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 22, 그리고 다시 일상

어머니 마지막 길 배웅하고 돌아와 새로운 일상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내가 어머니 속 끓이는 일을 하곤 하면 어머니는 머리 싸매고 곧잘 누우셨다. 그렇게 몇 끼 식사 거르시곤 당신 스스로 제 풀에 일어나 ‘이 눔아!. 이눔아!’하시며 일상으로 돌아가시곤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 일탈된 일상을 적어 놓고 싶어 하루를 세기 시작했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할 무렵 어머니가 더는 일상을 이어가시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머니 떠나시고 오늘 장례를 치루었다.

이제 어머니가 늘 그러하셨듯이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오늘 예식에서 내가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그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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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증손들은 제 어머니를 왕할머니라고 불렀습니다. 집안에 많은 할머니들 중에 연세가 제일 많으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머니는 저희 집안에서 실제로 왕이셨습니다.

왕은 왕이로되 섬기는 왕이셨습니다. 넉넉치 않은 소농의 6남매 중 둘째 맏딸로 태어나신 어머니는 딸로서 동생으로 언니로 누나로 출가외인이 되어서도 왕처럼 친정가족들을 돌보셨습니다.

시집와서 꽉 찬 30년, 홀 시아버님 한복 계절마다 시치시고 다려 준비해 올리셨습니다. 제 할아버지 마지막 임종을 지키신 이도 어머니입니다.

저희 네 남매를 섬기는 일은 그냥 어머니의 즐거움이셨습니다. 딱 일년 전 아흔 둘 연세에도 저희들에게 무엇 하나라도 맛있는 것 먹일 수 있을까 그 생각으로 늘 분주하셨습니다.

손주들과 증손자들을 위한 축복의 기원과 기도는 그냥 어머니의 일상이었습니다.

73년 함께 사신 제 아버님 삼시 세끼 어머니 손 안 거친 음식 잡수신 횟수를 셀 수 있을 만큼 지극히 섬기셨습니다.

어머니의 93년 한 평생은 온전히 가족들을 위한 삶이셨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어머니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저 감사다’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어머니의 아픔과 슬픔에 더해, 제가 눈치조차 채지 못한 어머니만의 아픔과 슬픔 모두 가슴에 묻고 오직 그저 감사로 당신의 삶을 정리하신 어머니셨습니다.

하여 오늘은 어머니처럼 모든 게 감사입니다.

먼저 어려운 때에 제 어머니 마지막 환송예배를 집례해 주신 송종남 목사님과 배성호 목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델라웨어 한인 감리교회 믿음의 성도 여러분들께 드리는 감사도 큽니다.

저나 저희 가족들이 알지 못하더라도 어머니 살아 생전 제 어머니에게 웃음과 기쁨을 선사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 속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제 가족들에게 보내는 감사도 큽니다. 어머니께서 누리신 마지막 일년은 제 누나의 극진한 정성 덕입니다. 외조 해 주신 매형과 누나에게 큰 감사를 드립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전화 인사 이어와 어머니의 한 주간을 즐겁게 마치게 해 준 아틀란타 동생 내외에게 어머니가 전하는 감사 위에  형제들의 감사를 덧붙입니다. 우리 집안에 웃음과 활력을 도맡아 준 막내동생 내외 특히 우리 집안의 기도 담당 막내 매제 덕에 어머니 편하게 떠나셔 감사합니다.

어머니의 말 잘 안 듣는 집안의 유일한 골치거리이자 걱정거리였던  제가 그나마 이 만큼이라도 아들 노릇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제 아내에게 드리는 감사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73년 만에 맞는 아버지의 새로운 일상에 이어질 감사의 몫은 이제 왕을 잃은 우리 모든 가족들이 나눌 일입니다. 어머니처럼.

마지막으로 오늘 온라인으로 함께 한 저희 아이들에게 주는 감사 인사입니다.

In memory of your grandmother or great-grandmother, what I want to say is two things. The first is that she lived a life of dedication and sacrifice for her family; that is, your grandfather or great-grandfather, your uncles and aunts, me, and of course, all of you. The other one is that what she said most often in her lifetime was “Always and simply be grateful.”

I believe that she will reach heaven comfortably, thanks to you all being with me today.

Thank you all.

이 모든 감사를 오늘과 어머니와 우리들 삶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드립니다.