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어찌보면 나이 들어 늙어 간다는 게 별게 아니다. 그저 습관이 된 일상조차 버거워 지는 순간, 내뱉는 말이다. ‘에고 이젠 나도 늙었고만…”

아내가 저녁 밥 준비를 하느랴고 긴 기지개와 하품을 물고 부엌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넌지시 건낸 말, “나가서 먹읍시다.”

두 내외 한끼 먹을 밥상거리야 늘 차고 넘쳐 감사이다만, 때론 밥상 차리는 일조차 귀찮은 사치를 누려 보고픈 욕심으로 던져 본 말이었다.

그렇게 찾은 동네 식당.

밥 맛이야 어찌 집에서 해 먹는 맛을 따르랴만, 한 주간 밀린 피로를 씻은 참 좋은 외식이었다.

마침 노동절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 이기도 하여 조금은 느긋한 여유가 생긴 탓이었는지 제법 시끄러운 실내 음악이 거슬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드럼과 전기 기타와 함께 이어진 생음악들, 음악에 문외한인 내 귀에도 익은 1970년대 Rock and roll이었다.

뒤뚱 거리는 걸음으로 밴드 앞에서 소년 소녀가 되어 춤을 추는, 비록 몸 크기야 내 두세 배는 족히 되겠지만 나이야 엇비슷할, 늙은 청춘들을 보며 나도 어깨 들썩이며 그들과 함께 청춘이 된 저녁이었다.

엉덩이 들썩이며 일어나려고 하는 아내를 달래고 돌아 오는 길, 혼자 속으로 되뇌어 보는 말 – ‘늙는 게 별 거일까? 그저 일상에서 어쩌다 만나게 되는… 마치 어느 날 문득 만나게 되는 거울 속 내 모습처럼.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