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뉴스들은 언제나 답답한 세상 모습을 전하지만,  때때로 속 시원한 소리를 듣게 하기도 한다. 팍스 뉴스 선데이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한 때 공화당 내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이기도 했던 롬니(Mitt Romney) 상원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며 한 말이란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우리 나라가 하나가 되려면 진실과 정의에 대한 책임감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nd, you know, if we’re going to have unity in our country, I think it’s important to recognize the need for accountability, for truth and justice.”

국가 구성원이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거나 반드시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크게 동의하는 편은 아니다만, 어느 국가나 사회건 진실과 정의에 엇나간 과거 행위에 대한 책임은 묻고 정리하여 마무리 짓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그 국가나 사회의 내일이 밝아진다고 믿는다.

오늘 아침 동네 뉴스는 어제 오늘 있었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 현장 소식을 머리에 올렸다. 어제와 오늘 사이 접종 예정자 수는 11,500명 이었단다. 접종 신청자는 이미 50,000명이 넘는 상태였단다. 이번 접종 신청은 65세 이상 노인들에 한한 것이었다. 접종 우선 순위는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들 이었다. 이번 이틀 동안 접종 대상자들에겐 이미 통보가 되었다는데, 어제 첫날 통보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신청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밀려 북세통을 이룬 모양이었다.

신문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내 집에서 접종 장소까지는 차로 반 시간 정도면 충분히 닿을 거리인데 내 집 동네 사람 하나는 왕복 7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차량 대열에서 기다리던 80세 노인이 한 말이란다. “악몽이었다.( It was a nightmare.)”고.

내 아버지의 접종 신청은 하였다만 나는 아직 망설이고 있다. 해본들 특별한 질환이 없는 내 순서를 맞기엔 요원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 초기 광풍의 시간은 지난 후에 신청해 볼 요량이다.

현재 미국인들 중 약 7%가 넘는 사람들이 감염 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18% 이상이 감염되었을 수 있다는 뉴스도 있고, 트럼프 백악관에는 바이러스 대책 팀조차 없었다는 뉴스도 있고….

이런 저런 답답한 뉴스 속에서 만난 롬니 상원의원의 말이었다.

그리고 진실과 정의 대한 책임감을 묻고 따져 정리하는 일은 결국 시민들의 몫일 터이다. 이른바 여론이다. 하여 시장(市場)에 거짓은 더욱 횡행하는 모양이고.

뉴스 속 세상은 여기나 저기나 매양 한가지다. 그저 시대에 맞는 시민이 되는 흉내라도 내며 살았으면 좋겠다.

길은 겨울이어도 여전히 누구에게나 푸근하다. 길을 내가 품는 한.

씩씩하게 걷는 아내 머리 위로 햇빛에 주눅 들지 않은 낮달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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