하는 바깥주인 양반은 아직도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툭툭 던지며 마른 장작을 불위에 얹습니다.

사월의 마지막 밤, 가본 적없는 지중해 별장같은 느낌의 뒷뜰에서 70년대 서울의 노래들을 들으며 불놀이를 즐겼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가에 둘어 앉었던 이들은 갓 칠순 은퇴후 새 삶 꾸리는 부산언니 내외, 이제 내외살이 살림줄일 생각에 젖은 한살 아래 대구 동생, 새 꿈에 젖어사는 이제 막 환갑줄인 충청도 내외…. 그리고 불꽃에 취해 철안드는 우리 내외…..

시간가는줄 몰랐답니다.

이 나이에 불놀이에 빠질줄이야….

초대해준 불놀이 소녀(였던…) 내외에게 감사를.

진달래를 생각함

며칠 전에 오마이뉴스에 <아! 이게 바로 ‘핑크빛 천지개벽’>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었습니다. 대구 비슬산을 분홍빛으로 바꾸어 놓은 진달래천지를 소개한 기사였습니다.(기사보기)

기사에 덧붙여 있는 사진 한장에 매료되어, 오늘 아침에 편지 한장 써서 제 가게 손님들에게 띄었답니다. 편지를 받은 몇 분들께서 좋다고하셔서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한글번역은 아래에)


While I was reading the on-line edition of a Korean newspaper the other day, one picture captured my attention, and made me look at it for a while. It was this picture which showed the pink colored mountain with 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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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lowers which changed the color of the mountain into pink are azaleas. In April every year, the flowers can be commonly seen anywhere in the Korean peninsula. They automatically remind me of my hometown where I grew up.

In Korea, it has another name, “Cham-ggot (참꽃),” in addition to an azalea. Its meaning is a “real flower.” Did you say that if there is a “real flower,” there must be a “fake flower”? You are right. There is a “fake flower,” too. They are royal azaleas (Rhododendron schlippenbachii), the name of which are “Chul-zzook (철쭉)” in Korea.

At first glance, azaleas seem to look the same as royal azaleas. However, azaleas are edible, but royal azaleas are not. Korea people make cakes and wines with azalea flowers. The pictures below are those cakes and w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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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n’t it interesting that people in the old days set the edibility as the criteria between “real” and “fake”?

The appearance of the pink-colored mountain seems to have not changed at all from the sight which I saw in my youth, even though a countless number of things have changed since I left Korea. That was the reason why I looked at the picture for long.

As I fell into the thoughts about ‘things changed’ and ‘things unchanged,’ my mind moved into thoughts about ‘things that should not have changed, but changed’ and ‘things that should have changed, but have not changed.’

It is the last week of April and the feeling of spring pervades every corner around us.

I wish that your life will be filled with things that are good because they have changed and things that are good because they have not changed this week and beyond.


며칠 전 한국에서 발행되는 온라인 신문을 보다가 사진 한장에 사로잡혀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온통 분홍색으로 변한 산을 담은 바로 이 사진이랍니다.

산을 분홍빛으로 바꾸어 놓은 이 꽃 이름은 진달래랍니다. 해마다 4월이면 한반도 어느 곳에서나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랍니다. 제가 자랐던 고향 생각을 절로 나게 하는 꽃이랍니다.

한국에서는 이 꽃을 진달래라는 이름 말고도 참꽃 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진짜 꽃”이라는 뜻이랍니다. ‘진짜 꽃’이 있으면 ‘가짜 꽃’도 있겠다고요? 그렇답니다. 가짜 꽃도 있답니다. 바로 royal azalea(Rhododendron schlippenbachii)인데 철쭉이라고 부르는 꽃입니다.

철쭉과 진달래는 얼핏 보면 비슷하게 생겼답니다. 그런데 진달래는 사람들이 먹는 꽃이고, 철쭉은 먹지 못하는 꽃이랍니다.  한국인들은 진달래꽃으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술을 담아 먹기도 한답니다. 사진은 바로 진달래꽃으로 만든 떡과 술이랍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기준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둔 옛날 사람들의 생각이 재미있지 않는지요?

온통 분홍빛으로 변한 모습은 예전에 제 어린 시절과 전혀 변함이 없었답니다. 제가 한국에서 살았을 때와 지금 사이에 변한 것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말입니다. 그래서 한참동안 사진을 들어다보게 되었답니다.

‘변한 것들’과 ‘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다보니, ‘변해야 좋은데 변하지 않은 것들’과  ‘변하지 말아야 하는데 변한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답니다.

온천지에 봄기운이 가득한 4월의 마지막 주간입니다.

변해서 좋은 것들과 변하지 않아서 좋은 것들로 충만한 한주간이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