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들

며칠 선선한 가을 같더니만 오늘은 다시 찌는 여름날이다. 고작 하지(夏至)를 넘었으니 이제 시작되는 여름이다.

사뭇 긴 하루 해 덕에 먹고 사는 일 마치고 돌아와서도 뜰 일에 땀 흘릴 시간이 족하다. 늦은 저녁 마른 바람에 땀 식히며 넘기는 책장 속 이야기 덕에 배부르다.

안셀름 그륀 카톨릭 신부가 건네는 <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이라는 이야기였다. 그저 모두 나를 향한 이야기였다.

그러다 나를 피식 웃게 한 대목이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손에 쥐려는 사람은 무리하게 됩니다. 그는 모든 것을 가지려 하기 때문에 일을 즐기지도 못하고, 기쁨을 즐기지도 못합니다. 결국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하게 되지요. 이는 케이크를 먹을 때와 같습니다. 케이크 한 조각을 먹을 때 우리는 그 맛을 즐기게 됩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먹기만 한다면 기쁨을 느끼지 못하지요.>

이즈음 듣고 볼 때 마다 내 심기를 불편케 하는 윤석열과 그를 이용하거나 그에 편승해서 제 뱃속 채우려는 무리 또는 생각 없이 박수치는 이들이 잠시 겹쳐진 까닭에 나온 웃음이었다.

잡초들과 싸워 이기며 피는 여름 꽃들은 참 보기 좋다. 이제 막 시작하는 여름인데 코스모스도 어느새 활짝 폈다.

참 늘 신기한 일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그저 잠시 뿐이라는 사실이. 생각 있다는 사람들은 그저 늘 잊고 살 뿐.

새소리와 함께 듣는 카톨릭 신부의 조곤조곤한 이야기에 취한 초여름 저녁에.

… 또 하나 신기한 일, 아름다운 새소리는 대개 작은 새들의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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